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우세스러운 처녀
보르처, 내 예쁜 딸아,
치마 앞이 왜 자꾸 짧아지누!
재단사가 재단을 잘못하고,
재봉사가 재봉을 잘못했죠!
자 가거라, 어서 가거라
저 캄캄한 감옥으로.
저 캄캄한 감옥에서
단두대 위로.
잠시만요, 엄마,
잠시만 기다려 줘요,
죈지바리 도련님께
편지 한 장만 쓰게 해 줘요 .
제비야, 제비야,
내 가장 빠른 제비야!
이 내 편지 전해 다오
죈지바리 도련님께!
저녁 무렵에 도착하면,
도련님 베개 위에 올려 주고.
정오 무렵에 도착하면,
도련님 진짓상에 올려 주렴.
읽고 또 읽어 보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볼 수가 없네.
떨어지는 눈물에
글은 젖어 번져 가네.
마차꾼아, 마차꾼아,
내 가장 빠른 마차꾼아:
어서 마차에 올라라!
힘껏 고삐를 당겨라!
화살처럼 재빠르게!
번개처럼 쏜살같이!
헌고디 보르발러를
살아서 만나야 하리!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친절하신 부인!
헌고디 보르발러,
따님은 어디 있나요?
수건 빨래하려고
냇가에 나갔다오.
죈지바리 도련님께
요렇게 둘러대네.
냇가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죠.
헌고디 보르발러,
따님은 어디 있나요?
은방울꽃을 꺾으려
숲에 나갔다오.
죈지바리 도련님께
요렇게 둘러대네.
숲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죠.
헌고디 보르발러,
따님은 어디 있나요?
내 더는 뭐라 둘러대겠소,
모든 걸 말해 줄밖에:
뒷방으로 들어가 보소,
침대로 가서 보소.
뒷방 침대 앞으로
열두 손수건 펄럭이네.
뒷방 침대 앞으로
열두 동무 곡(哭)을 하네.
방 안에 든 도련님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날카로운 칼을 내어
자신의 심장을 찌르네.
내 피는 그대 피와
한 냇물이 되어 흐르고,
내 심장은 그대 심장과
한 무덤이 되리라!
이 몸을 묻어 주소
예배당 앞에,
헌고디 보르발러는
예배당 한가운데.
아무 흠도 없는 태아는
재단 앞에.
--- 본문 중에서
● 기만(欺瞞)당한 남편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마당 안에 기병의 말은
어찌 된 영문이오?
아이, 당신도 참, 뜬금없이,
기병의 말이라니?
조금 전 돌아온 리슈커 암소를,
당신이 보았겠죠!
빤작빤작 말발굽 단 리슈커 암소를
아, 대체 누가 보았단 말인가,
별이 총총한 하늘과,
이 세상이 존재한 후로!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옷걸이에 기병의 코트는
어찌 된 영문이오?
아이, 당신도 참, 뜬금없이,
기병의 코트라니?
새로 산 예쁜 숄 하나를,
거기 걸어 두었죠!
금단추 장식을 단 숄이라
아, 대체 누가 보았단 말인가,
별이 총총한 하늘과,
이 세상이 존재한 후로!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내 간이 의자 위에 군화는
어찌 된 영문이오?
아이, 당신도 참, 뜬금없이,
대체 군화가 어디 있다고?
조금 전 씻은 우유 단지를,
거기 두었는데!
박차가 달린 우유 단지라
아, 대체 누가 보았단 말인가,
별이 총총한 하늘과,
이 세상이 존재한 후로!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여기 옷걸이에 이 반짝이는 검(劍)은
어찌 된 영문이오?
아이, 당신도 참, 뜬금없이,
여기 어디에 검이 있다고?
어제 산 총채 하나를,
거기 두었는데!
빤작빤작 칼집에 든 총채를
아, 대체 누가 보았단 말인가,
별이 총총한 하늘과,
이 세상이 존재한 후로!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당신 침대 위에 이 군인은
어찌 된 영문이오?
아이, 당신도 참, 뜬금없이,
대체 군인이 어디에 있다고?
독감에 걸린 하녀를,
눕혀 두었을 뿐인데!
팔자 모양 콧수염의 하녀라
아, 대체 누가 보았단 말인가,
별이 총총한 하늘과,
이 세상이 존재한 후로!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무슨 일이오?
야간 무도회라도 벌여 봅시다
자 내가 원하오!
아이고, 하느님, 아이고, 제게!
어찌 그런 무도회를,
한켠에 물 먹인 밧줄과
굵은 회초리를 함께 두고서!
--- 본문 중에서
● 비드로츠키
달무리 너른 마당처럼,
비드로츠키 명성 자자하네.
냇가에 흐르는 물과 같이
그의 소문 자자하네.
자, 비드로츠키, 이제 함정에 빠졌다,
넌 겹겹이 포위됐다!
자, 비드로츠키, 이제 밖으로 나와라,
여섯 주(州) 경관들이 널 잡으러 왔다!
여섯 주에서 날 잡으러 왔다고,
열두 주에서 와 보라지!
창(窓)을 통해 총성이 울리고,
탁자 위로 붉은 피가 흐르네,
애인에게 받은 손수건에,
겹겹이 피가 스며드네.
그의 충직한 친구 뢰리츠 피슈터
비드로츠키의 도끼를 잘라 세워 두고.
자, 형제여, 여기서 편히 쉬게나,
마차로 돌아올 때까지.
훗날 마차를 끌고 돌아와,
내 너를 에게르로 데려가리.
어머니 통곡하고, 아버지 통곡하네,
두 형 모두 통곡하네.
울지 마소 어머니, 울지 마소 아버지,
울지 마소 두 형님아.
의적(義賊) 시절은 이미 다 끝났소.
이 몸은 묘지에서 영면하리다.
비드로츠키의 죽음에,
진주 같은 이슬이 떨어지네,
진주 같은 이슬이 떨어지네,
비드로츠키의 무덤 위로.
그의 멋진 외투는 관(棺)이 되고,
번쩍이던 도끼는 묘비가 되었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