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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진부함

폭력의 진부함

: 얼굴, 이름, 목소리가 있는 개인을 위하여

카이로스 총서-067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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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비판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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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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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28*188*30mm
ISBN13 9788961952453
ISBN10 896195245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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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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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사람의 범위가 협소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차별받던 약자들이 ‘모든 사람’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린다. 약자와 소수자는 위험 앞에서만 보편적 사람이 된다. 그들이 겪는 예외적 상황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 ‘보편적’ 인권을 끌어온다. 그것이 차별이다. ‘모든 생명의 문제’, 이런 표현은 사회에서 약자와 소수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의롭게’ 제압하는 방식이다
---「2부 1장 보이지 않는 인간」중에서

총기 소유가 불법이니 한국 남성들은 여성에게 총을 쏘진 않지만 활을 쏘고, 정액을 뿌리고, 잉크를 뿌리며 남성권력을 과시한다. 이때 활, 잉크는 성기가 연장된 도구이다. 나아가 각종 소형 카메라와 드론까지 동원해 확장된 시선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 ‘쏘고 찍는’ 행동에는 반드시 대상을 향한 권력이 가득한 응시가 있기 마련이다. 여성은 피사체, 극단적인 관음증의 대상이자 과녁이다. 불법촬영 동영상으로 자살한 많은 여성들. 이들에게 카메라는 정말 총으로 작용했다. 총이 없이도 수많은 남성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여성들을 죽인다. 여성에게 폭력적인 영상이 ‘음란물’로 소비되는 구조에서 여성은 ‘무엇’인가.
― 2부 1장 보이지 않는 인간」중에서

인격이 없는 사물은 괴롭힘에 반응하지 않기에 권력을 확인할 수 없다. 로봇이나 인형은 고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여성이 고통에 반응하고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하면 하나의 인격적 존재가 마침내 몰락했다는 쾌감이 증폭된다. 여자의 고통은 성애의 대상이 되어 돈벌이가 된다. ‘유작 마케팅’은 그래서 가능하다. 여성의 죽음은 성착취물의 상품성을 높여 주고 돈으로 가치가 환산된다.
---「2부 2장 보여지는 인간」중에서

‘직원 폭행 동영상’은 폭력을 고발하는 역할을 하지만 성착취물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지 않는다. 이 두 종류의 영상을 대하는 다른 태도가 바로 이 사회에 감춰진 오래된 폭력이다. ‘야동’이라는 작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불법촬영 동영상은 오락물이기에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고발도 전달받지 않는다. 오히려 영상 속의 여성이 울부짖고, 거부하고, 살려 달라고 사정할수록 남성 권력에 도취된다. 그렇기에 ‘야동’은 그 자체로 폭력의 결과이며 수단이다.
---「2부 2장 보여지는 인간」중에서

‘나도 당할 수 있어’를 느끼는 사람과 ‘나까지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마’라는 감정을 우선 드러내는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경험한 자’와 ‘해석하는 자’의 괴리감은 권력 차이에서 발생한다. ‘너도 당하고 싶어?’라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과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 ‘내 문제’가 아니라 ‘너도 당할 수 있다.’고 ‘남의 일’로 만드는 사람은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석한다.
---「2부 3장 듣는 인간에서 말하는 인간으로」중에서

‘한국 문학의 상징’을 걱정하며 마치 맡겨둔 노벨상을 돌려받지 못하기라도 할 것처럼 두려워하는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이 사회에 성범죄가 어떻게 안전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우상을 지키느라 사회의 통증을 외면하는 문학의 언어야말로 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성적 착취를 예술이라는 방어막 안에서 쌓아온 이 폐단의 악취를 맡지 못한다면 이미 함께 썩었다는 뜻이다. 성범죄를 격려하고 가해자를 위로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착취의 구조를 세우고 있는 기둥이다.
---「2부 4장 너는 누구냐」중에서

코로나19로 마스크 수급이 부족해지자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과 무늬의 천으로 손바느질을 하거나 재봉틀 앞에 앉아 나와 타인을 위한 마스크를 만드는 이들도 대체로 여성이다. 타인의 몸과 열정을 착취하는 창작이 아니라 돌보고 연결되는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창작이 우리에게는 더 절실하다.
---「2부 4장 너는 누구냐」중에서

앞서 살펴보았듯이 여성이 하는 말은 훨씬 공손하지만, 여성에 관한 말은 상스럽다. 여성은 공손한 발화자여야 하지만 쉽게 멸칭의 대상이 된다. 언어가 없는 사람과 언어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능할까. 대부분 사회적 약자는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한다. 마음속에서 움터 나오지 못한 채 우물거리는 말과 그가 입 밖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말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2부 5장 싸우는 인간으로」중에서

도로공사 요금 수납원들은 원래의 위치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다. 사법부도 이들의 목소리가 옳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톨게이트 아줌마’들이 ‘정규직 시켜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줄 안다. 이 투쟁은 또다시 역사가 될 것이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싸우는 여자들의 존재는 단순하게 말하면 ‘여기 사람이 있다’는 존재 증명이다.
---「2부 5장 싸우는 인간으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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