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원 원장님은 공고한 성채를 지닌 시인이다. 믿음의 성전에서 말씀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랑으로 가족의 성채를 따뜻하게 품고 있으며,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맹세한 따뜻한 손으로 병원의 성채를 품고 있으며, 한 가계를 잇는 사슬의 중추로서 윗사랑과 내리사랑의 충실한 성채를 지키며, 시인으로서 자기 발전의 탈피를 위해 수고하는 수도의 성채를 지고있다. 늘 깨어있으며 이 성채의 주인으로 임무와 소명을 충실히 완수해가며, 수도사 같이 기록하여 빚은 소묘들이 이 글 안에 정제되어 있다. 가끔은 성채를 떠나 외로움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성호를 긋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한 영혼이 살얼음 같은 세상을 건너는 정경을 보는 재미가 이글 안에 오롯하다.
- 송세헌 (시인, 사진작가, 옥천중앙의원)
권주원 시인은 체질적으로 농경문화인이다. 그의 시편에는 한평생을 농투사니로 살다 가신 부모와 가족, 시골 환자 등이 자주 등장하고 들판과 산, 꽃,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거대담론보다는 소소한 가족사를, 도시적 일상보다는 자연물을 주로 시의 제재로 선택한다. 그러므로 그는 도시적 삶의 일상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장독’을 통해서도 “진한 그리움 가득 고여 쭈그러지고 비틀어진” 인정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고, 병원에 와서 홍시 두 알을 내밀며 “혹시 병원서도 홍시 좋아하는 감?”하고 짐짓 농을 던지는 시골 할아버지의 의뭉스런 어조를 통해 부유하는 현대인이 겪는 도시적 삶의 박탈감, 긴장, 결핍, 억압, 궁핍 등으로부터 맑은 샘물과도 같은 신선함과 영혼의 자유를 환기하게 한다.
초극적 진리보다는 소소함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자문하며 자아와 타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 현란한 모조 별빛의 시대에 자그마한 반딧불로 맞서는 것, 그렇게 개인과 세계를 잇는 작업이 그의 시의 윤리이자 시인의 윤리이다. 괴물과도 같은 이 시대에 그의 소박한 작업은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 윤은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