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는 이름이나 본적만 애매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이전 '행장' 역시 애매하다. 왜냐하면 미장 사람들이 아큐를 생가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손이 필요할 때나 아큐를 곯려 줄 대뿐이고, 여태껏 그의 '행장'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아큐 자신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다만 다른 사람과 말다툼할 때나 어쩌다 눈을 부라리며 "우리는 옛날엔..... 네 놈보다 훨씬 잘 살았어. 네까짓 게 뭐냐!" 하고 말했다. 아큐는 집도 없이, 미장에 있는 토곡사에서 살았다. 또 정해진 일거리도 없이, 다른 사람들 집에서 품팔이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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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와 무엇 때문에 싸움을 시작했는지 그는 몰랐다. 욕하는 소리, 때리는 소리, 발걸음 소리,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그가 간신히 일어나 보니 노름판도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으며, 몸이 여기저기 아픈 걸로 보아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몇 번 당한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이상스러워 하며그를 쳐다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사당으로 돌아왔는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기의 은전 뭉치가 없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제삿날 벌어지는 노름판은 대부분 이 마을 사람들이 아니니 어디 가서 재산을 찾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