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이 심각해지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들이 지속가능하고 좋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새로운 걸음을 출발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이 그 대답의 일부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추천의 글 이재영(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중에서
이 책의 목적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대안을 ‘생태문화 공동체’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우리가 어디서 지혜와 소재를 얻어야 하는지 이론과 사례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문화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은 우리에게 현명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 p.12
금강하구에 대한 생물문화적 관점이 필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이 금강하구의 독특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면서 얻어진 도구와 기술, 지식,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발전과 전달과정을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신념, 가치관, 제도, 언어, 관습·관행이 어떻게 활력을 갖고 이어져 왔는지를 아는 것은 지역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우리 삶의 다양함은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 미래로 가는 것’이다.
--- p.22
생물문화다양성에 대한 개념과 이해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패러다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생물문화다양성 관점에서 볼 때, 지역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이 풍부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 삶을 유지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생태계가 생명력과 회복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40
전통생태지식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획득되고 축적된 지식 기반이다. 특정 생태계, 그리고 동식물에 대한 생태적 이해과정과 함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지식을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전통생태지식은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 p.59
금강하구를 사이에 둔 군산시와 서천군은 일제 강점기 일제의 농지와 쌀 수탈을 위해 갯벌이 간척되고 항만이 건설되고 도로와 철도가 놓이고 곡물 가공산업이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해방 후 점점 쇠퇴하다가 1980년대 이후 국가산업단지 건설과 항만 확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군산시에서 군산국가산업단지와 군장국가산업단지(군산지역)가 개발됐지만, 서천군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운영되어온 장항제련소가 폐쇄되고 군장국가산업단지(장항지역) 개발도 보류되다가 2007년 취소되어 대안사업(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변경되었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금강하구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07년 이후 군산시와 서천군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금강하구의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다.
--- p.93
금강하구의 역사와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 자긍심, 소속감 등을 형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금강 하구역과 관련된 지역 정체성이나 소속감은 하구역 관리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구역의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보전하고 복원하도록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금강하구와 인접한 도시들 사이의 동질적이거나 유사한 역사·문화유산과 경험은 공동 활동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금강하구에서 부여를 거쳐 공주와 세종시까지 연결되어 있던 포구와 장시, 이를 통한 교류 활동의 복원을 예로 들 수 있다.
--- p.107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수많은 토론회에서 항상 나오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주민들이 알아듣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치는 사실 현지 주민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금강하구에 대한 접근에 있어 과학적 연구만큼 인문학적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금강하구에 대한 생물문화적 접근은 그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미래에 대한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 p.117
주민들은 수많은 시간 갯벌을 터전으로 삼으면서 바다와 갯벌 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생태지식을 이어오면서 갯벌문화를 형성해 왔다. 육지도 바다도 아닌, 그렇다고 육지와 바다의 경계로도 나눌 수 없는 이 축축한 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그러나 서해안 간척과 금강하구 개발로 인한 갯벌생태계 변화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피부로 경험하고 있다. 물살이 바뀌고, 뻘이 급속히 쌓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쏙이 갯벌을 점령해 가고 있다.
생태계의 변화는 생물종의 변화로 이어지고, 주민들의 삶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민들의 생물문화다양성을 이해하고 보전, 복원하는 것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 pp.23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