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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여자

아내와 여자

: 최병섭 에세이

최병섭 | 청어 | 2020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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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70g | 152*225*14mm
ISBN13 9791158609054
ISBN10 1158609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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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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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고향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던 고향/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즐겨 부르는 동요 「고향의 봄」이다. 눈 감고 2절까지 부르며 어린 시절 옛 고향마을을 떠올려 본다. 사람마다 나이와 태생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의 폭은 다르겠으나, 온 천지가 꽃동산인 이 계절에, 누구나 불러보고 싶은 고향의 봄이 한창이다.
눈으로 보는 봄도 찬란하지만, 맛으로 맞이하는 봄은 더욱 즐겁다. 언 땅이 풀리면 입맛을 돋우는 향긋한 냉이 무침으로 시작하여 된장찌개에 넣은 달래의 향기와 맛, 아싹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쑥국, 초장에 찍어 먹는 쌉쌀한 미감의 어린 두릅, 그리고 산에서 지천을 돋아나는 온갖 산나물들…
젊은 시절에는 친·외·처가의 정자나 산기슭에서 화전놀이와 봄나물 잔치를 하며 남녀노소 혈족끼리 정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급변하는 세태 속에 차츰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그래도 해마다 절기에 맞춰 이런 저런 인연의 정다운 이들과 봄의 맛을 나누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소박한 삶의 재미라 하겠다.
지난 해 가을, 친구의 모친께서 잠시 다녀가라고 하셔서 찾아뵈었더니, 정성들여 농사지어 참기름 짰다며, 우리 내외와 아들과 딸의 집에 한 병 씩 각각의 몫으로 챙겨 주셨다. 올 봄에는 평소 존경하는 원로 여류 시낭송가께서 “뜰에 꽃이 만발하고 엉개나물 맛이 한창이니, 좋은 사람들과 식사나 함께 하자.”시며 거듭 초대해 주셨으나, 응하지 못한 송구한 마음 빚은 아직도 남아 있다. 또, 양북이 고향인 후배는, 노모께서 손수 따서 짚으로 엮은 엉개(엄나무) 몇 두름을 보내왔는데, 그 모자분의 은근하고 깊은 정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아침 일찍 새벽시장에 가면 제철의 산해진미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새벽시장에 가서 엉개 잎을 사와서 잘 데쳐내어 양손으로 둘둘 말아 초장과 된장에 번갈아 꾹꾹 찍어 먹었다. 쫀득쫀득 씹히는 엄나무 잎 그 특유의 식감과 향기를 즐기다가, 평소 필자와 살갑게 지내는 후배가 옛집 앞 ‘엄나무’를 소재로 쓴 시가 생각나서 읊조리며 옮겨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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