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아이의 특징 12 : 당당하다
부모들은 아침 식사동안 텔레비전 덕분에 조용한 아침을 보내지만 곧 힘든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애가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자초지종을 더 물어보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에두아르는 아침 식사마다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시리얼을 요구한다. 옷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입어야 한다. 화장실에서 시간을 질질 끌고, 씻으려 하지도 않고, 식사마다 특별한 메뉴를 요구한다. 집에서 학교 숙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강요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일으킨 후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이 모든 일들은 물론 부모와의 끊임없는 말싸움과 함께 일어난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들과 주말, 휴가나 방과 후 활동, 형제·자매와의 갈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에두아르의 특권은 폭군아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폭군아이는 수년간 부모와 가족들에게 자신의 요구와 살아가는 방법을 강요하는 것을 배웠다. 표면적으로는 과도해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수많은 기득권 속에 교묘히 녹아 있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제외하면 에두아르의 부모가 “까다롭긴 해도 아직 애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의 리듬에 관여하며 명령하는 것이 그저 ‘성깔 있는’ 아이의 행동일 뿐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폭군아이는 이기주의, 특권의식을 갖고 제멋대로 굴며 좌절과 불만이 생기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데다 즉흥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 또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어른들을 물건 취급하듯 함부로 대하면서도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고 다 남 탓이며, 제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부적절한 행동들은 의외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고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로 아이 스스로도 행복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 p.43-44
항복하는 부모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아이에게 강력한 방법을 모두 사용해도 소용이 없다면 부모는 이제 아이들에게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두려워하게 된다. 이렇게 공포에 질린 부모들은 곧 회피하는 태도로 스스로를 가둔다. “우리는 애한테 아무것도 요청할 수 없어요.”,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우리는 분명히 진 거예요!” 그렇다, 이제부터는 두려움과 걱정이 그들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폭군아이는 자신의 승리를 완성하고 순종과 협력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부모는 새로운 책략을 시도하지만 그것은 폭군아이의 절대권력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부모는 점점 더 아이의 비위를 맞추게 될 것이고 아이는 우쭐거리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것이다. 이제 어린 독재자에게 저항하는 모든 인간들은 그의 적이 될 것이다. 어느 잡지에 실린 한 일화를 살펴보자.
슈퍼마켓 계산대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 있는 할머니를 향해 다리를 흔들었다. 할머니의 가방에 발이 거의 닿았고, 아이는 그것이 재미있었다. 아이 는 다리를 더 세게 굴려서 이번에는 발끝으로 할머니를 쳤다. 한 번, 두 번…… 할머니는 몸을 돌렸고, 아이 엄마에게 조심시켜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 엄마는 아이를 꾸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 편을 들었다. “아주머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내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거예요!”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이 이야기 속 영웅임에 틀림없는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침착하게 그는 자신의 쇼핑카트에서 꿀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경악하는 아이 엄마의 눈을 보면서, 천천히 아이의 머리 위에 부었다. “부인,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이 일화에서 아이의 행동을 정당화시킨 엄마는 아이에게 항복하고, 아이를 지지한다. 때로 부모는 학교, 타인, 사회생활에 관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 편에 동조한다. 동조자 부모들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p.84-85
천재성과 폭언
그러나 폭군아이의 감춰진 모습을 건드리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폭군아이를 상대로 최소한의 권위라도 주장한다면 “정말 미치겠네, 완전 열 받아!” 등의 위협과 모욕적인 말들을 듣게 될 것이다. “꺼져! XXX”, “나가 X져라!” 등등의 험악한 언어는 이미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흔하게 듣는 언어가 되었다.
결과 ─ 언어행위는 더 이상 의사 전달 수단이 아니라 어른이나 친구를 파괴하기 위해 사용되는 끔찍한 무기이다. 폭군아이의 이러한 언어행동 표출(영화 속에서는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있다) 앞에서는 화가 나도 꾹 참기를 바란다. 그 해법으로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어른에게는 존대어를 쓰라고 당부한다. 폭군아이들의 친근한 반말은 곧 주종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