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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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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81쪽 | 258g | 128*188*13mm
ISBN13 9788932037608
ISBN10 893203760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죽음에 다가선 사람들을 눈여겨보았다. 남자와 여자, 나이 든 자와 어린아이. 한때는 모두가 같은 시간 위를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저마다의 삶을 끝내고 모여들었다. 간절하게 죽음에 이르고 싶어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도 있었다. 나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걱정과 부러움이 묻어났다. 무심한 듯 툭툭 뱉어내는 사람들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시간은 선택하는 게 아니야. 주어지는 거지.’
--- p.70~71

이유도 모른 채 삶을 떠나왔다는 사실에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그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남은 생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무엇과도 마주할 용기가 없는 심정을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봐 나는 더 움츠러들었다.
--- p.106

“고생했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왈칵 감정이 솟구쳤다. 눈두덩이 뜨거워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리고 괜히 헛기침을 했다. 지워진 기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 힘든 시간을 지나온 것 모두에 해주는 위로의 말 같았다. 선생님은 내가 견뎌내고 있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널 믿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 네가 몰라서 그렇지.”
선생님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 p.123

죽음에 가까워진 뒤로 과거를 되짚어본 적은 있어도 미래를 그려본 적은 없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똑같이 펼쳐질 거라는 예견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갖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무언지 아직 갈피를 잡을 수는 없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하나만 있어도 살아야 할 이유가 될 거야.’
--- p.157

‘여기서 보면 더 잘 보여.’
세라의 말에 나는 이끌리듯 움직였다. 몇 걸음 뒤에서 보니 시야가 달라졌다. 가장자리에 섰을 때는 발밑을 보게 되었는데, 뒤로 물러서니 멀고 높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를 보는 것보다 멋진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 p.17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고등학교 2학년에 막 올라간 율은 사고를 당해 3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친구 은찬의 집에 모여 여럿이 함께 놀고 있었는데 자신이 왜 비까지 내리는 늦은 밤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집으로 오는 익숙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서 사고를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잠들어 있는 동안 율은 길고 깊은 꿈을 꾸었다고 믿었다. 아라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황세라.” 율은 자신이 꿈이라 믿었던 세계에서 만난 친구, 그 이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쌍꺼풀이 없는 눈과 뾰족한 턱을 가진, 키는 나보다 한 뼘 정도 작으면서 예리한 눈빛을 한 그 아이는 세라가 아니었다.

“우리 언니는 죽었어. 1년 전에.” 믿을 수 없던 율은 아라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선명하게 기억이 떠오르는 세상과 현실의 지워진 기억 사이에 비밀처럼 숨겨진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 아라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율을 밀어내지 못한다. 너무나 그리워 놓아주지 못한 언니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서. 그렇게 둘은 사고 당일의 발자취와 율이 경험한 특별한 세상 이야기를 따라 조금씩 비밀의 실체를 함께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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