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혹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미국은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소도 많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보니 사람들의 의식 자체도 자리 잡힌 것 같아요. 동물도 누군가에게는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어요. 문화를 만들어가기에 앞서 인식이 바뀌어야겠고, 그에 앞서 관심이 있어야겠어요. 관심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인내한다면 반려동물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공격적으로 혹은 억지로 반려동물에 관심을 가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이미 드러난, 인간으로서 너무 비열하게 느껴지는 동물 학대나 강아지 공장 실태, 유기견 입양 문제는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되기를 바라요. 나 역시 변화를 기대하며 적극 참여하고 싶어요.
--- p.15 「다니엘 헤니」 중에서
사실 연예인은 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입장인데, 반려동물은 일방적으로 케어를 해줘야 하는 관계잖아요. 괴리감을 느끼진 않나요?
집에서는 그냥 영락없는 동물 돌보미일뿐이에요. 하하. 어제 새벽에도 밥 달라고 하도 보채서 잠을 깼어요. “아까 먹었잖아”라고 핀잔 줘놓곤 아버지가 농사지어 보내주신 사과를 깎아 나눠 먹었어요. 저도 감 깎아 먹고. 그러고 나니 또 똥 마렵다고 낑낑거리길래 배변시키러 밖에 나갔다 왔고요. 주변에서 동물을 케어해줄 사람을 구하라는 얘길 듣는데, 사실 남의 손에 의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요즘 마음으로는 더는 안 키운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다른 거보다 제가 손이 2개뿐인데 사랑을 충분히 못 나눠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에요. 고양이는 손을 만져주고 강아지는 발로 쓰다듬고 그런 식이거든요. 감자는 영원한 제 발닦개예요. 감자도 자기는 특별히 발로 만져주는 걸 알아요. 다들 마음껏 안아주고 싶지만 한 아이를 편애하면 싸움이 나니까 제가 냉정해져야 해요.
--- p.20 「구혜선」 중에서
다견 가족으로서 좋은 점이나 힘든 점이 따로 있나요?
처음에 현민이(배우 윤현민)가 먼저 칠봉이와 꼬봉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처음엔 한 마리였다가 나중에 친구를 만들어준 케이스에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두 마리 키우는 거 힘드냐고요. 제가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할 당시 몬드를 데리고 왔는데, 촬영 일정이 바쁘다보니 몬드가 계속 혼자 있어야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한 마리를 더 데려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현민이 말이 무조건 두 마리가 좋다는 거예요. 행복감도 더 크고, 아이들에게도 두 마리가 더 좋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거 외엔 힘든 건 전혀 없어요. 단지 병원비가 두 배로 든다는 것?
--- p.62 「이태성」 중에서
반려견 테마의 앨범이라 전체적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겠구나 싶었는데, 앨범을 쭉 듣다 보니 슬픈 가사도 많아서 의외였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희로애락을 다 표현해야죠. 무심한 아빠를 기다려야 하는 보현이의 심정, 반대로 사람 입장에서 느끼는 외로움까지 담고자 했어요. 저희 집이 20년 넘은 구옥인데, 제주도는 바람이 정말 심해서 태풍이 한 번씩 오면 천둥 번개가 엄청나거든요. 그럴 때면 청력이 뛰어난 보현이는 물론 저와 아내 역시 한숨도 못 자요. “안아줄게. 올라와” 하면서 서로를 꼭 안아주지만, 실은 근본적인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해결해주진 못하는 데서 오는 자조의 감정도 섞여 있다고 봐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외로움을 안고 있는 존재로서 저 또한 보현이에게 그런 얘기를 하곤 하거든요. “나도 그래. 나도 가끔 세상이 너무 어지러워서 내리고 싶단다.”
--- p.69 「루시드폴」 중에서
마루와 살면서 정서적 변화도 경험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언제나 ‘내 편’이 있다는 것,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가장 기분 좋은 변화는 제가 사물을 눈여겨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평생 제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왔는데, 마루와 함께 산책을 하면 제 주변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와요. 마루와 골목길을 걸으면 주변을 경계하게 되잖아요. 어디서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고, 개를 보고 놀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 거예요. 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산책을 나서면서 자연의 변화도 느끼죠. ‘오늘은 낙엽이 지는구나’, ‘스산해지는구나’, ‘추워졌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마루가 멈춰 서는 곳을 보면서 “우리 동네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었어?” 하며 놀라기도 하고, 그 밑의 꽃을 발견하기도 해요. 남자들은 무릎 밑을 잘 안 보잖아요. 그런데 마루를 통해 무릎 밑을 보게 된 거죠.
--- p.91 「김민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