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제를 이용해 한국은 새로운 정치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의 시민들의 정치참여행태와 오랫동안 근대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정부와 의회, 정당의 구조 및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분산적이고 다원적인 형태의 정보 공유 시스템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방식에서부터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통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로 인해 시민 개개인은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재해석하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면서 여론 형성을 주도한다.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용한 시민들의 정치참여 강화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제도적 형태와 민주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p.7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는 정치사회적 의제를 형성하고 견인하는데 매체별로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면서 발전하고 있으며, 더욱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개인 매체인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은 이슈의 창출과 파급행위 측면에서 집단적 움직임을 신속하게 이끌어낸다. 사용자 중심 미디어로 발전하는 웹2.0 플랫폼의 진화는 정당이나 후보가 선거운동을 이끄는 방식과 유권자가 선거 관련 정보를 습득하거나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p.13
이와 같이 사용자층의 선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확산되는 정치적 관심과 참여욕구는 정치적 무관심층을 관심층으로 변화시키고, 네트워크 공간을 통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정치화를 이끌어 개인의 주체적인 정치판단력 및 참여의 질과 폭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가 주는 개방성과 동시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참여비용과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환경 등은 이용자들의 사소한 일상생활이나 감정공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생활정치의 일상화를 꾀할 수 있어 거시담론뿐만 아니라 미시담론을 통한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반(半)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p.58
SNS의 성격을 긍정적 시각에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 시각에서 평가할 것인가는 SNS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험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후, 기존 매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다만, 이 장에서 우리는 SNS에 대한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SNS가 진보 편향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SNS에서 유통되는 정치적 정보의 질이 기존 매체의 정보의 질보다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한국 사회 SNS의 진보적 성향이 편파성이라는 비판하에 질적으로 폄하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p.92
이렇게 정치정보 획득 매체의 변화와 유권자의 행태 변화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정치정보 획득 매체인 SNS를 통해 소통의 증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과 효능감을 제고할 수 있음도 알 수 있었다. 투표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증대되며, 뉴미디어를 통한 네거티브캠페인의 확산이 문제점으로 제시될 수 있겠지만 SNS를 통한 소통의 증대는 정치과정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대상이 될 것이고, 선거과정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p.115
이 글은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 정치실험 속에서 액티비스트(activist) 집단의 선거참여활동과 영향력을 고찰하고자 한다. 액티비스트 집단은 브로커, 커넥터, 영향력자 등의 다른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이 용어들은 네트워크 이용자들을 대규모로 연결하고 군락(cluster)을 형성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군의 무리를 의미한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평판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과정, 사회운동, 대안언론 캠페인 등에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과거 정치웹진의 논객이나 파워 블로거가 온라인 액티비스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1인 미디어 환경에서 트위터, 팟캐스트, UCC 등으로 활동 영역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파워 트위터리언으로 불리는 액티비스트 집단의 활동은 최근의 선거들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왔다.--- p.122
국내 트위터가 성숙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지난 3년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에 대해 자연실험적 환경 아래 있었던 시기로 그 집단의 편중화 및 집단 간 양극화가 진행되었는지를 시간적 추이에 따른 분석으로 살펴볼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을 제공했다. 이를 잘 활용하여 연구팀은 간단한 조사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소통을 둘러싼 두 가지 논란거리였던 편중화와 양극화 모두 완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의원들의 계정으로부터 나오는 정치정보에 대한 노출이 이념별로 분리되기는 하나 그 분리 정도는 시간에 따라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트위터를 둘러싼 특정 집단에의 편중화 및 집단 간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조금은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p.174
소수의 비인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롱테일 현상은 정치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즉 과거에는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거나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던 비정치집단과 개인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하게 표출되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와 같은 롱테일 정치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인터넷의 네트워크 혹은 소셜 미디어의 힘이다. 이제 대중은 더 이상 흩어지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p.184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개인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소통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축적의 도구가 된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기제로, 온라인 상호작용은 정보 교환과 사회정서 측면에서 상당히 유용하고 풍부한 사회관계가 형성되도록 하여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피상적이고 일시적이며 몰인격적인 온라인 상호 관계는 유연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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