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군력과 정보감시정찰 자산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육군 중심 체제에 길든 군대로는 현대화한 중국군이나 일본군은 고사하고 북한군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 삼성전자나 LG화학, 현대-기아차, 그리고 영화(봉준호, 박찬욱, 홍상수)와 대중음악(BTS, 블랙핑크, 싸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적 수준에 올랐듯이 국군도 미군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전투와 전쟁을 기획·실행할 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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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생존을 위해 한미동맹을 원칙으로 하면서 사안별, 단계별로 현명하게 판단하여 대처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와 인도, 방글라데시 포함 서남아로 경제협력 축을 점차 확대,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을 겨냥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인도-태평양 버전 NATO 창설 현실화 여부에 관계없이 ①일본, ②베트남, ③호주, ④인도 등과 함께 5개국 협력 네트워크(Network 5)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네트워크는 미·중 간 대립 심화 와중 우리의 외교활동 반경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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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중 신냉전이라는 급변한 국제상황에 맞추어 한·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웍을 고안하여 일본에게 제의해야 한다. 전환기에 있는 한·일 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종군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희생자 문제 포함 역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 기업 자산 압류·현금화 문제와 대한국 경제 제재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는 한·일 두 나라의 국민 정서, 국내 정치와도 연관되어 있어 해결이 쉽지는 않다. 한·일 두 나라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미·중 신냉전에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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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반도에 부여하는 전략적 가치는 태평양 건너 미국이 한반도에 부여하는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크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미국이 이스라엘이나 캐나다를 생각하는 것 이상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중국 처지에서 북한은 육지로는 만주, 바다로는 보하이만과 연접하고, 일본과 일본 내 미군 기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동해로의 출구 격이라 요충지 중 요충지이다. 나선항과 청진항에서 일본 열도를 향해 컴퍼스로 원을 그리면 북으로는 홋카이도, 남으로는 큐슈까지 일본 모든 도시들이 동일 사거리의 미사일 사정권 내에 들어간다. 미·일에 비해 해·공군력이 약한 중국 처지에서 육지로 연결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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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국가 엘리트들이 진취적 기상을 잃고 샌님이 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실패국가 북한에 의한 적화를 겁내는 이들까지 있다. 불로의 지대를 추구하는 일부 기업인, 정치인, 언론인, 고위 관료 출신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엘리트 다수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은 국가사회의 미래와 거의 관계없는 사소한 일을 갖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동아시아-서태평양 질서 변화 추세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역사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를 처벌할 뿐이다.’ ‘한반도의 시간은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흐른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정세 변화로 인해 한민족이 다시 망국멸종의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 이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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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특정 지도자의 뛰어난 아이디어나 전략·전술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통합을 기초로 경제력·군사력 강화 등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동아시아-서태평양 포함 세계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화할 때를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정치·사회 통합과 함께 특히, 강한 경제력의 전제 조건인 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통일은 필요한 역량을 갖춘 후 ‘찰나의 기회’를 낚아채어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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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핵·미사일 능력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이 매우 취약하다. 중국의 지원이 끊어지면 북한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삼중수소(H3)는 1g에 100만 달러나 할 정도로 초고가이다. 북한이 50~100개로 추산되는 핵 탄두수를 계속 늘리기에는 힘이 달릴 것이다. 그리고 군사적 한계효용도 체감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공존의 대북정책을, △세계제국 미국의 상대적 약화, △중국의 굴기, △일본의 재무장, △북한의 전략무기 무장 강화 등으로 인해 야기된 초불확실성 시대에 맞게 변용은 하되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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