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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문예중앙 시선-0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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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30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4604
ISBN10 89278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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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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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접하면 동상을 입는 세계의 극한을 찾는 여린 언어다. 예니세이 강을 건너 알타이에 이른 나의 언어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은 파토스의 얼음이다. 자작나무 숲 흰 줄기 사이에서 뿌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는 적설량보다 순수하다. 시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다. 한겨울 바람 앞에서 내 언어는 땅 밑에서 파릇파릇 돋는 봄풀이다. 온몸으로 가늘게 떠는 연약한 한 줄기 감수성. 역사의 발에 밟힌 끝에 대답처럼 다시 본래의 체위를 찾고 마는 초록색 풀의 강인함.

나의 언어는 우주를 횡단하며 휘어질 줄 모르는 별빛의 직선이다. 영하의 겨울 하늘 별자리의 명석한 깜박임이다. 정신과 육신이 갈라서기 이전의 캄캄한 소용돌이가 내뿜던 은빛 시간의 물보라. 불멸을 허용하지 않는 시간의 물보라에 젖었던 광물의 침묵. 기어이 꽃잎처럼 입술에서 떨어지는 최초의 언어를 낳고 마는 침묵의 인내. 나는 이름 없는 한 송이 들꽃의 고독과 호명되기를 애절하게 기다리던 미지의 꽃 이름 틈새에서 치열하게 내리는 폭설처럼 타오르는 언어의 불길이다.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전문

어둠이 없이 빛이 빛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애처로운 빛의 순수. 그것은 절망이 아닌 외로움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도 사물도 외로움으로 자신의 윤곽을 간신히 견디고 있다. 접시 위에 놓여 있는 한 덩이 모과의 연두색 침묵을 보라.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강철 구조물의 아름다운 휘어짐을 보라. 명석한 자기 윤곽을 찾아 하늘을 헤매는 구름을 보라.
---「윤곽」 전문

나는 골목길을 택했다. 골목에는 녹슨 양철 처마와 불빛 꺼진 꾸부러진 창과, 팔짱 낀 발자국 소리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신의가 있다. 골목 끝에 간신히 그곳만이 환한 가게가 있다. 잠드는 일을 태만이라 믿는 반질반질한 사과 알들이 베개맡 책갈피처럼 잠들지 않고 있는 심야의 가게. 지워진 어릴 적 기억 속 풍경의 한 단 면이 망각의 깊이 밑바닥에서 정다운 오렌지 빛 삼투압을 띄고 조용히 수면 위에 떠오르는 별빛 얼어붙는 겨울 하늘 골목 끝.
---「골목」 전문

1
말은 가슴 안에서 다져진 뜨거운 언어가 폭발적으로 뛰쳐나온 순결한 질주다. 달리던 한 마리 말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의 극한에서 세계의 기원을 생각해내려 수직으로 목을 치켜들고 멀리를 살피고 있는 한 마리 말. 목덜미 이하는 태초의 어둠이다. 처음으로 별빛을 만들어내는 어둠.

2
허무와 허무가 서로를 비치는 1억 광년 하늘을 말굽 소리도 없이 달리는 한 마리 말. 영하의 온도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말. 시여, 교만하지 마라! 중심도 없이 터지는 자욱한 불의 물보라 사이를 달리는 말의 영원은 태어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한순간 별빛이다.
---「말머리성운」 전문

잔잔하게 불타오르는 모래를 밟던 최초의 낙타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 지점에서 사막은 사방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유순한 낙타의 걸음에게 넓이란 죽음으로부터의 끊임없는 탈출이다. 쓰러진 낙타가 눈감고 뜨거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마지막 숨을 들이 마시며 바라본 하늘에 떠 있던 한 송이 구름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구름에 윤곽이 없듯 슬픔에도 윤곽이 없다.
---「확산」 전문

뒷모습이 없는 내가 뒷모습이 없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나 자신과, 어디서 본 듯한 도시의 한 구획 같은 또 하나의 나 사이의 위험한 틈새다. 가책과 회한 사이에 쏟아지는 별빛 같은 틈새. 나는 유리의 두께 위에 묻어 있는 쓸쓸한 기억이다. 미래라고 반드시 앞에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억이라고 반드시 뒤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나의 기억에서 모순과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면, 내 걸음이 지구를 떠난 뒤에 하늘에 떠오르는 다양한 구름의 형태와 낯선 도시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의 외로운 그늘을 사랑할 것이다.

물길은 새로 만나는 또 하나의 물의 깊이 속에서 익사한다. 바다에 이르는 길을 찾아 허리를 휘는 물의 등에 업혀 흐르는 것은 물소리가 아니라 햇빛을 반사하는 초록색 잎새처럼 반짝이는 시간의 죽음이다. 순간에서 영원이 태어나고 순간에서 영원이 사라진다. 시간은 부위에 따라 그 밀도가 다르다. 사람들이 시간의 실재를 느끼는 것은 기다리는 때다. 가시철조망 너머 바라보아야 했던 주홍색 노을의 아득한 깊이와 횟수를 못으로 가슴의 벽면에 새기며 바깥 세계의 신선한 자유를 기다렸던 암담한 시간.

나를 보고 있는 나를 나는 보고 있지만, 나의 시선 끝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의 빛과 그늘이 있다. 나의 숲에서는 새가 지저귀지 않고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독한 나무들이 철새처럼 무리 지어 조용히 눈이 내리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시선은 호수 수면에 비치는 물 그늘의 미세한 떨림이 아니라, 빛과 그늘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는 눈동자의 심연이다.
---「눈동자 거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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