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언제 신고할까?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되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느끼는 감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놀람, 당혹, 두려움, 분노, 자녀의 미래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섞여 마음만 무거워진다. 신고를 하고 싶지만 긁어 부스럼을 내는 건 아닌지 오히려 더 걱정이 된다. 이럴 때 다음의 과정을 따라가며 신고 여부와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가늠해 보는 것이 좋다.
먼저, 자녀 또는 학생과 대화를 하며 피해 지속 기간, 부상 정도, 심리 상태를 알아보자. 만약 자녀가 대답을 못한다면 학교에 문의해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지와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다음은 가해학생과의 연락이다.
아직 신고 전이다. 말로 잘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닌지 가늠하는 과정이다. 연락처를 모른다면 학교에 중재를 요청하면 된다. 전화의 목적은 ‘재발 방지’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서로 주의하자는 내용으로 소통한다. 만약에 가해자 측과 소통에 진전이 없어 재발이 예상된다면 적극적으로 ‘신고’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때부터는 가해자가 다수인지 혼자인지, 왕따인지 은따인지 등 지속적이며 다수의 괴롭힘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선은 넘었다.
혹시 성(性)관련 사안이라면 학교는 의무적으로 관할 경찰서로 신고해야 하므로 형사사건으로 진행될 수 있다. 신고하기로 했는데 증거가 없다면 사인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할 의무는 학교에 있다는 걸 알아두자. 증거가 없다고 신고를 포기하기보다는 학교 측에 잘 설명하여 증거를 협조받을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증거자료,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학폭법 개정 전 학교폭력위원회 결과에 불만족스러워 불복절차를 하신 분들을 보면,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학교폭력 자료는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주장 사실에 맞는 확실한 증거만 제출하면 된다. 그것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심의위원회 위원들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사안을 검토하고 결의해야 한다. 또한 조사를 하는 일선 학교 교사의 업무량도 적지 않다. 그래서 위원회 시작 전에 서류를 검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에서 주장 사실과 맞지 않은 증거가 많은 서류는 열람이 포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해학생이라면 본인 스스로 가해 행위를 했는지 여부와 원인, 사건에 따른 사과 여부, 행위를 하였다면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진술하고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면 된다. 피해학생이라면 가해학생의 행위에 집중해 준비하면 된다.
꼭 이기고 싶은 마음에 상대학생의 학교 내 평판, 수업태도, 일진 여부, 선생님에게 서운한 점,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 등은 다 불필요하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항목을 ‘기타’로 잡아 거기에 따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시행
2020년 3월부터 개정된 학폭법이 시행되었다. 개정의 주요 골자는 ‘학교 단위’에서 해결하던 방식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징계와 처벌 중심에서 교육적 선도로 해결 방법을 찾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명칭도 학교에 설치되었던 학교 내 ‘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각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변경되어 담당했던 업무를 이어가게 된다.
언뜻 보면 학교의 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정도로 이해될 수 있으나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만약 모든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지원청으로 넘기면 어쩔 수 없이 업무폭탄을 받아 부담을 받는 것이 마찬가지다.
특히 과반수가 해당 학교 학부모위원으로 구성된 학폭위와 다르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3분의 1 이상만 관할 구역 내 학교 소속 학부보이며 전체 인원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학부모 위원의 전문성 부족과 경미한 사안도 자치위원회 심의대상이 돼버려 교육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사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게 할 수 있으며, 전담기구로 하여금 학교의 장의 자체해결 여부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복방법
개정된 학폭법에 따라 심의위원회로부터 결과 통지서를 받았는데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불복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개정 전에는 불복은 ‘재심’절차를 통해 다퉜는데 문제가 많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재심 청구 기관이 달라 이원화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 복잡했던 재심절차가 사라지고 무조건 ‘행정심판’ 혹은 ‘행정소송’으로 다퉈야한다.
개정 전에는 ‘재심 → (기각되면) 행정심판 → 행정소송’이었는데 재심이 사라지면서 ‘집행정지의 효과’(예, 가해자가 심의위원회로부터 전학 징계를 받은 경우 2주 안에 전학을 가야 하는데 재심을 신청하면 그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학 집행이 정지된다)도 사라져 가해자 입장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효용이 사라져버렸다.
행정심판은 현재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한 과정이다. 즉 가해자라면 징계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피해자라면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심사숙고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심판은 심리위원회의 심리 및 징계 결정이 위법·부당하므로 이를 취소 변경해달라는 신청절차이다. 그래서 위원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어떤 결의를 거쳐 결과가 나왔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학폭법에 따르면 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 신청하여 복사 열람할 수 있다. 복사를 할 때 ‘개인정보만 가리고 모든 내용이 나와 있는지’ 여부는 열람 복사 시 꼭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