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혼란스러워요. 그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그가 불쑥불쑥 내 인생에 끼어들 때마다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어져요.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그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하여간 엉망이에요. 나 자신이 자꾸 싫어져요. 이런 상태로 본부장님을 만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짐작하면서도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혼자 있고 싶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본부장님은 진심인데 나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로 만나는 게 죄송해서요.”
“주은애 씨.”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힌 승하가 담담한 목소리로 은애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은애의 얼굴이 안타까울 정도로 슬퍼 보였다.
“은애 씨 기분을 이해 못 하는 거 아닙니다.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 이해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도망가려 하면 어떡합니까?”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한테 미안해서 이러는 거면 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나중에 은애 씨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는 내가 미안해질 정도로 나한테 잘해 줘요. 그럼 되잖아요.”
승하는 그녀의 볼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그 마음,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진심인데 다른 한쪽은 어정쩡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똑같이 저울질할 수 있을까. 지금 은애가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게 진심이 아님을 알기에 승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아니,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만큼 당신을 좋아하니까 당신도 꼭 그만큼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건 억지예요. 내가 바라는 건 은애 씨가 그럴 준비가 되었을 때 나에게 와 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