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술래가 벽에 얼굴을 대고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우리는 서둘러 흩어졌다. 몸이 날쌘 나는 항상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 숨었더랬다. 그날도 재빨리 사방을 둘러본 다음 숨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한 녀석도 나를 따라왔다. 바로 공동주택 구석에 있는 배전실이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낮은 빨간 벽돌담을 넘어 쉽게 그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고 긴장한 채 바깥 상황을 살폈다. 한 사람씩 술래에게 발견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술래는 더 멀리까지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우리가 숨은 곳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득의양양해진 우리는 숨어 있는 주제에 배짱 좋게 잡담을 나누기까지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우리는 드디어 술래가 항복하는 소리를 들었다.
“야, 류웨이하고 또 다른 녀석. 나와라, 내가 졌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싱글벙글해진 우리는 술래한테 가려고 벽돌담을 기어올랐다. 벽돌담 바로 밑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벽돌담을 기어오르려고 했다. 그런데 발을 디딘 벽돌이 흔들렸다. 그 순간 나는 담을 붙잡고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흔들리던 벽돌이 떨어지면서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그대로 넘어졌고 두 팔이 변압기의 벗겨진 전선에 닿았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변압기가 폭발했다. 나는 정신을 잃었고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
---「제1장: 댁의 아들이 사고가 났어요!」 중에서
그 무렵 어머니는 내가 결심을 굳힌 것을 알고 내가 다닐 사립 음악학교를 알아봐주셨다. 어머니가 음악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 나는 좋은 소식을 갖고 돌아오시기를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은 바라는 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꽤나 흥분한 기색으로 조금이라도 과장됐는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인지 알 길이 없는 면담 상황을 설명하셨다. 음악학교 교장 선생님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당혹스러운 표정과 무시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유감스럽다는 듯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런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께서는 뭔가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했고, 급기야는 모진 말까지 했다.
“이런 학생이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평판이 안 좋아집니다.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생들 중에서도 용모가 빼어난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나는 어머니가 비분강개하셨을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됐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할 때 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기라도 하듯 되뇌셨다고 한다.
“만약 댁의 아들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면 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 모든 일을 이야기하고 나서 내 어깨를 붙잡고 간곡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아들, 우리 절대 지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말을 다 듣고 나서도 어머니처럼 그렇게 화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그저 나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의미심장한 말씀과 편파적이고 오지랖 넓은 평가에 되레 감사했다. 그리고 에둘러 완곡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에도 감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진심으로 내 삶에 출현하는 악역을 맡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안일함에 빠졌을 때 시기적절하게 극약 처방을 내림으로써 나로 하여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그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무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10장: 무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에서
“피아노 의자가 왜 저렇게 생겼을까 한참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칩니다.”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친다고요?”
“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어떻게 그럴 수가… 보통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네요. 일반적으로 손으로 피아노를 쳐도 배우기가 힘든데.”
“저는 인생에 두 갈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거나, 멋지게 살거나.”
“네?”
“피아노를 꼭 손으로만 치라는 법은 없잖아요. 발로 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심사위원 세 명과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모두 류웨이의 음악을 들으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원망이나 불만이 전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8월 8일, 가오샤오쑹(高曉松, 중국의 유명 가수이자 영화감독-옮긴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 날도, 처음으로 경연대회에 참가한 날도, 난생 처음 커다란 변화를 앞에 둔 날도 아니었다. 그날은 300명 중 24명을 뽑는 〈차이나 갓 탤런트〉에 참가한 첫날이자 처음으로 〈차이나 갓 탤런트〉 무대 위에서 공개적으로 연주한 날이다. 나는 침착한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그리고 재빨리 어머니가 준비해주신 깨끗한 보라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참가 번호표를 달았다. 그런 다음 습관적으로 사람들 틈에 섞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렸다.
이런 습관은 아마도 두 팔이 없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동정 어린 시선을 던지는 것이 싫다. 내가 뭐 특별할 게 있다고. 그냥 한 사람일 뿐인데. 내 순서를 기다리다가, 무대에서 연주하고, 무사히 연주를 마치고, 그렇게 나는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잘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16장: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칩니다」 중에서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지금은 가장 좋은 시대이면서 가장 나쁜 시대다. 지금은 신용을 이야기하는 시대이기도 하면서 속이는 시대다. 지금은 광명의 시대이면서 암흑의 시대다.”
처음에 이 문장을 읽고서 '이 글을 쓴 사람은 이 시대 때문에 미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읽어보면서 이 글을 쓴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당신이 살아가는 곳에서 당신은 왕이다.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세계가 달라지고, 당신의 시대도 달라진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종교가 뭐냐고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깊은 믿음을 가질 수 있느냐고, 당신이 믿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나는 예전에 책에서 본 글을 믿는다.
“희망은 불꽃이고 연기는 절망이다. 삶이란 불을 피우면 당연히 연기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어느 영화에 나온 말을 믿는다.
“삶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네가 앞으로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나는 세상을 떠난 영웅들의 지혜를 믿는다.
“자신이 머지않아 죽을 것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도록 하라.”
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한 가수가 부른 노래를 믿는다.
“나는 어제의 소원이 실현될 거라고 영원히 믿어요. 나는 내일의 천국이 머지않아 나타날 거라고 영원히 믿어요.”
나는 어떤 시인이 나와 비슷한 나이에 쓴 글을 믿는다.
“꺾이지 않는 노력을 믿고, 죽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젊음을 믿으리.”
그리고 나는 이 명언을 믿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에필로그: 태어났으면 멋지게 사는 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