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작은 꾸러미에 담겨서 온다.”
자, 드디어 이 속담을 말했다. 말하고 나니까 토한 듯이 목이 따갑다. 하지만 어쨌든 이 말을 다시 할 필요는 없으니까. 살면서 이토록 점잔을 떨며 의기양양하게 생색내는 문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게 무슨 뜻일까? 핵심도 없고 숨은 뜻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이 속담을 들으면, 땅꼬마로 사는 인생에 비애와 고통이 가득할 거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진심과는 달리 비꼬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이 든다.
제발요, 다들. 그게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그냥 솔직히 말하라고요. 난 몸집에 비해서 어깨는 넓으니까.(중략)
지난 2년 동안 너무 자주 들은 그 말이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동원해 그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썼다.
그 고리타분한 말을 완전히 박살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보같이 작은 이런 내 몸에나 어울리는, 찍찍거리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하! 안 보여요?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커다란’ 꾸러미가 아니에요. 난 언제까지나 덜렁대는 나약한 실패자로 살 거라고요.”
--- 본문 중에서
진정한 우정이 이런 식으로 생기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녀석이 좋았다.
어느 정도는.
녀석은 나를 비웃거나 내 작은 키를 모욕할 새롭고도 색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않았다. 내가 사물함에 물건을 넣는 동안 시비를 걸지 않았다. 측은하게도 내 사물함이 맨 아랫줄에 있는 바람에 놀림은 극에 달했다. 요즘 내 등에는 운동화 모양 문신이 박혀 있다. 땅꼬마를 밟고 서는 건 올림픽 경기였고 모두 그 금메달을 원했다.
박수가 그친 뒤 가장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당연히 사이너스가 몰락한 원인, 즉 녀석이 나와 나란히 실패자라는 3군으로 전락한 원인이었다.
그건 바로 코였다.
--- 본문 중에서
“네 엄마에게서 영감을 얻었지. 최첨단 기술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네 엄마가 괜찮다고 생각할 거야.
네 엄마가 너를 솜으로 감싸 버리겠단 말을 했잖아?”
나는 그 제안을 먼저 한 게 나였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내
뒤에 모여 있던 아이들에게 부딪혔다. 사람들이 내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건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건 아예 새로운 구도였다.
“그런데, 그건 효과가 없을 거야. 정말 아이러니하지만 솜은 네가 넘어지자마자 찢어져 버릴 거야. 하지만 우리가 마련한 대책은? 실패할 염려가 없지.”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태양이 사라졌고 여러 개의 팔이 나를 바닥에 눕히고 꼼짝 못하게 붙들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웃음소리와 테이프를 쫙쫙 뜯어내는 소리뿐이었다.(중략)
몸 곳곳에서 폭폭, 하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수없이 들렸다. 머리 위에서 또 한 번 웃음이 물결 쳤고, 그때
서야 나는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다. 버블 랩이었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기다렸다.
그리고 주위의 불빛이 어두워지자, 이 순간이 엄마에게는 매우 오랜 기다림의 끝이라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20년 동안 이 순간이 다가올 것임을 알고서 마음으로 긴 세월을 버텨온 것이다. 자신만의 죄책감에 감싸인 채로.
--- 본문 중에서
“하지만 네가 믿든지 안 믿든지, 너한테 한 가지 말해 줄게. 이 일의 어떤 부분도 나를 위해 하지 않았어.
너를 위해 한 거야. 너한테 빚을 졌으니까. 이렇게 말하려니 괴롭지만 사실이야. 넌 지난 몇 년 동안 얼마
든지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가 버릴 수 있었어. 내가 너를 그런 식으로 몰아갔다는 걸 알아. 너한테 수없이 많은 틈을 줬지만, 넌 결코 그 틈을 이용하지 않았어. 단 한 번도. 그리고 지금 우린 여기 이렇게 있어.
우리가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 우리 둘 다 저기에 서서 ‘어이! 우리를
봐.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야.’라고 말할 기회와 함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봐, 찰리. 상상해 보라고. 그 아이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상상해 봐.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과연 다시 찾아
올지, 나에게 말해 봐. 내가 말해 줘? 지금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기회는 두 번 다시 안 올 거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