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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열다

바다를 열다

: 개항 그리고 항구도시

해양인문학총서-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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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604g | 182*225*20mm
ISBN13 9791190971003
ISBN10 119097100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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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 20세기에 한반도에 치명타를 먹인 열강들은 모두 해양세력들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대표 격이며,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가 직간접적으로 계류되어있다. 세상의 모든 사태관측에는 안팎의 논리가 있는 법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각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아예 시각을 바깥으로 돌려서 바다 건너 타자들을 주체로 인식하고 반대편에서 바라본다면 한반도 역사의 물마루도 훨씬 명료하게 보인다.
--- p.18

야마가타는 1896년 5월 크레믈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여하여 러시아에 한반도를 38도선에 분할하고자 제의한 육군 군벌의 수령으로 내각총리 대신, 또한 러일전쟁 당시에 전군 참모총장으로 전쟁을 지휘하였으며 이후에 원로로서 정계를 막후 조정하였다. 1890년 수상을 할 당시에 ‘외교정략론’이란 의견서에서 ‘조선은 일본의 이익선(利益線)’이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하여 육군은 죠슈가 장악하고, 해군은 사쓰마가 장악한 역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죠슈 출신들은 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고 한반도로 건너와 식민통치의 기반을 닦았으니 제국의 바다는 이렇게 바닷가에서 생성되었던 것이다.
--- p.41

왜 한국은 제국이 아니었을까, 또는 제국의 기억이 없어서 외교 안보에서 대처하는 방식의 미숙한 것이 아닌가 하고 지적하면,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는 싫다”고 말한다. “민중의 고혈을 짜서, 실체도 불분명한 국가를 살찌우자는 것이냐”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국가는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국가의 보호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이미 일본 제국주의에서 확인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저서 『정치 질서의 기원』에 따르면, 인류의 시작부터 그 형태를 바꿔나갔을 뿐이지, 국가는 늘 존재해왔다고 했다. 무정부주의자들이 원하는 그런 사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p.63

제주 해녀들은 일반적으로 봄에 다른 지방으로 출가하여 5~6개월 정도 물질을 하고 가을 추석 무렵에 제주도로 귀향했다. 한 해 더 벌어서 돌아가려고 겨울철에도 일하며 남아 있는 해녀를 ‘과동녀(過冬女)’라고 불렀다. 제주 해녀들이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전복·해삼·미역 등을 채취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식량 공급 어업에 치중했다면, 일제강점기에는 우뭇가사리·감태 등 해조류를 채취하여 일본에 수출하는 공업용 어업의 원천 인력이 되었다. 국내외로 진출한 해녀의 수입은 객주와 일본 상인 등의 착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내 해녀들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많았다.
--- p.101

제주 해녀 투쟁은 일제강점기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 대중의 항일운동으로서 한국사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2003년 정부는 해녀 투쟁의 전면에 나선 해녀들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함으로써, 비로소 이 투쟁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렸다.
--- p.117

어느 날 아내로부터 외동딸이 정원사의 아이를 가졌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한 헌트 해관장은 권순도에게 권총을 겨누려 했다. 위기를 느낀 이들은 어둠을 틈타 양산 대석리로 도피했다. 화가 난 해관장은 외교관의 특권으로 동래 감리서에 수색을 요구했고, 다음날 권순도는 구치소에 갇힌다. 그러나 헌트의 딸은 식음을 전폐하고 권순도를 그리워했다. 결국 헌트 해관장은 이 사건으로 해관장 업무를 접고, 가족과 함께 1898년 2월 정든 부산항을 떠났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리즈 헌트(Liz Hunt)]였다. 2009년 부산 영화인들이 만들었는데 일반 상영은 되지 않았다.
--- p.147

이들이 만들어낸 명소는 해방 이후 현재까지 인천의 장소 정체성과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만의 명소를 창출하고 도시경관을 만들어갔던 재인천 일본인의 행위는 해방과 함께 청산되거나 단절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적지 않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경관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은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인천의 ‘명소’를 밝혀내는 것은 수탈과 개발의 이분법적인 가치판단에 의한 일제 식민통치의 역사적인 평가를 넘어서 파편화되고 탈각된 기억을 찾아냄으로써 이 땅에 겹겹이 쌓인 장소성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작업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 p.197

인천에는 각국 조계와 일본 조계를 중심으로 도로가 놓이고 주변에 외국인 소유 근대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또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만국공원(萬國公園)이 조성되어서 이국적 도시 풍경을 자아냈다. 독일계 무역상사인 세창양행(世昌洋行)의 기숙사 건물, 해관장을 지낸 존스톤(James Johnston)의 별장, 해관(海關), 세관의 통역관이었던 중국인 우리탕(吳禮堂, 1843~1912)의 저택, 서울 정동의 손탁호텔보다 먼저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대불호텔 등은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 p.217

이처럼 인천과 요코하마는 전쟁과 자연재난으로 큰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인천은 6·25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고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또 인천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해 자본 및 물류의 거점, 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다문화 국제도시로 재도약하고 있다.
--- p.233

영국인들은 공공조계를 통해 상하이에 자본주의와 금융무역을 이식하였고, 와이탄에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들은 건설하여 런던의 템즈 강변과도 같은 도시경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상하이를 예나 지금이나 ‘동방의 파리’라고 부르기를 즐기고 ‘동양의 런던’이라고 부르길 원하지 않는다. ‘동방의 파리’ 상하이라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개항과 문화교섭에 대한 중국인의 역사 인식을 유추할 수 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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