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패턴을 만들고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방식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간단한 문제를 다루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최고의 사고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이때 우리의 마인드가 두뇌와 싸우는 것이 바로 브레인게임이다. (눈치챘는가? 나는 지금 마인드와 두뇌를 구분했다. 앞으로 계속 이 구분을 염두에 두라.) 이 책에는 두뇌가 우리를 프로그램 된 대로 조종하려는 게임에서 마인드를 이용해 두뇌를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검증된 도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이 책을 세심한 안내서로 활용하길 바란다.
--- 「들어가기 전에: 두뇌보다 마인드」중에서
사람들이 이 사고 훈련 문제와 씨름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어떻게 그리 한결같이 동일한 사고 패턴의 덫에 빠져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지 놀란다. 폭탄제거 전문가들도 절대 이 점에서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과학계는 이 같은 행동뿐 아니라 다른 여러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명칭과 별명들을 잔뜩 붙여놓았다.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모두 치명적인 생각의 오류다. 그리고 이 오류들은 대략 일곱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오류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짓밟아버리고 우아한 해결책이 빛을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수 있다.
--- 「서문: 일곱 가지 치명적 오류」중에서
내가 문제 해결 수업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는 대부분 성급한 판단의 충동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으며 제어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즉시 행동을 취하려는 본능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브레인스토밍과 유사한 활동을 하면서도 답변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프레임스토밍’이라고 부른다. 프레이밍과 브레인스토밍을 합친 단어로, 변화의 고통 없이 매우 효과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프레임스토밍은 무술로 치면 합기도와 같다. 합기도는 상대방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자신의 힘을 주먹과 발에 실어 상대와 겨루는 가라데와 다르다. 합기도라는 단어의 뜻은 ‘삶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다스리는 법’인데, 프레임스토밍이 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빠른 생각 에너지와 느린 생각 에너지를 잘 조절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 「CHAPTER 1 성급한 판단」중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본연의 열정과 낙관적인 전망을 맹신한다. 그러나 우리가 조지 패튼이 말한 것처럼 ‘적과 맞닥뜨려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이 말한 것처럼 ‘한 방 얻어맞지’ 않으려면 우리가 해결책으로 떠올린 선택에 깔려 있는 가정을 먼저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신하는 부분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드러내고 검증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맹점이 되어 우리가 세운 최고의 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가정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가정을 드러내고 평가하는 데 서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가정은 피할 수 없다. 결국 브레인게임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의 차이는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가정을 다루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 「CHAPTER 3 과도한 생각」중에서
여러 사고 훈련 문제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만족화 행동을 관찰해보면, 오히려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제약조건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까?’를 묻는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해결책을 원하면서도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볼 참을성은 없고, 계획하기보다는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어 한다. 문제에 약간의 자원만 투입한 뒤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려 하고, 과거의 해결책을 조금 변형하여 현재의 문제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사람들은 전체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거나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 결과 우아한 해결책을 만나지 못한다.
--- 「CHAPTER 4 만족화」중에서
인기 있는 비즈니스 서적에는 항상 NIH를 조직, 팀, 사람 사이의 관계 등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한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NIH는 온전히 개인의 문제이며, 생각의 고착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지난 25년간 고위 지도자들을 상담하면서 NIH 사례를 수백 건 이상 목도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제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조직에 매우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신기한 점은 고위 경영진이 외부 연구 용역 및 자문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을 때도 NIH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외부 컨설턴트가 제시한 정보와 아이디어는 탁월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아 실행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며, 실제로 절대 실행하지 않는다. NIH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조직 문화에 치명적인 형태가 바로 조직 내 서열과 관련된 NIH이다. 창의력을 말살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구분하는 위력 때문이다.
--- 「CHAPTER 6 NIH 신드롬」중에서
자기검열의 오류는 우리의 창의적 본능을 침묵시킬 뿐 아니라 우리를 무신경하게 만듦으로써 과장하게 하고, 끔찍한 결과를 상상하게 하고, 세상이 끝날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개인적 두려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소설가 세라 워터스는 이것을 매우 솜씨 좋게 표현한다. “소설을 쓰다 보면 나는 창자가 분리되는 듯한 두려움의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내 앞에 화면이 펼쳐지고, 나는 허튼 소리를 상상하고, 이어서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평론가들의 혹평, 친구들의 비웃음, 커리어 실패, 수입 감소, 경매로 넘어가는 집, 이혼 등(…)” 자기검열을 다룬 문헌은 결코 적지 않다. 이것을 칭하는 이름도 다양하다. 100년 전 칼 융은 이렇게 썼다. “자기 안에 내면의 비평가나 판사가 있어서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에 일일이 간섭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 「CHAPTER 7 자기검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