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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결정체

순수의 결정체

: 알퐁스 도데 단편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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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54g | 128*188*20mm
ISBN13 9788998697884
ISBN10 899869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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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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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생물들의 세상이지만 밤은 무생물의 세상이다. 이런 밤의 세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조금 무서울 수 있다. 그래서 아가씨도 바들바들 떨면서 아주 작은 소리에도 내게 바짝 다가들었다. 한번은 연못 깊은 곳에서 길고 음산한 울음소리가 물결을 치며 우리들 쪽으로 올라왔다. 이와 동시에 유성이 반짝이며 머리 위를 같은 방향으로 지나며 반짝이는 것이, 마치 우리가 방금 들은 신음소리가 빛을 이끌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저게 뭐지?”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내게 속삭이며 물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지요, 아가씨.”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성호를 그었다. 아가씨도 나를 따라 성호를 긋고는 잠시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너희 목동들은 마법사라는 말이 정말이니?” “아니에요, 아가씨.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별과 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평지에 사는 사람들보다 별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잘 알 수 있답니다.”
--- p.17

“내 꼴도 참 불쌍하기도 하지.” 그가 이렇게 말했소.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구먼. 이 방앗간을 수치스럽게 만들었어.” 그리고 그는 비통하게 흐느끼며 마치 자신의 방앗간이 듣고 있기라도 한 듯 방앗간에게 온갖 위로의 말을 건네더군. 바로 그때 당나귀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그 옛날 좋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모두 크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소. “여어, 거기, 방앗간! 이봐요, 코르니유 씨!” 그러고는 방앗간에 자루를 쌓아 올렸소. 황금빛이 도는 사랑스러운 밀알이 땅바닥에 온통 흘러넘쳤지. 코르니유 영감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늙은 손에 밀을 한 주먹 움켜쥐고서 울었다 웃었다 했네. “밀이다! 오, 하느님! 진짜 밀이구나! 내 눈이 실컷 볼 수 있게 놔두게.”
--- p.34

“도대체 왜 그러니! ”그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장, 장, 대답 좀 하렴. 뭐 하는 거니?” 어머니는 주름진 손을 떨면서 문고리를 더듬어 찾았다. 그때 창문이 열리면서 앞마당에 깐 평판 위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끔찍할 만큼 조용해졌다. 이 불쌍한 청년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이 모든 것을 끝내 버리고 싶다.” 아, 우리 인간은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지! 아무리 경멸하려 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꺾을 수가 없으니 참으로 가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에스떼브 농가에서 누가 그렇게 울었는지 의아해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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