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사람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던 간식인 뻥튀기에 주목했다. 뻥튀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곡물을 재료로 시리얼과 유사한 형태의 과자를 만들면 히트를 치겠다는 막연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번뜩 떠올랐다.
-‘한국형 시리얼의 원조, 죠리퐁의 비밀’, 60p
‘과자의 귀족’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함량 으로 버터와 우유를 버터와플 반죽에 첨가해 고소한 맛을 살리도록 했다. 아울러 과자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유통기한을 3개월로 단축했다.
-‘버터와플을 개발하다’, 72p
제품군을 조정한 데 이어 ‘심장을 도려내지 않는 한 무엇이든 다 한다’는 마음으로 1999년 3월 크라운제과의 살아 있는 역사와 마찬가지였던 서울 묵동의 공장 부지 1만 평을 매각했다. 아버지와 크라운제과 직원들의 살아 있는 혼과 땀이 서린 그 땅을 포기해야 했을 때 내 마음은 시시각각 무너져 내렸다.
-‘선택, 선택, 또 선택’, 81p
당시 내 마음은 분노와 미움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억울하고 분한 심정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를 활활 태우던 마음속의 불길이 대금의 가락을 들으면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대금 소리를 들으며 심신을 치유한 경험을 통해 나는 예술이 가져다주는 몰입의 효과를 누구보다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한순간의 경험이 그 이후 20년을 지속해온 AQ경영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나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예술경영이 대금 한 가락에서 시작되다’, 97p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단순히 기업 규모 측면에 서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차이는 매우 컸다.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 인수 신청서를 제출한 2004년을 기준으로 보면, 크라운 제과의 매출은 2,897억 원으로 해태제과 매출 6,187억 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다, 117p
공연 전에 내가 먼저 한 일은 우리 회사의 멜라닌 파동에 대한 기사를 프로젝터를 이용해 공연장 전면에 띄우도록 한 것이었다. 온갖 신문에서 쏟아져 나온 비판 기사를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어 공연을 보러 온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다음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이 무대로 올라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사과 순서를 가졌다. 사죄 공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심으로 우리 제품을 사랑해준 고객들에게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국악의 향기로 이겨낸 멜라민 파동’, 132p
2004년부터 시작해 2018년까지 14회 를 맞이한 ‘창신제(創新祭)’를 개최하고 있다. 창신제라는 이름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옛말에서 따온 것이다. 매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창신제는 민간 기업체가 직접 주최하고 기획하는 최초의 문화 행사가 되었다.
-국악으로 고객과 마음을 나누다, 159p
20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분야를 접하면서 나 자신을 비롯해 우리 크라운해태 직원들은 예술의 향기와 온기를 느끼고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해나 갔다. 그 결과 우리 크라운해태 직원들은 누구나 시 한 편을 낭송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다. 자신의 일상을 시로 쓸 줄 알게 되었고 세종문화회관처럼 큰 무대에 서서 ‘떼창’ 공연을 하는 것은 물론, 각종 모임에서 트로트나 유행가 대신 ‘사철가’ 한 가락을 라이브로 뽑을 줄 아는 풍류객이 된 것이다.
-‘예술도 연습이 필요하다’, 166p
나는 우리 크라운해태제과를 단 순한 기업이 아닌 프로페셔널 예술가 집단으로 만들고자 했다. 흔히 말하는 예술 마케팅이나 예술 후원의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 나의 진짜 목표였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좀 과하다 싶을지 몰라도 우리는 시를 쓰고 조각을 하며 판소리를 하고 종묘제례악의 춤을 추는 것을 단순히 취미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테크닉과 기량 면에서 프로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예술의 정신과 예술가의 태도를 정확하게 습득함으로써 개개인이 하나의 창조적 크리에이터(Creator), 즉 진짜 예술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매일, 예술하며 삽니다’, 169p
단언컨대 이제 우리는 ‘예술이 밥 먹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밥만 먹여주는 게 아니라 ‘예술이 맛을 포함해 모든 감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도화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의 풍요를 넘어 범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고도화된 인간의 정신과 감성 그리고 이를 한 단계 고양 시켜주는 예술이다. 굳이 이렇게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런 시대는 도래했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예술에 가까워지는 노력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예술이 밥 먹여 줍니다’, 200p
나는 AQ (Artistic Quotient), 즉 예술 지능 지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이제 인간의 능력은 지능을 뜻하는 IQ가 아니라 AQ를 통해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직원들의 AQ 지수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년간 ‘AQ 경영’을 실천해오고 있다. 생존본능만큼 명백하지만 그간 억압되어 있던 사람들의 창조본능을 마음껏 일깨우고 이를 통해 인간의 능력과 만족을 극대화하려 는 삶의 전략이 바로 AQ경영의 본질이요, 목적이다.
-‘AQ 시대가 온다’, 202p
골프광이기도 했던 내가 처음부터 서울 근교의 얼마 남지 않은 골프장부지로 손꼽히는 이 땅에 ‘아트밸리’를 지을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산에 다니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골프장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들러 예술을 통해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보자는 욕심이 생겨났다.
-‘골프장 대신 아트밸리로’, 214p
기업 경영인보다는 ‘문화기획자’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 마당에 나는 2013년 광화문에서 덜커덕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이라는 판을 벌이기로 했다. 2012년 아리랑이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펼친 난장이긴 했지만 이 행사를 해야 할 이유는 열 손가락을 꼽고도 남았다.
-‘아리랑 아라리요’, 218p
정작 우리의 소리인 국악을 우리 자신조차도 접할 기회가 마땅치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가 국악을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나는 국악 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서구 음악에 편향된 음악교육으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 전통 악보인 ‘정간보’조차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의 상태로 성장해왔다.
-‘세계인과 나누고 싶은 국악’, 221~222p
2017년 8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행사가 열렸다. 크라운해태제과가 주최한 ‘한여름 밤의 눈조각 전’이 바로 그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역사물길 700미터를 따라 크라운해태 임직원 600명이 만든 눈조각 300개가 동시에 전시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 한여름의 눈 조각을 보셨나요’, 229p
지난 50년간 나는 “어떻게 하면 과자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삶의 화두처럼 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과자의 존재 이유를 찾아냈다.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자를 만드는 우리가 손끝에서부터 깨어 있는 감성과 예리한 안목을 가진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오로지 그 길을 위해 달려온 내 삶의 기록이다.
-‘과자는 마음이다’, 240p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