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아, 해병대는 군대도 아니고 개병대라 카더라. 사회에서 못된 사람들만 가고, 거기 가면 술만 처마신다 카더라. 그래서 사람 못쓰게 되고, 버려서 나온다 카더라. 하필이면 네가 왜 해병대를 가겠다 그러느냐.”
--- p.17
“지금이라도 자신이 없으면 집에 돌아가라. 차라리 육군이나 공군에 들어가라. 해병대원은 국가를 믿고, 해병대를 믿으며, 동료와 그 자신을 믿는다.”
--- p.22
지금도 내 귀에는 절규하는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해병대원이다. 국립묘지에 안장할 때 절대 ‘해군’이란 비문 아래 묻지 마라.”
“나는 해군에 지원한 적도, 해군에서 복무한 적도 없다. 내가 왜 해군인가? 나의 병적에 ‘해병대’로 기록해달라.”
--- p.26
“총리님께서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왜 해병대를 없앴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시는 대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허, 그런 건 내가 대답할 분야가 아니여.”
김 총리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기에 자기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일행이 박정희 대통령 일행을 시해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호실과 중앙정보부 양측의 총잡이들 모두 해병대 출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35
지난 역사는 냉철하게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병대는 전쟁터에서 3군에 앞장서서 목숨 걸고 싸워 그 피의 대가로 명성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이나 군사반란이라는 죄를 지으며 지난날에 대한 역사의 짐을 지고 있다. 그 원죄를 시인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p.39
3만 해병대 현역과 100만 해병대 예비역의 현재 목표는 당당한 해병대로 다시 서는 것이다. 정치 권력에 휘둘리고 강자에 굴복하여 정체성을 잃는다면 진정한 해병대원이 아니다. 오늘의 해병대는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예로운 해병대로 거듭 태어났다고 확신한다.
--- p.40
북한은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위해 잦은 도발을 가했다.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해병대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2011년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해 해병대의 조직과 전투력을 보강했다.
--- p.51-52
해병대는 이미 옛날의 해병대가 아니다. 작지만 더욱 강해진,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 능력을 갖춘 국가 전략기동부대다. 지금까지 쌓아온 해병대의 위상과 자긍심을 전투력 강화에 활용하여 군 전체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왜 3군 체제라는 미명하에 시대에 맞지 않게 해병대를 해군 예하에 묶어두는 것인가?
--- p.59
진홍색 바탕의 붉은 명찰은 피, 정열, 용기, 신의 그리고 약동하는 젊음을 조국에 바친 해병대의 전통을 상징한다. 이름은 황색으로 새겨 넣는다. 해병대는 신성하며, 해병대원 모두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명랑하고 활기차며, 땀과 인내의 결정체를 상징한다. 팔각모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팔각(八角)에는 화랑도 정신인 오계(五戒)와 세 가지 금기를 포함하는 팔계(八戒)라는 뜻이 담겨 있다.
--- p.94-95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해병대원과 그들 손에 들려진 소총이다’ 역시 미국 해병대가 내건 ‘모든 해병대원은 소총수이다(Every Marines Rifle Man)’에서 나왔다. 보병, 포병, 기갑, 공병, 통신, 수송, 병기, 정훈, 헌병, 의무 등 모든 병과를 불문하고 해병대원은 반드시 소총수로서 명사수여야 한다.
--- p.100
해병대는 해병대답게 과거 흔적을 깡그리 없애버린 것 같았다. 해병대와 관련된 쓸 만한 역사 자료는 해병대가 해체되던 날의 사령부 유리창처럼 박살이 나버린 듯했다. 모두 모여 홧김에 불을 질렀다는 증언도 있었다.
--- p.166
해병대는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군대다. 전쟁에서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이 증명하듯 해병대는 전투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해병대가 공격해서 탈취하지 못한 고지가 없으며, 방어해서 빼앗긴 진지가 없는 상승 불패의 군대다.
--- p.216
포탄이 계속 떨어졌다. 직사화기는 엄폐물을 이용해 피할 수 있다 해도 제일 무서운 것은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포탄이었다. 나를 향해 연기를 뿜어대는 기관총 진지만 세 곳이었다. 포탄에 비해 기관총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최태규 화기분대장이 기관총 진지 쪽 적의 코앞에 돌격해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 p.277
“당신이 이 자식에게 뭐 하나 변변히 해준 게 있소? 어떻게든지 전쟁터에 간 우리 막냇자식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오게나 해주시오.”
어머니는 매일 아침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이렇게 비셨다. 내가 죽음의 사선을 넘나들 때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 천지신명과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 p.318
이들은 때로는 개가 되었고, 미친 무뢰한이나 난폭자, 무법자가 되기도 했다. 자기들처럼 험한 곳에서 싸워보지 못한 군대를 멸시했으며, 남을 미워하고 증오했다. 남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포용하지 못했다. 평상시에는 넘어갈 만한 작은 일에도 분노가 일어나 자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우리는 이러한 증상을 ‘전쟁 후유증’이라고 부른다.
--- p.339
미래의 전쟁은 첨단 과학 병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첨단 무기 체계 및 장비에 의한 과학전, 정보전 양상을 띨 것이다. 공간적으로는 비선형 입체전이 될 것이며, 확대된 전장 및 공중공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속도전과 기동전, 물리적으로는 대규모 화력전 개념의 전쟁일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미래의 전쟁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 p.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