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밀리터리 슈팅 게임들은 미군 병사들과 국가의 적들이 치러야 할 전투 시나리오를 게이머의 유희를 위한 목적으로 상정한다. 이어질 장에서 이 책은 밀리터리 게임플레이의 상호작용적인 회로들이 어떻게 헤게모니적인 즐거움을 만들어내는지, 윌리엄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상호적인 구조가 어떻게 “유희적 전쟁의 감정”을 만들어냄으로써 게임의 상업적 성공을 추동하는지, 이를 통해 유희적 전쟁의 행동이 어떻게 남성적이고 군사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가 정체성을 쌍둥이 빌딩의 잿더미에서 불사조처럼 부활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p.63
텍스트적 장치로서 슈팅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선택이 자신만의 전쟁 이야기 플롯을 구축해 우주의 변화를 추동하는 인물이 되도록 설정한다. 또한 문화적 장치로서 슈팅 게임은 정치적 불안감을 플레이와 즐거움의 기회로 바꾸어내는 역할을 한다.
--- p.95
〈미사일 커맨드〉가 보여주는 픽셀로 채워진 비인격적 전장은 〈콜 오브 듀티〉가 가까운 미래의 전쟁 이야기를 친밀하게 묘사해 주는 것과 다르다. 그러나 게임은 역사적·산업적·미학적 맥락에서 서로 교류하게 하는 구조적인 구성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 양식의 개념은 이질적으로 보이는 슈팅 게임을 연결해 내는 중요한 연속성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 p.111
서사적 주관성과 전쟁의 시각화는 9·11 이후의 슈팅 게임을 설명하는데 있어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이다. 전쟁의 시각화는 전장이 가진 모든 복잡성을 알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이는 체스판에서 플레이어가 나이트와 루크, 비숍을 옮기는 것처럼 다양한 전쟁 단위가 어떻게 서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각화는 대테러전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을 통합하는 핵심적 통솔 전술이다”. 하지만 시각화는 단순한 시각의 차원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계량화될 수 있는 전술의 차원을 넘어선다. 또한 전쟁의 시각화는 군사개입을 정당화할 근거를 이해하고 여기에 투입될 피와 얻어낼 전리품에 대한 위협을 이해하게 한다. 이 점에서 슈팅 게임은 이전의 전쟁 게임과 차별화된다.
--- p.119~120
이러한 게임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전쟁에 대한 시선의 거리를 좁히고, 테러와의 전쟁이 가진 비대칭성을 선과 악의 힘이 벌이는 가장 최근의 가장 거대한 전면전으로 바꾸어냄으로써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정책적 책략의 정당성을 강화시킨다. 게임이 가진 전쟁 이야기와 플레이어의 관점이 바뀌는 것은 대테러전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미국과 서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시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 p.147
클랜시 계열의 게임은 비국가적 테러리스트들에게 필요한 실전 전략을 본뜸으로써 내레이션이나 시각화를 넘어, 아니면 둘 다를 넘어 장르를 한층 더 재매개한다. 사용자들이 미국의 전쟁 신화를 경험하고 올바른 테크노 전사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클랜시 브랜드의 비디오 게임들은 클랜시의 테크노 스릴러 세계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게임들은 테크노 스릴러 픽션이 가지고 있는 테크노 전쟁 담론과 미국 예외주의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 게이머가 전 지구적 정치 헤게모니를 확고하게 하는 군사력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다.
--- p.158
옳든 그르든 간에, 무장한 무인기는 21세기 초 미국의 군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바로 그’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기체계의 광범위한 실전 배치는, 미국 시민과 언론인들에게 사용 양상과 비용, 그리고 결과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더욱 강해지고 보이지도 않게 된 이러한 군사기술이 대중의 눈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면, 이 무기들은 미국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소말리아, 리비아, 파키스탄, 예멘 등) 국가의 영토주권을 침해할 것이고, 이는 비국가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들이 지원자 모집 동력을 다시 활성화시키거나, 미국의 주권 침해를 다른 정치적 문제에 대한 빌미로 사용할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국가에게 외교적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 p.187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팬 주변텍스트와 마케팅 담당자들이 만들어낸 광고 주변텍스트는 각각의 집단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소통의 창구를 열게 되고,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 경제적 목표 혹은 공동체 구축의 목표로 차용된다. 하지만 제작사가 만든 게임의 공식 마케팅은, 게임 타이틀이 인기를 끌기 이전에 진행된다는 점, 대중이 이 유희적 경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언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 p.232
게이밍 자본은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게임으로 이루어지는 게임 활동이 어떻게 유희적 병사와 같은 게이밍의 정체성에 기여하는지 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러한 게이머가 어떻게 자신의 게이밍 공동체를 만들고 그곳의 규율을 어떻게 정하는지, 슈팅 게임은 전쟁과 자신이 누락한 것 사이에서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우 사이에서 게이머가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무엇인지를 비롯해 유희적 전쟁이 가진 사회적 교훈에 대해 알아본다.
--- p.269~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