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14022512mm
ISBN13	9791197136207
ISBN10	119713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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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달의 역사 	 (A History of the Moon) 		그대에게 		Dear Friend 		달의 역사 		A History of the Moon 		선(禪) 		Zen 		다른 주기도문 		Another Lord’s Prayer 		잠든 아이의 손 냄새를 맡으며 		Smelling the Hand of a Sleeping Child 		영혼 		Sensation 		가부장제에게 		To Patriarchy 		결단 		Decision 		문향재(聞香齋)에서 		At MoonHyangJay 		자궁교를 창시하며 		Founding Wombism 		사랑하는 임제(臨濟) 		Dear My Love, Lim Je 		제목 없음 		Untitled 		마태복음 5장3절 		Matthew 5:3 		군인 		A Soldier 		지극히 존엄한 것들 		The Most Sacred Things 2부	그 시절 	 (In Those Days) 		기다림 		나이 꽃 		지복 		영주에게 		담배 		마음의 이력서 		청상 		벗 		닭발을 뜯으며 		이 순간 		누군들 시한부 인생 아니랴 		시절 		한때 		세상 모든 남편 		화장품가게 쇼윈도우 앞에서 		아픈 새벽에 		거울	 		나이 		엄마 마음 		연꽃	 		흰머리 		님 		어느 밤 풍경 		모정(母情) 		젊은 여자가 		보지 		시인 		노래에게 		야만주의 시대 		우편물 		누더기 		찬송가 109장 		나의 시론 		유학생 부인 		내 안의 호랑이 		선물 		수제비 		어느 국제 여성운동가에게 		이름 		나의 경제 		남편 		장마 		마태복음 5장13절 		눈빛 3부	순일한 짐승 하나 	 (A Simple Animal) 		바람골 		빛나는 시절 	 마음의 빈자리 		밥하기 싫다 		자전거 아가씨 		봄 햇살의 행복 		이매창(李梅窓)을 기리며 		사랑받고 싶어요 		갱년기 		54세 		그녀를 그리며 		알고 나서부터 		당신 알아요? 		새들의 웃음소리 		그래야 하는데 		봄, 여의도에서 		은거(隱居) 		우체국 가는 길 		심경(心經) 		화인(花印) 		내가 뿌린 생명의 씨앗은? 		순일한 짐승 하나 시론 아웃사이더의 미학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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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유지현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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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태양 여자는 달이라는 등식은 거부하지만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가 솔라리즘*이라면
나는 기꺼이 달이 되련다

태양이 자본이라면 나는 뭇 생명
태양이 중심 도시라면 나는 변방 숲속
태양이 가격이라면 나는 보이지 않는 가치
태양이 고속도로 스피드라면 나는 흙길 산책하는 두 발
태양이 과학 문명이라면 나는 자연의 섭리 따르는 원시인
태양이 영어와 달러라면 나는 지방사투리 쓰는 십원짜리 동전
태양이 기독교 외침이라면 나는 민족 종교의 침묵
태양이 주식이라면 나는 배고픈 눈동자
태양이 인터넷이라면 나는 기다림 설레는 우체부 편지
태양이 집단이라면 나는 고적한 외로움
태양이 텔레비전이라면 나는 무명 시집
태양이 새 상품이라면 나는 재활용 물건
태양이 두뇌로 쓴 책이라면 나는 체험하는 가슴
태양이 일반인이라면 나는 어디 조금 불편한 장애인
태양이 가족이라면 나는 홀로 늙어 가는 이혼녀

태양이 인간이라면 나는 지렁이
태양이 지배와 폭력이라면 나는 헌신과 나눔
태양이 공격과 성공이라면 나는 치유와 연민
태양이 전깃불이라면 나는 촛불

양지는 스스로가 전부인 줄 착각하지만
음지에 서야 비로소 세상 구석구석 다 보이는 법
자매들아 언니들아 내 사랑들아
더 이상 태양을 꿈꾸지 말고
우리끼리 당당히 달의 역사를 만들자
작은 들꽃 주고받으며
인절미 찐 고구마 나눠 먹으며
네 자식 내 아이 서로 보듬어 주며
꽃보다 뿌리가 되어 보자
양지보다 너그러운 그늘이 되어 보자

* 솔라리즘 : 태양중심설
--- 「달의 역사」중에서

흙에 계신 우리 어머니,
이름이 서러이 여김을 받으시오며,
모태에 임하옵시며,
생명 향한 지극정성 땅에서 열린 것같이
우주에서도 열리어지이다.
오늘날 각자에게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을 만큼의 일용할 양식과 생계수단을 주옵시고,
어느 부자가 가난한 이에게 돈 빌린 자의 당연한 이자를
삭감해 준 것같이 우리 탐욕을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자기기만의 늪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교활함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상처와 연민과 민초를 통한 구원이
어머니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 「다른 주기도문」중에서

웃기지 마라,
바닷물이 쩍 갈라져도
이건 내 새끼다
길거리에 퍼질러 앉아 통곡을 쏟아도
이건 내 새끼다

여자한테 철학이 없다, 사상이 없다
떠들지 마라
새끼 하나 피 흘려 내보내
오줌똥 가려 사람구실하기까지 온전히 키워내는 일 말고
세상에 무슨 철학이 있고 별다른 사상이 있겠느냐

하루에 똥기저귀 스무 개씩 쏟아질 때도
등허리 휘어가며 보송보송 빨아말린 것도 내 손이고
배고파 울며 칭얼댈 때
실컷 먹여 푸욱 잠재운 것도 내 젖이다
3킬로짜리가 6,9,15 킬로그램 커단 돌덩이로 변할 때도
무거운 줄 모르고 처네포대기 질끈 둘러
식은땀으로 이마 적시며 장 보고 밥하고

은행 가고 쓸고 닦은 것도 내 육신이다

수줍던 내 얼굴에 기미가 끼고
연분홍 처녀유두가 시커먼 젖꼭지 됐고
자궁은 쇠약해졌으며
날씬하던 내 몸매는 어깨 굵은 억척아줌마 됐다
오냐, 보아라 이 모든 것이 생명을 길러낸 증거다
그래, 네 몸뚱이 하나 건사한 너에게
지금 무슨 흔적이 남았느냐

아비의 성을 따르게 하면 전부인줄 아느냐
단 한 방울의 정액 말고 네가 준 것이 무엇이냐
대명천지 이 세상에 “우리 엄마” 소리에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 있다면 나오라 해라

인간이 인간을 낳아
비로소 창조신의 반열에 오르는
출산의 피 흘리는 가슴벅참을,
온몸의 208개 뼈 마디마디를 다 벌려

우주의 깊은 수렁에서 뽀얀 달덩이 하나
건져올리는 그 혼신의 고통과 희열을
네가 감히 어찌 알겠느냐

인도 가서 여신의 이름을 묻지 마라
유럽땅 성모마리아의 미소가 우아하다
찬양마라
기골이 장대한 네 잘난 어깨 뒤로
쭈글쭈글 늙고 병든 네 어미의
초라한 육신이 보이지 않느냐
조선반도 방방곡곡 무명의 흰 깃발로
펄럭이고 있는 네 어미들의
혼의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너는 나더러 지독한 년이라 이를 갈지만
그 아이의 순결한 영혼에
나는 천둥이다 번개다
촉촉 스미는 빗방울
일생토록 곁에 있을 봄바람

아침햇살이다

오, 하찮은 가부장제여
끝까지 나는 너를 조롱하겠다
확확,
찢어발겨도 시원찮은
껍데기 이데올로기여

--- 「가부장제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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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웃사이더의 미학 김명주(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유지현의 시는 담장너머 바깥에서 멀찌감치 서성이는 것들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이름하여, ‘아웃사이더의 미학’이다. 아웃사이더 주제는 다양한 은유로 변주된다. 가장 핵심적인 은유는 단연코 “달”이고, 그 외 “여성”, “자궁”, “피”, “그늘”, “땅”, “흙”, “여백”, “흙 묻은 신발”, “작은 들꽃”, “찐 고구마” “뿌리” “가난” 등등으로, 지배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것들을 은유한다. 태양 때문에 소외된 달, 남성 때문에 소외된 여성, 가부장제 때문에 소외된 모성, 경제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을 유지현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이야말로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한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태양”이다. 유지현은 가장 밝고 힘 있는 “태양”은 뒷전으로 하고, 별 볼일 없을 수도 있는 아웃사이더 “달”에 주목 한다. 달은 해의 밝기에 비하면 별 볼일 없을지 몰라도, 달의 아름다움은 태양을 능가한다. 어차피 태양은 육안으로는 감히 볼 수조차 없으니까. 아름다움은커녕. “달”은 참 이상하게도 “여성”과 친연성이 있다. 달이 태양의 타자이듯, 여성은 남성의 타자로 존재해왔다. 그렇게 닮았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달의 주기가 28일이듯, 여성의 생리도 28일 주기다. 바바라 모어(Barbara Mor)에 따르면, 먼 옛날에는 여성들이 달의 주기에 따라 다함께 생리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믿기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마치 바다가 달의 힘에 의해 밀렸다 쓸렸다 하는 것처럼 여성들 몸 안의 피도 함께 밀렸다 쓸렸다 했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유지현은 팔루스(phallus 男根像)의 권력에 밀렸던 여성의 자궁을 찬미하여 “자궁교”를 창설한다. 여성의 자궁은 ‘페니스의 부재’가 아니라, 당당한 “두 입술”(뤼스 이리가레 Luce lrigaray 프랑스 철학자)이며, “생명을 창조하는 존엄한 자궁문”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타자였던 여성은, “출산의 피를 흘림으로써” “비로소 창조신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여성이야말로 진짜 창조신이다. 그리하여 유지현은 “양지”가 아닌 “그늘”을 꽃으로 여긴다. 꽃은 생명의 절정, 유지현의 시에서는 양지가 아닌, 그늘이 바로 생명의 절정이다. 주변에 있는 것들은 너도나도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런데 막상 중심으로 진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중심이 주는 특권과 안락에 도취되어 다시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유지현은 다르다. 주변이 오히려 중심이고, 그늘이 오히려 꽃, 생명의 절정이라고 말한다. “새벽 창가에 홀로 정좌한/ 가난한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유지현의 시 중 가장 기발하다고 여겼던 시는 ‘다른 주기도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참 놀랍기만 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흙에 계신 우리 어머니”로 바꿔버리고, 아버지의 “거룩함”이 아니라, 어머니의 “서러움”으로 뒤바꿔버렸다. 결국 “하늘” 대신 “흙”, “아버지” 대신 “어머니”, “거룩함” 대신 “서러움”인데, 이들 모두 권력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찬미다. 나는 이 시가 좋아 몇 년 전 공군사관학교에서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강의 요청이 왔을 때 공사 생도들에게 유지현의 시 ‘다른 주기도문’을 읽어 주었다. 중심에서 소외된 것들을 찬미하면서도 유지현은 아웃사이더들의 삶이 고단한 것임을 잘 안다. 아웃사이더가 아름답긴 해도, 그 삶의 서러움이 영 가시는 것은 아니다. 서러우면서 동시에 처절하게 아름다운 생! 그래서 “목숨은 본디 서러운 것이고”, 생은 “스산한” 것이고, 생은 “비극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고, “불우의 기운”이 생을 감싸고, “산다는 것은/폐허 같은 길 위에/ 서러운 알몸으로 서 있는 일”이고, “생은 본디 분분히 떨어지는 낙화 같은 것”임을 잘 안다. 또다시 살아내야 하는 생은 “발등 아래” “절벽”처럼 아득한 것이다. 생에 대한 비극적 인식은 모두가 “시한부 생”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지 않는 생명은 없는 법,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생명은 없으니까. 그래서 생의 본질은 본디 스산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의 고단함과 비극성이 결단코 허무주의나 냉소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삶에 대한 유지현의 열정은 “3천도 가슴”처럼 “부글거리”고 있다. “생명이/최고이자 최후의 가치”임이 “골수에 사무치”고 있다. 유지현은 “강물에 반짝이는 작은 햇살”, “새싹 같은 걸음마”에도 따뜻하고 황홀하다. 그녀의 가슴에는 “붉은 장미꽃”이 피어난다. 중심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한 위로가 넘쳐난다. “햇살 같은 위로”로, “국밥 한술”로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생은 본디 스산해도, 스산한 생을 그저 견딜 뿐 아니라 서로 위로하는 마음들은 따뜻하고 아름다울 터이니. 중심에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호랑이”처럼 단호히 포효한다. 가난에 등 돌리고, 허명을 쫓는 위선적인 국제 페미니스트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자본과 문명”을 “시궁창”, “누더기”, “야만의 시대”라 칭한다.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둣한 초연함이 한껏 치열했던 서른 중반을 지나, 오십 중반의 유지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얄밉기도 했던 남편은 이제 “젤 좋은” 동반자이고, 이젠 “밥하기”를 싫어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늙은 여자로서, “꽃비 같은 사랑을 뿌리는” “순일한 짐승”으로서, “걸림 없이” “강물처럼/시원한 바람처럼” 살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낙엽처럼 성숙을 향해 가고 있”는 모양이다. 한때 치열했던 초연함이 이제 한층 더 넉넉하게 초연해진 듯하다. 여성주의적 맥락뿐 아니라 유지현은 기독교(‘마태복음 5장3절’, ‘찬송가 109장’), 불교(‘심경’, ‘사랑하는 임제’), 원불교(‘문향재에서’) 등 종교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사유를 하고 있고, ‘군인’이라는 시에서 보여주듯 어떤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시적 감수성을 보여 준다. 나도 젊은 시절 ‘살아있음’을 확인하듯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성공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나는 재주가 없어서 오래전 창작에 대한 열정을 묻고 말았지만, 삶의 느낌들을 시작(詩作)으로 소소(炤炤)히 풀어 한권으로 모아내는 유지현이 부럽다. 롤로 메이(Rollo May 미국의 임상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창조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함을 표현한다. 창조성은 존재의 당연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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