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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 시와 그림이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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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10g | 145*210*20mm
ISBN13 9788992430883
ISBN10 8992430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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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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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아이, 조그만 처녀, 아버지 잃은 딸, 울고 있는 딸. 나의 가슴은 거센 바람이 숭숭 쓸고 지나가는 빈 들판이 되었다. 뻥 뚫린 빈 하늘이 되었다. 그러한 내게로 슬이는 살그머니 제 몸을 기울여 왔다. 매우 부드럽고 그윽한 수풀이었다. 아담하지만 많은 사연을 숨기고 있는 아기자기한 하나의 세계였다. 순결한 비밀의 궁전이었다. 나는 손을 얹어 슬이의 머리칼을 가만가만 쓸어주었다. 치렁한 머리칼. 잦아들어 차마 흔들리지도 못하는 기인 머리칼. 그날 슬이의 머리칼에서는 무슨 냄새가 났던 것일까? 비릿한 바다 비린내 같은 것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해초냄새 미역냄새라도 나지 않았을까? 차마 슬이는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작은 흐느낌이 오래 오래 이어지고 이어졌을 뿐이다.
--- 본문 중에서

그렇지, 나는 모자를 쓴 사람. 한 손으로 모자를 벗고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인사를 해야지. 안녕, 안녕.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진다. 숨결이 가볍다. 편안하다. 이런 날 누군가 나를 등 뒤에서 보았다면 분명 저 사람 많이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으리라. 이게 다 그 애가 준 빛이다. 그 애가 나에게 시키는 일들이다. 나는 오늘 이렇게 상냥한 사람이다.
--- 본문 중에서

무얼까? 짐작이 전혀 가지 않는 일도 아니다. 지지난 주쯤 토요일일 것이다. 시내 쪽에 볼일이 생겨 자전거를 타고 제민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제민천 개울 길에서 슬이를 보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 청년과 함께였다. 둘이서 개울 길을 걸으며 개울 속에 노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준수하게 잘생긴 청년이었다. 키도 적당히 크고 당당한 몸집이었다. 누굴까?
슬이 오빠라면 한두 차례 만난 일이 있으므로 눈에 익은 모습이다. 그러나 청년은 전혀 낯설게 보였다. 적어도 오빠는 아니었다. 새로 생긴 슬이의 남자친구임에 분명하다. 바로 오는 직감이 그랬다. 슬이는 손가락으로 물속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어찌 해야 하나? 나는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아 빨리 달림으로 그 자리를 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본문 중에서

너의 얼굴 보는 것이 오직 반가움이었으며 네 목소리 듣는 것이 뛸 듯한 기쁨이었다. 그것은 가히 환희의 꽃다발, 폭죽이었다. 다시 고백하거니와 너는 그동안 나한테 몰래 만나는 애인이었으며 숨겨놓고 기르는 딸아이였다. 이제는 나도 내 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내 자리는 너를 바라보는 자리이고 너를 축복해주는 자리. 너의 빛나는 인생을 방해하거나 간섭할 권리가 나에게는 없다. 그러기에 나는 이제 부형의 마음으로, 보호자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조금은 쓸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본문 중에서

더러는 가볍게 헤어질 수도 있어야 한다. 헤어진 다음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은 향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의 감옥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이다. 그래서 사랑은 자유다. 자유를 누릴 때 사랑은 비로소 완전해진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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