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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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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 ]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이동
리뷰 총점8.5 리뷰 10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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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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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18g | 131*198*20mm
ISBN13 9788901245515
ISBN10 890124551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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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있어서 평등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투로 대답했다. “상대를 지배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에게 지배를 받을 것인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 같은 경우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노예가 되는 편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사건건 바가지나 긁어대며 괴롭히려 드는 여자가 아닌, 차분하고도 자의식에 찬 엄격함으로 상대를 다스릴 줄 아는 여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 p.38

“난 당신이 내 노예가 되어주었으면 해요. 당신을 내 노리갯감으로 삼겠어요.” “오! 제발 그렇게 해줘요.” 나는 한편으로는 떨리고 또 한편으로는 황홀감을 느끼며 외쳤다. “결혼은 평등과 합의에 바탕을 두지만, 이와 달리 가장 강렬한 열정은 서로 상반된 것들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는 거의 서로 적대적으로 마주 서 있는 양극이지요. 내 사랑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미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지요. 그런 관계로 보면 한쪽 사람은 망치가 되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모루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모루가 되고 싶어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무시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어요. 나는 한 여자를 떠받들고 싶어요.”
--- p.52

당신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환상을 일깨워주었어요. (중략) 내가 사랑하고 숭배하는 여인의, 한 아름다운 여인의 노예가 되는 거죠.” “그 대가로 당신을 학대할 수 있는 그런 여자를 말이죠.” 반다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요, 내 몸을 묶은 다음 내게 채찍질을 하고 발길질까지 해대는 그런 여자죠. 그러면서 정작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여자죠.” “그리고 당신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당신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고 당신이 그 운 좋은 연적과 맞서게 한 다음, 당신을 연적의 야수 같은 손에 내맡겨버리는 그런 간이 큰 여자겠죠. 안 그런가요? 마지막 장면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요?”
--- p.65~66

그녀가 욕조에서 일어나 은빛 물방울과 장밋빛 햇살이 그녀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을 때 나는 할 말을 잃고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싸주고 그녀의 아름다운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쪽 발을 마치 발판 위에 올려놓듯 내 몸 위에 올려놓고서 큰 벨벳 외투를 걸친 채 쿠션 위에 누워 있었을 때, (중략) 그리고 몸을 받치고 있는 왼팔은 마치 잠든 한 마리 백조처럼 소매의 검은 모피 속에 누워 있고 그녀의 오른팔은 되는대로 채찍을 매만지고 있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예의 그 조용한 행복감을 느꼈다.
--- p.155

화가는 넋 나간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본다. 그의 얼굴은 어린애처럼 놀란 빛이 역력하다. 혐오스러움과 찬미가 뒤섞인 표정이다. 내게 채찍을 휘두르는 동안 반다의 얼굴은 점점 더 예의 그 잔인하고 조롱의 빛이 역력한 표정을 띠어간다.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환희로 물들이는 그 표정이다. “자, 지금 이게 당신 그림에 필요한 표정인가요?” 그녀는 소리친다. 화가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길을 떨어뜨린다. “바로 그 표정입니다.” 그가 어물어물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요?” 반다가 조롱조로 말한다. “혹시 도와드릴까요?” “예.” 그 독일 화가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나도 그렇게 채찍으로 때려주십시오.”
--- p.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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