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태어난다. 그러니까 울음은 언어의 최초 힘찬 태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독일 아기의 울음은 독일어 발화의 선율을 그대로 반영하고, 프랑스 아기는 프랑스어 발화를 반영한다. 이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아기들 모두가 태아일 때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Mampe et al., 2009). 태어난 지 일 년 정도 이내에 영아들은 모국어의 소리 체계를 완전히 습득하며, 이후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 이처럼 아기들이 자라면서 어떤 언어든 습득할 수 있게 하는,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놀라운 ‘언어능력’은 오래전부터 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의문점으로 여겨져왔다. 그 의문점으로는 ‘언어의 속성이란 무엇인가’, ‘언어의 속성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언어의 속성은 어떻게 진화되었는가’ 등이 있다.
--- p.19, 「Ⅰ 왜 지금인가」 중에서
이와 더불어 적응도와 다윈주의 진화를 인구 집단의 평균으로 볼 수 있으며, 개인들 각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특정 여성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안과 변화의 높거나 낮은 적합 수준을 가리키는 빈도수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진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당연할 수도 있지만, 해당되는 대상의 수 또는 유전 복사체의 수가 아주 적은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생각하는 방식은 진화에서 새로운 특성의 출현을 고려하는 경우에 양적 상황이 우연한 이해관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 p.47, 「Ⅰ 왜 지금인가」 중에서
어쨌든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인류 조상들의 대대적인 이주의 결말은 현대 인류 같은 독특한 사람속 종이 결국에 세상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에 포함된 유전자들 가운데 유익한 유전자는 무엇이든 흡수하고 그 나머지는 남겨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형태는 아마도 환상적인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라는 종의 계속되는 역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앞서 말했던 모든 사안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전혀 확신을 주지 못한다. --- p.75, 「Ⅰ 왜 지금인가」 중에서
따라서 변혁은 궁극적으로 선택받을 수도 있는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마치 내용을 거르는 체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각기 다르게 걸러낸다. 마치 돌아가는 팬을 통해 걸러지는 금덩어리처럼 어떤 변혁이든 반드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생성될 필요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언어가 생성되기 위해 요구되는 전조 요소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들 요소가 과연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 p.76, 「Ⅰ 왜 지금인가」 중에서
언어 자체를 논하기 이전에, 특히 생물학적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무수한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용어들을 기반으로 우리의 목표를 조금 더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언어라는 용어는 인간의 언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벌들이 사용하는 언어, 컴퓨터 전산언어, 스타들의 말 등 의사소통이나 외적 표현에 연관된 상징적 체계 혹은 양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언어에 대한 첫 번째 의미를 따른다. 이는 인간의 언어를 생물학적 분야에 속한 특별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언어 연구가 생물언어학적 관점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 p.97, 「Ⅱ 생물언어학적으로 진화하기」 중에서
그렇다면 보다 작은 유전적 관점에서 일부 소규모 그룹에서의 신경 분야의 변화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언어에 연관된 특별한 특성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들 모두가 공유하는 언어능력에서의 가장 근원적인 특성은 우리 인간이 분별적 단위를 갖춘 요소들이 상하계층 구조를 갖추면서 동시에 무한성으로 표출되는 결과물을 구성할 수도 있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p.115, 「Ⅱ 생물언어학적으로 진화하기」 중에서
외재화는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이를 통해 두 개의 독립적인 체계가 서로 연관을 맺어야 한다. 그중 하나는 감각운동 체계인데, 이는 마치 수십만 년 동안 기본적인 부분에서 전혀 누구도 손을 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새롭게 출현한 사고의 연산작용 체계로, 강력최소주의이론이 옳은 내용이라는 전제로 보면 거의 완벽한 구조를 갖춘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통사적 대상을 감각운동 체계로 접촉할 수 있는 독립체로 전환하는 데 참여하는 형태론과 음운론이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우연히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해볼 수도 있다.
--- p.141, 「Ⅱ 생물언어학적으로 진화하기」 중에서
의사소통을 언어의 ‘기능’─이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으로 간주하는 최근의 개념은 아마도 언어가 동물의 의사소통으로부터 진화했음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 같은 생각은 렌네버그가 반세기 이전에 이미 논의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진화적 생물학에서 크게 환영받는 결론이 아닌데도 말이다. 관련된 증거들이 이런 생각이 오류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모든 중요한 관점, 단어의 의미로부터의 기본 특성, 습득 및 활용 등에서 인간언어가 동물의 의사소통과는 판이한 체계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같은 근래의 개념이 이론적?실제적 측면에서 어떤 장점도 보여주지 못하는,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행동주의자들의 관점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증거로만 보면 근원적으로 언어가 사고의 체계라고 보는 전통적 관점을 선호할 수 있다.
--- p.173, 「Ⅲ 언어 구성양식 그리고 진화를 위한 수용」 중에서
정리하자면 ‘언제’ 그리고 ‘어디서’에 대한 최선의 시간대는 남부 아프리카에서 해부학적으로 현대 인류 형태를 갖춘 인간의 출현 시기인 약 20만 년 전과 이들이 외부로 대이동을 시작한 6만 년 전(Pagani et al., 2015), 어쩌면 8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시점 사이에서 결정될 수 있다. 진화적 변화의 시간대로 보면 이 추정치는 13만 년의 기간과 함께 대략적으로 5천~6천 세대를 말한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틀리게) 추론하듯이 ‘한 세대에 하룻밤’을 뜻하지 않으며, 지리학적 규모로도 합당하지 않다. 우리가 추정하는 진화적 시간대는, 닐슨과 펠거(Nilsson & Pelger, 1994)의 연구에서 ‘이보디보’의 영향력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단세포로부터 척추동물의 안구로의 완전한 진화에 연관된 시간대를 추산한 예상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p.263, 「Ⅳ 뇌 내부에 존재하는 삼각 구조」 중에서
이것은 마치 언어가 ‘내적 정신의 도구’에서 볼 수 있는 기하학적·비기하학적 ‘모듈’로부터 생성된 여러 종류의 표현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통용어(lingua franca)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지각을 통해 얻은 단서와 함께 위로는 동물부터 아래로는 암석까지 총망라해 모든 대상을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은 확고한 선택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특징은 자손에게 전해지며, 소규모의 번식 그룹을 지배할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획해왔던 진화의 시나리오다. 이제 남은 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역사일 뿐이다. 즉, 현대를 살아가는 종(種)으로서 인간들에게만 연관된 역사의 흐름 그 자체다.
--- p.275, 「Ⅳ 뇌 내부에 존재하는 삼각 구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