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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듯

허물어지는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듯

파란시선-0065이동
이세화 | 파란 | 2020년 09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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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26g | 128*208*10mm
ISBN13 9791187756774
ISBN10 118775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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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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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아주 빠르게 받아 적는다
잘 보이지 않는 모습과
잘 들리지 않는 말이 있었지만
이것은 예비의 착상이었기에
모호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볍게 넘기며
어떠한 점과 글자들이 지나가고 기록이
너무 빠른 나머지
스케치를 하듯이
당신은 이제 선 하나로 설명이 된다
추상적이다 피카소의 소처럼
나는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안도한다
당신은 당신이 아니게 되었지만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당신은 지긋지긋하게도
거의 모든 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당신은
나의 신이다
--- 「속기」중에서


내 팬티에서 네 불알 냄새를 맡았다
발아래로 별이 가득 박혀 있는 한밤의 비행기 안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화장실 안에 갇혀 있던 공기를 들이마시며
지난날 동네 구멍가게에 두고 온 정오를 생각한다
차양 막에 쌓인 먼지를 쓸어내리며
바람은 가끔 넘쳤고
내부는 흔들리고 있었다

파충류의 살을 유린한 적이 있는가
문 없는 냉장고의 눈은 이 동네에서 가장 밝은 빛이다
물병에 붙어 있던 도마뱀이
손등 위에서 화상을 입는 동안
누군가 꿈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 세계와 풍경을 견디지 마라
죄는 눈먼 바람을 따라 유목하는
다리가 긴 짐승이다
이 사이로 새어 가는 바람에 손가락을 넣고
도둑의 노래를 연주한다
곧 겪어 본 적 없는 비가 올 것이라 했다
물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지면
땅은 더 깊어질 것
세상에 비밀이 더 많아질 것

구름이 지난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너머로 멀리
시린 공기가 닿지 못하는
저 국가, 지상 위의 사람들
살아서 아름다운 사람들

행선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천국에 다녀온다고 하였지만
살아서 별보다 높은 곳에 설 일은 없다
사라진 자들만이 그리운 마음
미래를 끌어와 사는 것 같다
스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랑한다고 빛을 다 담았다면
우리는 금방 터져 버리고 말 것이다

무너지는 척추뼈를 지나
밀려오는 꽃가루
밀실로 사라지듯이
빛을 지우는 긴 머리카락을 밟으며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들 위를 걸어가는데

이곳은 아름답고 어린 땅
지상은 살아 있는 것들이 가득한
꿈보다도 더 꿈같은 세계

이 하늘을 넘어가면 낮과 밤이 없어진다지

다리 사이에 고인 솜바람
잔잔히 가라앉는 네 목소리

습한 살냄새 눈앞을 가리고
폐 속에 모아 온 사람들이 늪처럼 뒤섞일 때
나는 어머니가 갓 지은 밥을 덜어 내듯
한쪽 가슴을 덜어 내면서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내 아랫도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였다」중에서


고백을 잊은 입술이 바싹 마른다
입술 위로 혀가 스칠 때마다
십일월의 햇빛은 느릿느릿 가시를 뻗었다

한 사람과 마음으로 이별한 이후, 내가 사는 곳은 사막이 되고 있었다
겨울밤이 창을 넘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는 모래언덕

마른기침이 자라는 입 주변으로
하얗게 미적이는 하루

그 하루를 먹으며
몸 안에 물길은 자꾸만 커져 갔다

물길이 자라나며
점점 커져 가는 물소리

(잘됐다. 그동안 내 숨소리를 듣는 게 고역이었는데.)

소리는 옥상 쪽으로 향해 있었다
소리를 따라 옥상 담벼락에 오르면
천둥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몸 부수는 소리에 상관없이
건물 위로 부서지는 빛은
무심해서 비참했다

울음에 속지 않기 위해 눈과 입을 벌린다
크게, 더 크게 힘을 주면
숨쉬기에 조금 나았다

목 안에 어떤 말이 바람과 부딪히며
눈 속이 겨울 호수처럼 바싹 말라 가고

몸이 차가워지면 잠이 온다
정면으로 해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으면
빛무덤 안에 타오르는 당신이 보였다

무덤 앞에 다가가 바늘이 가득 자란 혀로
내 말이 가시가 되면 어쩌나 물어보고

당신은 가만히 누워 말이 없다

당신은
몸 곳곳으로
액체 같은 걸 흘렸던가
--- 「선인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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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화의 목소리는 다정다감하다. 물론 다정의 연원은 다감이지만 이 태생적 다감은 세계의 폭력성을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세화 시의 언어와 감정은 거의 모두 비대칭이다. “혓바닥 위로 이가 가득 자라는 꿈”을 꾸거나(「물감」) “수백 마리의 들개가/폭포가 되는 광경”(「환생」)에서처럼 비대칭은 사실성을 뛰어넘는 경험과 감정의 범람을 통해 목격되기도 하고,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토할 것 같아”라거나(「춘곤증」) “하늘이 유난히 높아서/꽃과 탈진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오늘의 풍경」)와 같이 대상 세계와 경험 주체의 불균형과 부조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은 육체와 정신의 세포분열이 최고 속도로 진행되는 성장기에 자주 겪는 공포와 소외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아이러니의 언어들이 잉태되는 가장 첨예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은/사랑한 적 없는 우리가 헤어지는 날//당신이 떠나간 자리에서/얼굴 없는 아이가 노래하네”(「플라스틱 러브」)에서 보듯 아이러니는 지독한 사랑의 깊이로부터 만들어진다. “허물어지는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듯”(「10월」) 온종일 울고 난 뒤의 눈이 더듬는 어두운 세계의 풍경처럼, 이세화의 시에서 사랑의 깊이란 언제나 감각의 깊이다. 아픈 사람이 잠시 단잠을 자고 일어나 보는 풍경처럼 다정함은 다정함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나란한 비대칭. 다정해서 아픈가, 아파서 다정한가. 잠들기 바로 직전이 먼 전생처럼 느껴지는 이 사랑과 상처의 깊이 위에서(“자고 일어나면 새로 태어난다는 이야기”, 「편지」) 풍경과 마음은 이세화의 시에 각인된다. ‘사람의 손등 위에서 도마뱀이 입는 화상’처럼(「처음으로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 이현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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