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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Hero

Everyday Hero

: 아스퍼거 소녀, 일상의 영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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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46g | 130*188*20mm
ISBN13 9788993143935
ISBN10 899314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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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쟤 뭐냐. 쥐 찾고 있나 봐! 바보 아냐?”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타라가 관용어를 썼으며, ‘쥐새끼’는 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쥐새끼’라는 말은 권위 있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관용어가 싫다. 타라가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서더니 내 책상 위에 두 손을 얹고 나에게 바싹 다가왔다. 헤어스프레이 냄새와 향수 냄새가 났다. “고자질하니까 고소하냐?” “모르겠어.” 이건 사실이다. 나는 ‘고소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 p.30

“걔 건드리지 마라.” 메건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메건이 교실에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왜? 얜 고약한 고자질쟁이야!” “그냥 내버려 두라고.” 메건이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하나씩, 하나씩. 교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랑 해보자는 거야?” “정 그러고 싶다면.” 메건이 자리에서 일어선 것 같았다.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벨트에 달린 체인이 찰랑대는 소리와 부츠 굽을 쿵 하고 발 내딛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메건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타라는 내 책상에서 손을 떼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 p.31~32

메건이 풀밭 위로 앉으며 물었다. 목과 허리춤에 두른 체인이 챙그랑 소리를 냈다. “너, 뭐 있니?” “… 있냐고?” ‘있다’라는 말은 가지거나 소유한다는 뜻이다. “핸드폰이랑 메모장, 마스크, 연필 한 자루, 펜 두 자루, 공학 전자계산기, 수학 파일, 도시락 가방, 버스 카드 그리고 비상금 20달러를 가지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왜 이러냐고. 너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거니?”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걸 직접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보통은 자기 엄마한테 묻거나, 아니면 그 애들의 엄마들이 우리 엄마나 선생님에게 묻곤 했다. “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 이번에는 내가 되물었다. “너는 뭐가 있어?” 메건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하…, 내가 그래 보여?” “응. 너는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안 좋은 것 같아.” (중략) “너는 왜 내가 그게 안 좋다고 생각해?” “멍 때문에.” 메건이 웃었다. 왜 웃는지 모르겠다.
--- p.38~39

“오늘 밤? 아빠한테는 네가 금요일에 올 거라고 말했어. 그런데 오늘은 수요일이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여기 있지 않을 거니까. 밴쿠버로 갈 거야.” “왜?” “친구 만나러.” “밴쿠버에 친구가 있어.” “응.” “너, 밴쿠버에서 살았던 적 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밴쿠버 친구를 사귀었어?” “인터넷으로! 이제 됐어? 그냥 새 아빠한테 내가 너희 집에서 잔다고만 말해 주라.” “혹시 인터넷에 네 신상 정보를 올렸어?” 아빠가 알려 준 규칙이 생각나서 물었다. 나는 규칙을 좋아한다. 규칙은 발코니의 안전 난간 같은 것이다. “뭐? “신상 정보는 네 이름하고 주소를 말하는 거야. 치과 진료 기록이 아니고.” “무슨 소리야! 나는…. 아니, 너는 그냥 내가 여기 있다고만 말해 주면 돼, 알겠어? 어쩌면 아무도 전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메건이 주먹을 꼭 쥐었다. 손톱에 까만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고, 오른쪽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 p.116~117

“그러니까 너는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나쁜 게 아니었어. 그 멍들도…?” “그래, 그놈 짓이야. 이제 이해했구나. 그럼 내가 버스 타게 해 줄 거지?” “때리는 건 규칙 위반이야. 경찰한테 말해야 해.” 메건이 벨트에 달린 체인을 찰랑거리며 일어섰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메건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네 말대로 내가 맥너티 경관한테 이 얘기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위탁 가정으로 보내질 거야.” “그게 나빠?” “정말 몰라? 그래, 나빠! 게다가 새 아빠가 나한테 복수할 置거야. 우리 엄마한테도 분풀이를 할 거고.” … (중략) … “우리 엄마가 도망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 “바보 같은 소리 하네! 네가 뭘 알아? 너희 엄마가 하는 말이나 너의 그 바보 같은 규칙 타령은 진짜 세상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와이 해변에서 발밑에서 모래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p.210

“왜 나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칭찬스티커.” “어?” “너는 칭찬스티커 때문에 나랑 놀아 주고 그러지 않아.” “아, 그랬지. 차라리 네가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런 애들은 선생님 말은 잘 들었을 테니까. 너한테 엄마가 오지 않을 거란 소리도 안 했을 테고, 나처럼 멍청한 짓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나는 벽지 위에 그려진 장미꽃 서른여섯 송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는 냄새가 안 나.” 메건이 웃었다. “내가 냄새가 안 난다고?” “그래서 버스에서 네 옆에 앉는 게 좋아.” “너는 내 하나뿐인 친구야. 그런데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겨우 냄새가 안 나서라고? 무슨 이유가 그래?” 메건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울기 시작했다.
--- p.192

마침내 메건이 말을 꺼냈다. “너는 참 용감한 것 같아.” 나는 눈만 깜빡였다. 용감하다는 말은 위험이나 고통, 어려움을 기꺼이 마주한다는 뜻이다. 겁내지 않고 용기 내는 것을 말한다. “나는 유치원 때 매일 비명을 질렀어.” 내가 말하자 메건도 한 마디 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세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하지만 넌… 나는 메건이 키가 얼마나 큰지 떠올렸다. 성큼성큼 걸을 때 아이들이 옆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라든가 버스와 회전목마를 탈 때 나를 도와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메건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니, 네가 나보다 훨씬 용감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네가 제일이야. 너는 영웅 같아." ‘영웅(hero)’은 ‘광물화하다(mineralize)’ 앞에 나오는 단어여서 뜻을 잘 안다. 위대한 일을 해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난 위대한 일을 한 적이 없어.” “네가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 전부가 위대한 일이야. 너는 겁이 날 때도 늘 뭔가를 해내잖아.”
--- p.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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