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90g \| 14319520mm
ISBN13	9791195006328
ISBN10	1195006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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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많은 할머니가 되기 위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미술, 음악, 사진, 패션 공부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 그 영향으로 할 수 없이(?)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정서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라 지금도 장르를 망라한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옷을 좋아한다. 유학 후 영화기자가 됐다. 감독, 작가, PD 등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너무 많다. 새로운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는 글로 정제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다음 여행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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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세 개, 욕실 하나, 주방하나인 아파트에서 나와 프랑스인 마리, 그리고 엘이 함께 살았다. 이런식으로 같이 사는 것을 ‘빡따제(partager, 나누다)’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라온 문화나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다가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원룸 형태의 스튜디오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좋은 룸메이트를 만난 행운으로 마리와 엘과 사는 내내 즐거울 수 있었다.
---「크리스티앙, 세바스찬 그리고 엘」 중에서

택시에 올랐는데,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택시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웬일이었을까? 항상 택시를타면 뒷자리에 앉았는데, 나는 앞문을 열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런 음악을 듣고 있는 기사는 어떤 양반이지? 싶어 운전기사를 쳐다봤다. 뿔테 안경에 낡아서 색이 바랜 니트를 입은 그는 뒤늦게 공부에 뛰어든 대학원생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누구의 연주냐고 물었다. 그는 빌 에반스라고 답했겠지. 빌 에반스. 재즈 뮤지션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전까지 그의 연주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택시 감상실」 중에서

전시품 파악이 끝날 무렵 갤러리들을 살펴보니 의외로 데이트족들이 있었다. 그림도 아니고 뼈를 보러 오는 연인들? 호기심에 관찰하다가 그들이 왜 페이지 박물관을 선택했는지 알게 됐다. 번잡하지 않고, 아늑하기까지 한 그곳은 연인들이 자신들만의 대화에 빠지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곳곳에 번체까지 있어 뼈를 보며(?) 색다른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서 공원에서 싸온 음식들을 먹으면…… 완벽한 코스다 싶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데이트하기」 중에서

부족함과 그리움은 형제지간이다. 나의 부족함이 너를 그립게 만든다. 늘 땅바닥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가끔 허공에 한 발 정도 들려진 상태로 걷는 시간이 필요하다. 날지 못하는 부족함이 새의 날개를 그리워하듯이 우리는 늘 이편에 서서 저편을 바라보기 마련이니까.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을 걷는 일이나 일상 속에서 그 낯선 곳의 기억을 되짚는 일은 그래서 긴 삶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어쩌면 그 잠깐의 연속이 우리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잠깐의 편린들을 마주하는 건 그래서 우리네 삶의 축복이다.
이 책이 내겐 그렇다.
- 정덕현 (문화평론가)

때로는 찰나의 기억이 전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아니다. 여행을 떠올리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차창 너머 바라봤던 하늘. 카페 맞은편 누군가의 얼굴. 그리고 그때 나의 느낌. 같은 곳을 여행했다 하더라도 그 지점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 ‘다름’에 여행 에세이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특별한 시선과 감성 넘치는 사진으로 그런 지점을 길어올려 보여준다. 그것도 느낌있는 글과 사진으로 멋진 재료를 더욱 멋지게 버무려 내었다.

한지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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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뮌헨, 도쿄, LA 그리고 그 밖의 도시들 여행이 남겨준 긴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서른 중반, 몇 번의 떠남과 돌아옴을 경험한 저자는 여행 뒤에는 숙명적으로 그리움이 남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행지에서 마주했던 낯선 풍경, 사람, 공기의 기억은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불쑥 솟아오른다. 그리움이 된 그것은 여러 형태로 발화된다. 단지 어딘가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과감하게 비행기 티켓을 ‘지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들었던 가슴 떨리던 음악 하나가 치열한 현실 속 하루의 작은 활력이 되기도 한다. 여행 뒤에 남은 그리움은 그래서 매혹적이다. 파리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덕분에 커피 취향이 바뀌기도 하고, 도쿄 거리에서 만난 친절한 할아버지로 인해 여행을 할 때면 낯선 사람에게 좀 더 마음을 열겠노라 다짐하기도 한다. 늦은 밤 택시를 탈 때면 어느 여름밤 파리의 택시 안에서 들었던 빌 에반스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공항에서 만났던 그로 인해 공항에 갈 때마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는 다른 이유로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일상에서 문득 나를 그리움에 젖게 했던 추억들과 여행지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그 무엇들에 관한 이야기들의 모여 이 책이 됐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낯선 곳에서는 최대한 현지인인척 하기 감각적인 글과 사진으로 일상과 여행, 그 경계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몇 년에 걸쳐 기록한 떠남과 돌아옴의 흔적이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든, 길든, 짧든 저자의 여행관은 확고하다. 여행지에 가면 더 게을러진다. 한정된 시간 속에 더 많은 도시와 장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를 정해서 그 도시에 상주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최대한 현지인인척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거기 살았던 사람처럼 그 도시의 일상을 즐긴다. - 본문 중에서 파리, 뮌헨, LA, 도쿄 그리고 그 밖의 도시에서, 저자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서 있는 듯 보인다. 여행자도 생활인도 볼 수 없는 ‘사이’를 느끼고 그 순간을 포착한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일상의 면면은, 영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능숙한 영화 기자 특유의 시선이 더해져 감각적인 언어로 탈바꿈한다. 더불어 소소한 풍경이 가진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포착하여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여행의 즐거움이 ‘사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따뜻하게 했던 또는 기쁨을 안겨주었던 이야기도, 사람도, 의외로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그런 것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잊고 살아간다는 사실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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