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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

불안의 서

윤이서 | 안식 | 2020년 10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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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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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7176708
ISBN10 1197176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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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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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화병에 담긴 꽃이 천천히 생기를 잃어간다. 꽃이 있는 화병 속은 여전히 봄인 줄 알았는데, 내 착각 속에 가둬두고 싶었던 거지. 너는 연약하게나마 그 속에서도 잘 살아야 했다. 그러면 내가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지도 모르니까. 가지가 잘린 채 연명할 바에야 차라리 너를 예쁘게 말려야겠다.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손을 찌르는 가시가 겁에 질려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다가오는 것들을 밀어내야 하겠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끝내자. 다음 생애는 영원히 흐르는 바다로 태어나거라. 충분히 괴로워했으니 이제 자유로워져도 돼. 남은 아름다움은 간직하자는 약속과 함께, 반짝이게 안녕
--- p.15

아날로그
달력에 1이라는 숫자가, 내일이 되면 무의미하게 갈아치워 질 것이다. 빠르게 지나간 하루 끝을 천천히 걸어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깨달으며 방문 앞에 선다. 그림자가 들어오지도 않고 멍하니 서 있다. 두 달 전 목을 맸던 밧줄과 탄 머리카락이 있다.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스스로 불안을 택한다. 방치된 죽음 옆에 나란히 누워 생을 기다린다.
--- p.55

우울을 위로하며
나에게는 어둠도 빛이다. 어두운 빛 안에서도 기쁠 수 있듯이 밝은 빛 안에서 우울할 수 있다. 나는 빛이 있어도 어두울 수 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나겠지만, 어둠 없이 빛인지도 모르겠지. 빛이 밝게 빛날 수 있듯이 어둠도 어두울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네가 나의 어둠까지 사랑해주지 않아도 돼, 그러나 미워할 자격은 없다. 아침이 와도 해가 뜨지 않고, 저녁이 와도 달이 뜨지 않는 날들이, 너 같은 마귀들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니까.
숨이 멎지 않도록, 처량히 내 생을 긁으며 표류하는 나를 침몰시키려 하지 마.
--- p.77

메시지
방치해둔 문자 메시지함을 열어보면 문득 광고 메시지들이 고마울 때가 있다. 나도, 너도 그저 한낱 데이터 지나지 않겠지만, 덕분에 어떠한 나를 인지하게 된다. 가짜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늘 초라하고 슬프다.
--- p.143

Epilogue
살아있는 죄를, 살아감으로써 면죄 받고자 합니다.
달콤한 위로를 전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위로를 택하기보다 함께 무너지기를 택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불행해야 했기에 불행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느다랗게 떨고 있는 숨, 삶, 영원히 어두울 밤
그 모든 것들을 위해 계속 글을 쓰며 기록하겠습니다.
텅 빈 속을 들여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단히 살아있겠습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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