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물질에 구속 받지 않는 삶, 일보다 가정이 중요한 삶, 그리고 베푸는 삶. 삶에 지쳐 낡고 희미해져가고 있던 꿈들이 아내를 만나 더욱 선명해졌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항상 흐리멍덩했던 눈에 생기가 생겼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생각하며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생긴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평생 해본 적 없는 기도를 했다. 사실 매일 몇 번씩 하기로 마음먹어 놓고 자꾸 잊어버렸다.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머리가 나쁜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또 기도를 올렸다.
--- 본문 중에서
“아니 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면서 까지 여행을 계속하려는 거야. 나중에 또 오면 되잖아!”
이 모든 상황에 짜증이 난 나는 여행을 떠나오고 나서 처음으로 아내에게 언성을 높였다. 뜻밖의 성화에 놀란 아내는 울며 대답했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르잖아…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미어져왔다. 아내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번 여행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난 더 이상 아내에게 돌아가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앞날의 걱정은 지워버리고, 현재의 고통은 던져버리기로, 곱디고운 저 사람을 더 사랑하기로,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저 손 놓지 않기로, 그리고 이 병을 함께 꼭 낫게 하기로.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본문 중에서
내 몸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또한 두려움과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이 주는 큰 의미일 수도 있다. 여행은 낯선 풍경을 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떨고 있는 내 모습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 본문 중에서
기꺼이 내 대신 짐을 들어주는 사람, 항상 좋은 것을 먼저 내어주는 사람, 한걸음 먼저 발을 내딛어 길을 확인하고 내 손을 잡아 끌어주는 사람. 남편은 오늘도 아픈 나를 조금이라도 편안히 해주기 위해 분주히 침대를 옮겼다.
--- 본문 중에서
늘 찾아오기에 가장 쉽고 만만하게 생각되는 ‘내일’. 그러나 모두에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일이 아닌 ‘오늘’ 더 사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라봐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