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형 연구는 1900년대 초, 고토(小藤文次郞)를 중심으로 한 일본인 지질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때는 주로 지질학을 바탕으로 한반도 지형 전체를 거시적으로 다루었으므로 산맥의 방향, 지구대, 지각변동 등 지구조와 관련된 구조 지형이 주 연구 대상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19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의 연구 주제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1900년대 초에는 구조적 측면에서의 지형 연구(지체구조, 지질구조)가 중심이 되었고, 1930~1940년대에는 침식면(고위평탄면, 저위평탄면 등)의 발달사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고토는 신학문 관점에서 거창하게 한반도 지질과 지형의 체계를 세우려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지질을 조사한 일본 지질학자들은 대개 고토의 제자들로서 고토의 산맥체계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을 뿐, 큰 틀은 이어졌다. 태백산맥, 강남·적유령·묘향·자비령·멸악·마식령·차령·노령 등의 이름은 고토가 처음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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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폭포(제주도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는 같은 안산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흥미를 끈다. 천지연폭포는 천지천(연외천, 淵外川)이 하구에서 830m나 두부침식하여 후퇴된 결과 경사급변점에 걸린 폭포이다. 그러나 정방폭포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고 30m 높이의 해안 절벽에 걸려 있다. 그 이유는, 정방폭포를 이루는 것은 동홍리 하천인데 이 하천은 천지천에 비하면 훨씬 후기에 형성된 하천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침식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원지형면 그대로를 흐르는 동홍리 하천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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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는 한국에서 유일한 칼데라호이다. 칼데라는 화구(火口)의 일종으로 화산체가 형성된 후 대폭발이나 산정부의 함몰에 의해 2차적으로 형성된 분지를 말한다. 여기에 물이 고이면 칼데라호가 된다. 칼데라는 일반 분화구보다 훨씬 크고 바닥이 상당히 넓어 분지 형태를 띤다. 칼데라분지로 불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백두산 천지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칼데라호로서 경관이 뛰어날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절대적 보존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북한에서는 1980년 1월에 천연기념물 제351호로 지정하여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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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보는 독도는 이전에 만들어진 거대 해저 화산체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해저화산체는 순상화산형태를 하고 있으며 평정해산 위의 독도는 용암과 화산쇄설물이 반복되는 소규모 성층화산이다. 따라서 독도는 일종의 복성화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해수면 아래 화산체는 서도보다 10배나 더 규모가 큰 높이 1,900m, 바닥의 폭이 25~30km에 이르는 거대한 원추형 화산체이다. 물 위의 서도까지 합치면 그 높이는 2,068m로서 제주도 한라산(1,950m) 화산체보다 118m나 높다. 한국자원연구소는 이 화산체를 ‘독도해산’으로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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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단일 암석으로 가장 넓게 분포하는 것은 화강암이다. 생활주변에서 화강암을 쉽게 접했던 우리 조상들은 이 돌을 건축재료, 생활도구, 신앙 대상 등에 자연스럽게 활용했다. 궁궐과 산성, 불교 사찰의 불상과 탑,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된 마을 어귀의 남근석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유적과 유물들은 대부분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다.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암석으로 일단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속도가 느려지면서 오랫동안 침식되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한다. 또한 화강암은 광물입자가 균일하기 때문에 비교적 섬세한 가공과 조각이 가능하다. 이러한 화강암의 암석학적 특징은 한국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금강산 만물상의 웅장하고도 수려함, 수도 서울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암봉들 그리고 고도 경주 남산을 비롯하여 한반도 구석구석마다 새겨진 수많은 마애불상, 이들은 모두 화강암이 우리에게 안겨준 귀중한 자연적, 문화적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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