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자.”
단호하면서도 확신에 찬 음성이었다. 유준이 혜민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표현해 오긴 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사귀자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혜민의 마음이 지운에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이 여자는 자신에게 줄 마음 따위는 없어 보여 점점 불안했다. 활동이 바빠지고, 가끔씩 연락이라도 하는 승현과는 달리 자신에게는 연락 한 통 없자 결국 그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불쑥 찾아와 버린 것이었다.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하지만 유준의 말에 놀랐는지 혜민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멍하니 유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못 들었어? 나도 이제 기다리는 거 더는 못하겠어.”
“너도 알겠지만 나는 지운…….”
“당장 나 사랑해 달라고 안 해! 그냥 내 옆에만 있으라고. 내 옆에 있으면서 너도 나 알아 가고, 그렇게 노력해 보자는 거야. 내 사랑이 얼마나 간절하고 내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지 이제 좀 알아 달라는 거야. 기회 정도는…… 줄 수 있잖아?”
아까 당당하게 소리치던 김유준은 어디로 갔는지 눈앞의 남자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혜민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유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여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고 했던 아빠의 말이 혜민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