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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수법

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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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512g | 128*188*32mm
ISBN13 9791197103230
ISBN10 11971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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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서른 살 이후 10여년간은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와 계약하여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탐정으로서의 실력은 나름 괜찮아서 동년배 회사원보다는 많이 벌었다. 가족과는 10년 넘게 만나지 않았고, 취미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고, 애완동물도 기르지 않고, 남자와도 인연이 없다.
(중략)
많은 수입에 적은 지출. 현재 주거지는 집주인인 오카베 도모에가 손수 농사지은 채소가 공짜라는 멋진 특전까지 포함되어 있다. 결과, 내 통장에는 상당한 금액이 쌓였고, 반년 전, 주 수입원이었던 하세가와 탐정사무소가 사정상 문을 닫아 실업 걱정을 하게 되었음에도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문제였다.
--- pp.8~9

내가 이송된 곳은 조후 역 근처에 있는 ‘부슈 종합병원’이다. 4인 병실의 입구 오른쪽 침대를 배정받았는데, 침대 위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금이 간 가슴 근처에 통증이 느껴졌다. 두통도 심했고, 일단 온몸이 불편해서 짜증이 났다. 바닥이 꺼져 떨어진 것으로도 모자라 두개골에 박치기를 한 여자는 떼를 써도 될 권리가 있다. 응석을 부릴 상대가 있다면 말이다.
그런 것은 없기 때문에 진통제를 받았다.
--- p.27

그로부터 며칠 사이에 소변줄과 산소호흡기와 링거에서 해방되었다. 걸어서 화장실에 가서 거울로 내 얼굴을 확인했다. 내 용모에 대한 환상과는 10대 때 이별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인상에 남지 않아 기억하기 힘들다. 원래부터 탐정에 어울리는 얼굴이었는데, 마흔을 넘기니 그 경향이 더욱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 얼굴은 상당히 개성적이다. 이마 한복판에 두개골에 박치기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 동그란 녹색 멍이다. 벽장 바닥이 부서지며 꽂힌 가시를 뽑은 곳들에 딱지가 져서 뺨이나 목에 여기저기 남아 있다.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생기고, 안색이 안 좋고, 입술이 말라 거칠거칠했다. 별다른 분장 없이도 좀비 영화의 엑스트라를 맡을 수 있는 용모였다.
--- p.46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서 오다이바 가이힌 공원 역에 도착했다. 걸으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거운 한숨만 나왔다.
누군가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어졌다. 이와고 가쓰야가 생각났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겼다.
“어머님께 간곡히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연락했을 뿐, 이와고 가쓰히토 씨의 행방에 대해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쪽도 별로 상관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후회했다. 이와고 가쓰야 역시 그리 간단히 포기한 것은 아니리라. 아버지가 없어진 다음에도 집에 자주 찾아와서 자료를 가지고 갔다고 미에코가 말했다. 20년. 엄청난 사실을 간신히 밝힐 수 있게 될 정도의 시간. 만나고 싶은 사람을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깨닫게 될 정도의 시간.
--- p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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