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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실로 한 줄 누벼 놓으면

색실로 한 줄 누벼 놓으면

: 이덕은 색실누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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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400g | 180*235*10mm
ISBN13 9791187317081
ISBN10 11873170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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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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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말한다. 나이 들어 눈도 침침해지는 데 힘든 바느질은 왜 하냐고… 다른 걸 하자고 한다. 그저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던 나는 여인과 가까운 바늘을 도구로 잡았을 뿐 처음부터 어떤 계획이나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되묻곤 한다. 내가 처음 규방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모시러너와 경상도 골무 때문이다. 시어머님 생신선물로 모시러너를 사드리고 싶어 인사동에 갔는데 그때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마음에 드는 걸 사기가 녹녹치 않았다. 옆에 있는 친구가 “얘, 너 손재주 좋은데 네가 만들어” 라는 말에 그야말로 손재주를 믿고 겁 없이 모시러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모시러너는 제 자리는 아니지만, 아직도 어머님 댁에 놓여있다. 며느리의 첫 작품인지도 모르시고 잘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만든 정성에 아직 버리지 못하신 듯싶다.

그러다 바느질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고 공방에 나가게 되었고 경상도 골무를 알게 되었다. 지역의 특색에 따라 쓰임새는 같아도 형태가 다르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규방공예에 재미를 알게 될 쯤 색실누비를 만나게 되었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설레임에 잠도 못 자고 며칠을 바라보아도 이쁘기만 한 그 쌈지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을 줄은 그땐 몰랐다. 그저 예뻐서 만들고 싶었고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염색을 하고 다듬이를 하고 색실을 펼쳐놓으면 행복했다. 염색한 천에게 묻는다. 어떤 친구를 만나고 싶냐고…. 색실로 한 줄 누벼 놓으면 또 다시 묻는다. 네 친구는 어떤 색이냐고…. 그렇게 초록을 누비고 초록의 친구를 누비고…. 그 재미에 가득 누벼진 문양을 바라보고 바이어스를 대고 형태를 만들어 쌈지 하나 만들면 보물을 얻은 양 의기양양해져 며칠을 보낸다. 누가 알까 부끄러운 사치이다. 알 수 없지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거나 사람들의 말로 마음이 가득 채워진 날에는 늦은 시간이더라도 바늘을 잡는다. 실을 꿰고 한 땀 한 땀 누벼가다 보면 어느새 평온해져 있음을 느낀다. 마치 국수 삶는 냄비에 찬물을 조금 넣으면 요란하게 끊던 냄비 속 물이 잠잠해지듯이.

누비는 내게 생각을 잡아주는 친구이다. 앞으로 달려가 불안해지는 생각도 시간을 뒤돌아가 아픈 마음도 손끝으로 불러 가만가만 다독이며 지금에 충실해질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한 줄 두 줄 누벼가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바느질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이런 누비작업이 좋다.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평온함이다. 내 작품이 마음에 들 수도 아니면 실망을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말씀으로 양해를 구한다. 이 책으로 인해 함께 색실누비를 만들어 가시는 분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그저 혼잣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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