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짜씨』의 이름을 짓던 때가 생각납니다. 초대 회장님과 몇 분의 임원들이 함께 인사동 한식집 바닥에 둘러앉아 “시각 문화, 글자, 씨앗, 글자의 씨, 글자 말고 글짜, 발음 그대로 짜, 짜기, 짜임새, 짜장면, 글을 짜, 누구씨? 글, 짜, 씨.” 하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 학술지가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18번째 발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고 쉬운 내용을 지향하며 출발한 『글짜씨』는 점점 몸집이 불어가더니, 국제적 언어와 감각으로 단단함과 화려함을 뽐내던 시기를 지나 사춘기 청춘답게 잠시 방황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채비하고 선보이는 18호의 인상은 여전히 푸르고 의욕에 차 있습니다.
--- p.5, 김경선, 「발간사」 중에서
「아르바나」는 본문용과 제목용 그 사이의 어떤 가능성을 탐색 후 나온 결과물이다. 그래서일까, 본문용, 제목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 예시를 볼 때마다 사용자가 제작자의 어떤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첫 공식 발매된 글자체인 만큼 중간중간 고민이 많았고, 생각보다 작업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점이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개성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이 조금 과하게 들어간 점도 없지 않다.
--- p.53, 이노을, 「아르바나」 중에서
대다수 한국인에게 한글 외 여타 문자 문화를 체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한글 이외의 문자는 잘 다루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필자도 유럽에서 처음으로 이 분야를 접했을 당시, 유럽 친구들이 이미 저절로 알고 있는 라틴 알파벳 조형에 대한 감각 중 어떤 것은 실제로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들의 문자를 처음부터 다시 익혀보면서 곧 깨달은 한 가지는, 그들 안에서도 국적과 출신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각기 달라서 이상적인 라틴 알파벳의 형태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 p.61, 민본, 「샌프란시스코 개발기」 중에서
배리어블 폰트의 유연성과 확장성은 특히 한글과 같이 글자수가 많은 문자에서 더 큰힘을 발휘한다. 한글은 폰트 굵기 1개의 총 글자수가 11,172자이다. 글자가족을 확장하려면 수만 자를 제작해야 하는 큰 수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9종의 글자가족이 있다면 11,172자×9종이 되어서 총 글자 수는 10만 자가 넘게 된다.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이로써 폰트의 용량 또한 지나치게 커진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웹과 같은 속도가 생명인 환경에서도 걸림돌이 된다. 배리어블 폰트의 압축성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배리어블 폰트 기술을 잘 활용하면 한글 글자가족의 다양성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 폰트는 굵기 외에는 아직 글자가족의 유형이 다양하지 않다. 배리어블 폰트의 ‘축’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 p.70, 노은유, 함민주, 「배리어블 폰트와 한글」 중에서
『이것저것』을 발행하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타이포그래피와 시간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타이포그래피의 재료는 더이상 글자에 한정되지 않고 그 행위 역시 2차원의 평면을 넘어 3차원의 공간, 4차원의 시공간에서 일어난다.
--- p.76, 윤충근, 「『이것저것』이모저모: 《2019 타이포잔치》온라인 일간지 『이것저것』의 구성과 내용을 중심으로」 중에서
디렉터로서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와 작업이 마무리된 후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이다. 특히 손으로 직접 쓴 메시지를 받는 것은 드물고 신나는 일이다.
--- p.122, 박이랑, 「뜻깊은 손글씨」 중에서
가만히 있다가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영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영감은 오지 않아요. 무언가를 시작해야 돼요.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모르지만 게임 속 환경을 보며 깨달았어요. 캐릭터가 움직이는 만큼 주변이 밝아지면서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더라고요. 앞이 깜깜하다고 무서워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조금만 움직이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죠. 영감을 찾는 방법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 p.160, 조현, 「조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