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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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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28*188*20mm
ISBN13 9791130411309
ISBN10 113041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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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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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 : 정호웅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우리 소설이 걸어온 길≫, ≪한국현대소설사론≫, ≪임화?세계 개진의 열정≫, ≪반영과 지향≫, ≪한국문학의 근본주의적 상상력≫, ≪한국의 역사소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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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순조로히 잘 나오게 됩니까.”
“그저 어떻게 꾸여매듯 하여 간신히 종이를 변통해 대고 있지오. 종이만큼 원고도 귀합니다, 국어 원고에 비해서 조선말 원고가 얻기가 더 힘듭니다, 소설들을 통 안 쓰니까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보며, 신 형은 필시 소설 쓰기를 그만둔 나를 비대고 하는 말일 께라고 생각해 보며, 나는 그대로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덤덤히 앉었습니다.
“쓰는 분들은 대체로 어떤 것들을 주제로 삼고들 있는지.”
나는 오랫동안 잡지에 나는 동료들의 작품을 구경하지 못한 때문에 그러한 미안스러운 질문을 하였습니다.
“소극적인 인생 태도를 가지고 오든 분은 역시 애조나 실의(失意)나 소멸의 정조 같은 것을 그전처럼 취급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어느 때까지 쓸 수 있을런지오, 또 시대적인 감각을 가졌다는 분들은 모두 시국 편승이라고 욕먹어 마땅할 천박한 테마로 일시를 호도하는 현상이지오. 가장 딱한 것은 내선일체의 이념을 작품화한다고 곧 내선 인간의 애정 문제나 결혼 문제를 취급하는 태돕니다. 이런 주제는 퍽 흔합니다, 되려 일상생활에서 출발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시국으로 보아도 좋을 것인데. 그러니까 아직 시대와 겨누어서 하나의 확고한 작품 세계를 발견했다고 볼 작가는 없는 셈이지오.”
“시일이 짜른 탓이겠지오.”
나는 형의 설명에 간단히 그렇게만 대답하였으나, 내가 다시 쓴다면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그런 것을 내심으로 막연히 생각해 보고 앉었습니다. 내지 사람의 여급이 조선 청년을 따르는 이야기를 나도 쓸 수 있을 것인가 하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것을 써서 제법 옳은 작품을 만들 재주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와 내면적 관련이 없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수법을 익힌다고 일량 년간 주장도 하고 쓰기도 해보든 나이였으나 역시 그러한 재료에는 자신이 가들 않었습니다. 형도 아시다싶이 내가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해본다고 결심하든 당초에 나는 작가 자긔의 주체적 검토라는 과제를 들고 나섰습니다. 그때에도 지금보다 못지않게 나의 내면생활은 커다란 시련 속에 영위되어 하나의 위기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러한 때 나는 무엇보다도 자긔 자신을 추구하고 자긔 자신을 검토하는 사업이야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등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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