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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숲으로 돌아오는 시간

새들이 숲으로 돌아오는 시간

: 이향아 에세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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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60g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55551424
ISBN10 115555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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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1월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이제 반백을 넘긴 중후한 나이라고 할까. 승부는 판가름이 나고 잘잘못을 따져서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계제는 아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탓이라고 해도 새삼스레 위축되거나 눈치를 보는 낯빛을 짓지 않아도 된다.
11월 거리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흩어졌던 낙엽을 한쪽 모퉁이로 쓸어 모으고, 이미 입성한 겨울의 그림자가 암울한 음악처럼 가슴을 후비기도 한다. 그러나 11월은 자신의 무게를 가누고 도저하게 좌정한다.
여름내 양육한 열매들 몇 개씩은 하늘에 배경처럼 남고, 오랜 연륜에서 풍기는 품격의 아름다움이 가을 단풍처럼 찬연한 달이다. 나는 11월을 사랑하는 그만큼 노년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러나 노년이 무작정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11월은 방향으로 치면 서북간이며, 시간으로 치면 저녁별이 하나씩 돋아 나와 눈짓하는 시간, 아침나절 집을 떠났던 사람들이 귀가하여 식탁에 둘러앉아 비로소 하루 중 가장 느긋한 마음으로 마주 앉는 시간이다.
나는 엉뚱하게도 계절과 색깔과 방향과 나이를 연결하는 버릇이 있다. 시간을 리듬으로 파악하고 시간의 반복과 인간의 감정, 사물의 생명을 리듬으로 생각하면서 거기 내가 존재하는 공간까지도 우주 질서의 리듬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사계절의 질서 혹은 혼돈 속에서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개성은 부상한다. 솟아 보이는 개성과 수더분하게 감싸는 보편성의 조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조용한 구심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1월은 그 구심점을 리더십처럼 가지고 있다.
구심점이 없는 전개는 산만하고, 요점이 없는 설명은 지리멸렬하며, 중심이 없는 대열은 비뚤어진다. 각각은 자유로워야 하되 지향하는 목표는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한데 어울려 통할지라도 어지럽게 흘러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길가에 어우러진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완결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1월에는 이들을 허락하면서 이끌어 가는 아름다운 위엄이 있다.
--- 「11월, 그 절제된 위엄」 중에서

문을 안으로 닫아걸었습니다. 문밖에는 덧문이 있는데도요. 두꺼운 옷으로 몸을 여러 겹 쌌습니다. 사람들이 움츠리고 걷습니다. 자신의 동굴로, 외투 속으로, 두꺼운 껍질, 그 성곽 속으로, 꼭꼭 숨기 위하여 바삐 걷는 것입니다.
문을 닫은 집들의 유리창으로부터 빛이 흘러나옵니다. 불 켜진 창의 빛깔이 아늑한 애수를 자아냅니다. 행복에 빛깔이 있다면 겨울밤 불을 밝힌 가정의 유리창 빛깔일 겁니다.
문밖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겨울은 겹겹이 둘러싼 껍질 때문에 진실한 내면을 내보일 겨를이 없습니다. 겨울은 그 때문에 슬프고 그 때문에 고독할 것입니다.
잎을 벗어 버리고 뼈만 남은 나무들이 장승같이 서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입을 다문 채 길고 긴 동면을 시작할 것입니다. 땅속 깊이에는 바쁘게 여름을 살아낸 개미의 궁궐이 있을 것이고, 더 깊은 곳에는 두더지가 쌓아 놓은 도토리 더미가 있겠지만, 땅 위에는 눈바람이 매서울 뿐입니다.

겨울은 은둔의 계절, 거절과 침묵과 어둠만이 바위처럼 웅크리고서 죽음에서 헤어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겨울입니다. 그리고 12월입니다. 12월, 마지막이라는 말이 잊었던 목마름을 일깨웁니다. 불안과 초조를 동반한 목마름은 시한이 벼랑 같은 경계 때문일까요? 보상을 받거나 변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인가요?
나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혹시 소홀히 했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다시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만났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는 당신과 마주할 때 나는 다소 방종해도 될 것입니다. 당신은 나를 알고 있으며, 나는 잘못을 용서받거나 수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은 12월, 하강의 곡선이 바야흐로 지평선에 이르는 이 시간은 황혼. 나는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일 년을 함께 묶어서 보내듯이.
--- 「당신에게 보내는 지나간 한 해」 중에서

나는 한때 봄이 싫었다. 봄바람, 나른한 기분, 달뜬 흥분이 싫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일어나서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며 무더기로 피는 꽃이 싫었다. 봄눈 녹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아슬아슬하였다. 저대로 천천히 흐르지 못하고 급기야 방만한 자유로 출렁거리다가 흙탕물로 분별없이 넘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내가 봄을 싫어하던 그때는 분홍색도 싫었다. 냉철한 이지가 없는 몽롱한 감미로움, 거기 얹힌 낙천이 바보 같았다. 따뜻함보다 서늘함이 좋았다. 맑은 공기, 푸른색, 찬 달빛, 시원한 눈매, 싸늘한 이성이 좋았다.
봄을 싫어하던 그때 나는 아마 봄의 젊음을 누리고 있었을까? 내가 붉은색 계통을 기피하던 그 시절에, 나도 분홍색 아니면 빨강색으로서, 동질의 봄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겠지. 내게는 얼음의 투명함과 가라앉은 강물의 엄숙함, 예지의 푸른 손수건, 내 속의 열기를 냉각시킬 차가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봄바람을 싫어했던 것은 내 가슴에 불던 방황의 바람 때문이며, 내 속의 열정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은 무작정 부드럽고 따뜻하지 않다. 봄은 막 첫 소리를 내려고 울먹이는 악기처럼 떨리지만 절대로 연약하거나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봄철의 방황은 최선의 길을 모색하려는 용기이다. 봄에 방황하지 않으면 되돌아서지 못한 지난날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겨우내 죽은 듯이 엎드렸다가 무더기로 피어나도 속되지 않은 꽃, 봄꽃들은 긴 겨울의 침묵과 어둠과 죽음을 이긴 생명을 절규한다.
설렌다는 것은 감동하고 있다는 것, 감동한다는 것은 순수하고 결백하다는 것이다. 무감동한 얼굴처럼 냉혹한 것은 없다. 죽도록 설레는 가슴만 가지고 있어도 그는 끝까지 젊을 것이다. 나는 봄바람에서 처절하고 엄정한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엊그제 빨간 지갑을 사면서 마음이 쓸쓸하였다.
나는 벌써 방황을 끝낸 귀환자로 이렇게 조용히 서 있는 것인가.
--- 「빨간 지갑」 중에서

아침에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지난밤 내가 잠든 사이에 눈이 내려서 천변 둑길과 멀리 대모산을 하얗게 덮어 버린 것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있는 길로 자동차들은 발갛게 불을 켜고 달리고 있었다.
아침 9시쯤 우리는 각기 다른 일을 하러 나가면서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처럼 두 주먹을 높이 쳐들어 보였다. 마치 잘 싸우고 돌아오라고 당부하는 듯, 지지 말고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라는 듯한 인사였다.
밖으로 나오니 눈송이가 커지고 마음도 푸짐해졌다. 눈이 녹아 땅이 질퍽거리긴 해도 기온은 그리 낮지 않은 모양이다.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아무 말 없이 걸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걸을까 하다가 나도 결국 우산을 펼쳤다. 만일 이대로 기온이 내려가면 내일은 빙판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김진섭의 〈백설부白雪賦〉라는 수필이 있었는데, 나는 전 학생들에게 외우게 했었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비명을 지르더니 결국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외웠다. 그들이 졸업 후 30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났을 때 눈이 많이 왔는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김진섭의 〈백설부〉를 합창하듯 외웠다.
나는 그 후 설경을 제대로 시로 쓸 수가 없다. 내가 쓸 말은 김진섭 씨가 이미 말해 버렸기 때문이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무조건 어디서 몇 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할 만한 나이는 지나갔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들뜬다.
누구를 불러낼까, 누구든 불러내서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오늘 해를 저물게 할까. 그러나 불러낼 친구를 생각해 내지 못하고 그냥 집까지 조심조심 걸어 들어오고 말았다. 이기고 돌아가야 하니까. 한번 넘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직 눈을 품은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눈 내리는 날인데도 아무 일도 저지르지 못한 채 이대로 아깝게 저물게 하다니.
--- 「눈은 혼자서 내리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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