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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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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70g | 140*210*30mm
ISBN13 9788965881810
ISBN10 896588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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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달 후에 첫 번째 시추 장비가 설치되고 가동되기 시작했다. 행크는 모든 테스트를 마친 후에 예전의 가르시아네 목초지 가운데 한 곳을 최적의 장소로 결정했다. 그는 암석 조각을 입 안에 넣어 맛을 보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처음에 그녀는 이 모습이 역겨웠지만 나중에는 사랑스러웠다. 그는 셰일셰이커에서 곧장 암석 조각을 집어올리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석유 맛을 보기 시작했다. 석유 사업을 제대로 배우려면 맛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수백 미터 깊이 이상의 지하에서 나온 물러터진 석회암 조각을 건넸다. 시추이수(試錐泥水)가 묻어 젖어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자 유황내로 역겨웠다. 혀에 대보고는 금세 토하고 싶어졌다. 석유 맛과 비슷했지만, 축축한 지하에 8천만년에서 1억년 동안 묻혀 있었던 만큼 몹시 쓰거나 썩은 맛이 났다. ---「진 앤 매컬로의 의식」 중에서

첫째인 토머스가 태어난 후부터 줄곧 기분이 저조했다. 수전을 임신하고 6개월째에, 의사가 되도록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권하자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와 같았다. 뭔가 그녀에게 문제가 있었다. 가족이 늘어났고 예쁘고 건강한 아이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녀는 살아 있음의 의미를 묻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절대 말할 수도 없고 혹시 입 밖에 낸다면 어딘가에 영원히 갇혀버릴 수도 있는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하나의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의 피를 고스란히 빨아먹고 있었다. 그녀가 병원에 있는 동안 어느 심술궂은 정령이 그녀 안에 자리를 잡고 앉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훌쩍 자라나서 그녀를 장악했고, 한 순간 그녀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었지만 다음 순간 주도권을 빼앗기고 바닥에 끌어내려져 아무 권리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작아졌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살아남았다. ---「진 앤 매컬로의 의식」 중에서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대령은 언제나 옳았다고? 세상에 믿을 놈은 자기밖에 없다고? 책 한 권을 채울 분량도 되지 않으리라. 그래도 그녀는 노력했다. 잠시 동안이나마 어린 시절의 꿈이, 책상 뒤에 앉아 모든 추종자들에게 답장을 쓰고 카메라들이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초점을 맞추는 어린 시절의 꿈이 되살아났고, 그녀는 아버지와 두 오빠와 그녀가 전혀 모르는 어머니와 남편과 아들에 대해 끼적거렸지만, 아들 부분에서 멈추어야 했다. 무덤에 묻힌 아이들이, 죽은 자들이 그녀가 종이를 옆으로 치울 때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대령이 왜 과거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는지 알았다. 뒤를 돌아보고 인생의 득실을 계산하는 순간, 인생은 끝난 셈이기 때문이었다. ---「진 앤 매컬로의 의식」 중에서

모두 아홉 명이었지만 마지막 네 명은 자수했다. 아버지는 그들의 말에서 안장을 벗겨내고 적당한 미루나무를 찾더니 그들 각자의 밧줄로 목을 매달았다. 피니어스 형이 올가미를 거는 동안 나는 용뇌유(龍腦油) 램프를 들고 있었다. 피니어스 형은 처음엔 초조해 했지만, 마지막 사내에게 올가미를 걸 때는 이런 말까지 했다. 1분이면 끝날 거야, 동지.
너 정말 친절하구나. 남자는 말했다.
아버지의 말: 넌 결국 목이 매달리게 되어 있어, 파코. 지금 매달리거나 몇 주 후에 러레이도에서 매달리느냐의 차이뿐이야.
몇 주 후가 더 좋겠소만. 그의 입에서 침이 튀고 있었다.
가죽을 벗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 아버지의 말이었다. ---「피터 매컬로의 일기」 중에사

시추공 대다수는 대령과 그의 술꾼 심복들보다 두 배나 작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 도로에서 보이는 시추 장비가 적어도 마흔 개는 된다. 조용한 밤은 과거의 일이다.
읍내는 시추공, 석유업자, 투기꾼으로 바글거릴 뿐 아니라, 이젠 저장 탱크를 만드는 사람, 도랑을 파는 사람, 파이프와 나무와 연료를 운반하는 사람, 공구와 장비를 고치는 사람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모두가 지난해 임금의 두 배를 받고 일한다.
사망자 소식: (월리스 캐봇이 이제 자기 집이라고 부르는) 캐봇 여관 뒤쪽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천막촌에는 밀주업자들이 여전히 폭발 지경이다. 트럭 밑에서 자던 풋내기 일꾼은 몸이 으깨졌다.
우리 시추공은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나머지 장비가 모두 가동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피와 시체가 강을 이룰 정도가 될 거라고 한다. ---「피터 매컬로의 일기」 중에사

살육 다음 날의 기억 하나:
마리아의 죽음은 일종의 비극이라고 아버지가 무심코 단언한다. 그녀가 죽었다면 가르시아네의 모든 분노와 슬픔도 지상에서 사라졌을 거라면서. 아버지의 말이 활동사진처럼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 그가 자고 있는 동안 리볼버를 그의 머리에 갖다 대는 장면을 상상한다. 솜씨 좋은 저격수가 집 옆에 트럭을 주차하고 니트로글리센 병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상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밖으로 나올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 아버지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는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다. 문제는 우리가 본능의 단계를 벗어나기를 바라는 나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본성을 넘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들.
---「피터 매컬로의 일기」 중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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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기막히다. 당당히 미국의 위대한 고전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이다. 걸작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케이트 앳킨슨(Life After Life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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