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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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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84g | 128*187*20mm
ISBN13 9791188984022
ISBN10 11889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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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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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악마의 눈물같이 곧 식어서 굳어 버리고 마는, 그래서 인간의 힘으로도, 웬만한 지진에도 버티는…, 오직 인간이 만들어 낸 지구상의 괴물 같은 이물질. 그렇게 나는 무심히 내 그림자만을 조용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그림자가 뒤집히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기억이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멈춰 있지. 잠들기 전, 문을 열고 나가 물끄러미 허공만을 쳐다보니 나처럼 적막하기만 하다. 바다 안개를 뚫으며 회색의 물결 사이로 곧바로 비취색의 빛이 뿌려졌고, 낮은 구름 사이로 온갖 화려한 회색빛들이 이 시간의 정복자인 듯 완벽하게 장악하며 온 하늘을 뒤덮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그렇고 그런 인연. 그러나 그 허무한 인연이라도 깊어질수록 이렇게 서리도록 아프고 초라해질 수 있다는 것….

혹시… 저 거울 속 내가, 정말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내가 어디를 가는지 오직 바람만이 내게 물었고, 내가 누구인지 내리는 비에게만 말했다. 여관…,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 삶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그래서 더욱 낯선 그런 곳이 아닌가.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새벽 인력 시장의 일당 잡부인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매일매일 낯선 현장에서 시멘트 가루와 온갖 먼지와 무거운 자재들과 더러운 폐기물들을 나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강간당한 여자의 남자이자 그로 인해 태어나지도 못한 죽은 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여자는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남자는 이 모든 것을 아무것도 모른 채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 이 남자는 한 남자이자 인간으로서 완전히 무너지게 되며, 자신이 했던 모든 일에서 떠나 지금은 일당 잡부로 겨우 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이한 행동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며 가장 싸구려 성매매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이성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데, 또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이 뿌옇게 보이고, 뭐랄까… 흩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 남자 역시 오래전에 자살한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은 물론 육신도 아직 저승에 못 가 이승에서 그 잔재가 남아 떠도는 삶을 사는 것인데, 이 남자는 그조차도 모르거나 부정한다고 할까요. 그러함에도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더욱더 흩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대주제 속에 완벽한 무[無]의 세계로 들어가는, 그래서 자신을 향한 끝없는 자기 응시와 연민을 이야기하며 그리고 가장 밑바닥 삶에서 경험하는 보통은 스치고 지나갈 법한, 버려지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사소한 일화들까지도 기록하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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