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대학을 나왔고, 성취욕 또한 강했다.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고, 웅대한 이상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몇 년 후, 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천편일률적인 삶을 살게 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누구라도 매일 두부를 사고, 출퇴근을 하고, 밥 먹고, 잠자고, 빨래하고, 가정부를 다루고, 거기다 아이까지 돌보게 되면, 저녁에 책 한 장 뒤적이고 싶지 않게 되고, 웅대한 꿈이나 이상은 개방귀 같은 소리고 철없던 때의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들 이렇게 한평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큰 뜻이 있으면 어쩔 거고, 또 꿈이 있으면 어쩔 건가? --- 「닭털 같은 나날」 중에서
그날 저녁, 아내와 아이가 잠든 뒤 그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아주 어두운 밤에 스스로 자기 뺨을 때렸다.
“너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냐! 너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냐!”
하지만 아내가 깰까 봐 걱정돼 힘껏 때리지도 못했다. --- 「닭털 같은 나날」 중에서
허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의 험담을 늘어놓던 쑨이 손수 2층으로 가서 장을 회식 자리에 모셔오는가 하면, ‘우리 지도자를 위하여’라며 건배까지 제안한 것이다. 허는 쑨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기관」 중에서
돈, 집, 식사, 잠자는 것은 물론이고 똥 싸고 오줌 싸는 모든 것이 직장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그때부터 린은 딴사람이 된 듯했다. 출근할 때 슬리퍼 대신 천으로 만든 신을 신었고, 더 이상 실없는 농담을 하지 않았다. 열심히 화장실을 청소하고 끓인 물을 가져오고 상사들을 존경했다. 직장에서 배를 배급할 때도 앞장서서 가져와 직원들에게 나눠주었고, 다른 사람들이 먹고 남긴 배 껍질이며 회식 때 사용한 탁자들을 알아서 치웠다. --- 「기관」 중에서
기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이다. 아홉 살 남자아이는 400원에 팔리고, 네 살 난 남자아이는 200원에 팔렸다. 처녀는 기생집으로 팔려가고, 청년은 종종 군인으로 잡혀갔다. 청년들은 군인으로 잡혀가기를 원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는 밥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 「1942년을 돌아보다」 중에서
따지고 보면, 우리 정부도 우리 이재민을 대할 때 전략적인 의도와 정치적인 음모가 없었던가? 그들은 우리를 포기하고 수수방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젖 주는 사람이 엄마인 것이다. 우리 고향 사람들은 일본인의 식량을 먹고, 나라를 팔고, 반역자가 되었다. 이런 나라를 팔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미련을 가질 게 뭐가 있는가?
--- 「1942년을 돌아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