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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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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48g | 135*210*20mm
ISBN13 9791158542610
ISBN10 115854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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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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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맹렬하다 하여
달포 가까이 집 안에 갇혔다가
호숫가로 나가니
매화는 벌써 끝물이다

홍매화 한 가지를 당겨 흠향하고
살며시 놓는데
꽃잎이 사태져 떨어진다
내 손길 한 번에 화르르 지는 꽃잎,
마음이 서럽다

만지기만 해도 분해되는 봄이여
만나지도 못하지만
만나서도 떨어져 나가 앉는 사람이여
손에 닿으면 옮는다 하여
날마다 손 씻었는데

씻은 손 소용없이 꽃이 지는 건
벌써 매화의 시간이 다했음이다
누가 나와 우리의 봄을
앗아갔음이다
---「1부 확진 '2020년 3월 13일 시-수성못 12'」중에서

왜 못이라고 부르더냐
모습에 견주어 무뚝뚝한 이름이더냐
갖가지 꽃나무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도심 복판 푸른 호수

일본인이 판 저수지라 못이더냐
저항시인 상화의 詩라서 빼앗긴 들이더냐

오늘 대구시민 한 사람은
나라 뺏긴 때보다 살기 어렵다 말하고
어제 서울 기자 한 사람은
절망의 도시 대구라 지면에 썼구나

아서라 사람들아
표면에 서서 수심을 말하지 말거라
대저 못이란 고여있는 듯 흐르는 물,
흐르는 듯 지켜보는 하늘 닮은 눈

대구는 무뚝뚝한 듯 정 많은 사람이
겉보다는 속으로 사랑하며 사는 곳

살기 어려워도 여기에 절망해도 여기에

일이 년이 아니라 백 년 가까이는
살아봐야 그 아름다움의 근원이
물에 어리느니
---「1부 확진 ‘왜 못이라고 부르더냐-수성못 1’」중에서

일생 물에 붙어살면서
한 번도 물에 빠져보지 못한 몸
표피만 꼬집어보다가 그것이
물이다 한다면 너무 싱거운 일이다
허우적거려 본 자만이
삶의 깊이를 잴 텐데
호되게 물 먹어본 자만이
숨막힘을 맛볼 텐데
소금보다 짜다는 세상에
제 삶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인 소금쟁이는
수면에 가슴팍 바짝 밀착하고
다 들이마실 듯 날마다
깊은 수심을 들여다본다
---「2부 답답 ‘소금쟁이’」중에서

연잎은 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
더 아름다웠다
당신은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
더 아름다웠다

유등연지 맷방석만 한 연잎이
초록잎 위에 모닥모닥 모아둔
이슬이며 물방울을
못물 속에 주르르 쏟아부을 때

눈물 많던 당신이
이제는 다 말랐다며
진주 같은 눈물방울
없는 눈을 보여줄 때

나는 그 무슨 소중한 것을
한꺼번에 털린 것 같아
마음이 텅 비었다

슬픔도 재산인가 보다
눈물도 보석인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마음이 그리 텅 빌 수 있겠는가
그리 허전한 물소리 들릴 수가 있겠는가
---「3부 탑 ‘슬픔도 재산인가 보다 눈물도 보석인가 보다-탑 1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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