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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생애: 가난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생애: 가난

: 학술연구-상담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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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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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01쪽 | 152*225*20mm
ISBN13 9791166031687
ISBN10 1166031683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가난과 죽음을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냐고 물었죠? 가난은 ‘원하는데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원치 않는데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불안, 어둠, 분주함, 초조함, 속상함, 슬픔, 외로움, 화남, 소심함, 좌절, 자책, 술, 담배가 가난입니다. 가난의 또 다른 얼굴들이죠. 가난의 가면들이죠. 자격지심이라, 트라우마라. 이것들은 실제는 그렇지 아니한데 과거의 영향으로 실제를 실제와 다르게 인식한다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가난은 실존입니다. 가난은 실재하는 것입니다. 과거도 가난이고 현재도 가난인 사람에게는 실제가 가난인 것입니다. 가난을 거의 일생 동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평생을 가난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하는 표현이 자격지심이고 트라우마인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학교 선생이 되고 상담사가 되어 가난한 학생과 가난한 어른들을 바라보며 말하는 표현이 자격지심이고 트라우마인 것입니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 자살은 이기심인 거야.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결혼은 왜 한 거야? 자식은 왜 낳았어? 불안해하지 말아요. 밝게 웃어봐요. 당당해져 봐요. 이해할 수 있어요.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라고 상담을 해줍니다. 이런 말들은 ‘나는 너와 달라. 너와 다른 삶 속에서 너를 보고 있어’라는 말입니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입니다. 사람이라서 늘 죽고 싶은데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살고 싶어지고,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고, 자식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쓰게 되고, 뜻대로 되지 않아 배우자에게 자식에게 미안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 분, 수 시간 전 웃다가도 어느 순간 자살을 실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네 코가 석 자인데 왜 다른 사람을 돕느냐고요? 아니까. 가난이 무엇인지 아니까 자연스레 돕고 있는 것입니다.”
--- pp.98~99

대리운전 기사 시절. 시내버스나 전철이 끊긴 시각부터 다시 운행하는 시각 사이는 정말 많이 걷거나 뛰어다녀야만 했었다. 교통수단이 막 끊긴 시각, 정말이지 택시조차 드나들지 않는 인적 없는 한적한 곳에 덩그러니 남아 있게 될 때처럼 난처한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지역을 택시로 7,000~10,000원을 내고 벗어난다는 것은 하루 2~3만 원 버는 나로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어 그냥 길 위에서 밤을 새우든가, 아니면 다음 손님이 있을 만한 장소까지 걷거나 뛰어야만 했었다. 구두를 사서 10여 년 가까이 지나 다 해져 버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구두 굽을 교체해본 경험은 없었다. 당시 대리 기사 시절에는 3개월 못 되어 2,000원을 주고 매번 구두 굽을 교체해야 했었는데, 한 쪽이 심하게 닳은 구두굽 사이로 닳아 해진 쇠못이 보일 때면 꼭 나를 닮은 듯하여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p.81

이 책 제목 부문에서 대한민국으로 특정한 것은 인류 역사 이래 다른 나라에서 유래(由來)를 찾기 어려운 참으로 독특한 나라인 까닭에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과정 없이 그곳에서 전(全) 생애를 가난한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중년 남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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