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를 모욕한 자들을 항상 관대히 용서해 주었지. 하지만 내겐 그 명단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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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친구들, 예술이란 곧 환희가 아니겠나? 이것을 익히 아는 우리들이기에 내가 퐁타용 유파를 창설하자마자(이렇게 드러내 놓고 뽐내는 걸 용서하시기를), 아주 자연스레 우리의 화실에다 [환희의 화가들]이란 이름을 붙였지.
벌써 3년이 지났군! 그 당시 내가 건물주 무롱 씨와 집세 문제로 격렬하게 다투었지. 오늘은 자네들에게 우리 화실의 계약 건에 대해 좀 말해야겠네.
3년이라! 그사이 여러 가지 인간관계가 생겨났지. 특히 내 사랑하는 딸아이 마리에트와 무롱 씨 아들이 맺어졌지.
오! 물론 마리에트가 우리 고장 페리기외 상업 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닌 예술가나 시인을 선택했다면 나야 더욱 만족했겠지. 예술을 떠나서는 기쁨도 없다는 것, 이는 분명한 사실이 아니겠나?
우리가 여덟 달 동안 연체하고 있는 집세에 대해, 급기야 어제저녁엔 무롱 씨 부자와 활발하지만 정중한 대화를 나누었지. 그동안 밀린 것은 없던 것으로 해줄 테니 이제 자신들의 부동산을 되찾아야겠다고 이들이 제안하는 순간, 내겐 예술과 기쁨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지. 수치들을 근거로 대며 (분명 숫자들도 나름대로 시적인 데가 있긴 하지) 사위인 제롬 무롱이 우리들 화실 자리에 새로 설치하려는 자동식 세탁소의 수익이 자기들 부부의 미래 설계에 꼭 필요하다고 내게 조목조목 설명할 때, 내 딸 마리에트의 미소가 우리 화실에서 올해 유일하게 팔린 내 작품 「광선의 얼룩」보다 더는 아닐지라도 그만큼이나 환하게 보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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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르네 바슈로는 기차의 도착을 미리 통지받는다네. 특급인지, 급행인지 또는 화물 열차인지 정확히 알려 주지. 벨 소리가 울리면 난 건널목 차단기를 내리고, 빨간불을 켜서 모든 차량 통행을 멈추게 한다네. 레일이 진동하기 시작하면, 귀청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기차가 수백 명의 사람을 싣고 굉장한 속도로 통과한다네. 내가 차단기를 다시 올리고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꿔 놓으면 이번엔 자동차들이 길을 건너지. 운전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은 게 틀림없어. 그리고 기차 승객이나 자동차를 탄 사람이나 모두 떠나 조용해지면(한참 전에 내가 벨 소리를 멈추었으니까) 그때 나는 혼잣말을 하는 거야. [잘했어, 바슈로, 잘했어.] 고작 수문(水門) 관리인인 아내 마틸드의 오빠에게 내가 때로 이런 감동 어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는 꽤나 신경이 거슬리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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