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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3

용기의 땅 1부 3

: 피와 뼈

리뷰 총점9.6 리뷰 27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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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26g | 153*220*19mm
ISBN13 9791165180768
ISBN10 116518076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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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별들이 구름에 가려지는가 싶더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들은 굴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갔다. 스카이가 길이 너무 멀다고 수없이 되뇌었을 때,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 왔다. 비구름 사이로 해가 나자 옅은 빛줄기가 작은 골짜기를 비추었다. 스카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독수리들이 골짜기 위에서 빙빙 돌다가 그곳에 내려앉았다. 스카이는 숨을 죽인 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한낮처럼 더워졌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위대한 부모가 이 골짜기에 있을지도 몰라.’
골짜기에는 꽤 넓은 땅이 펼쳐져 있었다. 긴 수풀은 푸르렀고 덩굴이 바위 더미를 감싸고 있었다. 다른 동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풀을 뜯는 임팔라도 없었고, 서둘러 달아나는 도마뱀도 없었다.
잠시 후, 스카이는 숨이 멎는 듯했다. 그곳에는 죽은 동물들뿐이었다. 버려진 뼈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아직 살점들이 붙어 있었다. 뼈 무더기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록의 큰 머리를 넘어 한없이 치솟아 있었다. 독수리들이 뼈 무더기 위를 빙빙 돌았다. 촘촘히 줄을 맞춰 날개를 기울이더니 마침내 땅에 내려앉았다.
윈드라이더는 아직 하늘에 있었다. 스카이가 자세히 보니, 발톱으로 다리뼈를 붙잡고 있었다. 윈드라이더는 그것을 뼈 무더기에 놓지 않았다. 그녀가 스카이의 앞으로 내려앉아 다리뼈를 두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 코끼리의 머리 위로 천천히 원을 그렸다.
다른 독수리들은 반원형으로 웅크리고 앉아 말없이 뼈 무더기를 바라보았다. 털과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은 뼈 무더기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죽음의 냄새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제일 위에는 작은 갈비뼈가 놓여 있었다. 원숭이의 뼈인 것 같았다. 중간쯤에는 비쩍 마른 다리뼈가 튀어 나와 있었는데, 매끄러운 발굽이 아직 붙어 있었다. 그 아래로는 오릭스의 뿔이 달린 두개골 반쪽이 있었다. 얼룩말의 두개골은 기울어져 스카이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빨이 덜렁거렸다. 스카이는 얼룩말의 텅 빈 눈구멍을 보자, 그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스카이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코가 부들부들 떨렸다.
“대체 저게 다 뭐야?”
록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스카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먹구름이 해를 스쳐 지나가자 눈부시던 빛줄기가 희미해졌다. 스카이는 자신을 비롯해 주변이 온통 죽은 동물들의 불안한 영혼에 휩싸인 것 같았다. 그들의 속삭임이 거미처럼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어들어 오는 느낌이 들었다.
스카이는 알아내야 했다.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히 알아야 했다. 그녀는 윈드라이더가 두고 간 뼈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코를 뻗어 뼈를 건드렸다. 스카이는 버팔로가 되었다.
[중략]
스카이는 코를 휘저으며 다른 뼈들도 하나씩 만져 보았다. 그녀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뒤로 물러섰다. 스카이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윈드라이더를 올려다보았다.
“모두 살해된 동물들이군요. 스팅어가 저지른 짓인가요? 그런 거예요?”
스카이는 윈드라이더가 초식동물들이 사용하는 풀의 언어를 알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천천히 날갯짓을 하던 윈드라이더는 한참 동안 슬픔 어린 눈으로 스카이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이! 뭐라는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록이 물었다.
“스팅어가 저들을 죽였어.”
스카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뼈 무더기를 보며 숨을 헐떡였다.
“전부 스팅어가 그런 거야.”
--- pp.196-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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