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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와 망소이 3

망이와 망소이 3

: 개경

심규식 | 청어 | 2020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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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94g | 152*225*15mm
ISBN13 9791158609009
ISBN10 115860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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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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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의 형세는 정말 좋은데, 한 가지 흠이라면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이외다. 소나무를 심어서 바위가 보이지 않도록 우거지게 하고, 산의 북쪽에 있는 부소군을 남쪽으로 옮긴다면, 그대의 후손 중에 삼한(三韓)을 통일할 사람이 태어날 것이외다.” 팔원의 말을 들은 강충은 부소군 사람들과 함께 산의 남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부소산에 소나무를 심은 다음 군 이름을 송악군으로 고쳤다. 그후 강충은 벼슬을 하게 되어 상사찬(上沙粲)이라는 지위에 올라 부귀를 누리며 두 아들을 두었다. 둘째 아들 이름이 손호술이었는데, 후에 보육(寶育)이라고 이름을 고쳤다.

보육은 성품이 지극히 자혜로웠는데, 출가하여 지리산에 들어가 불도를 닦았다. 후에 평나산 북쪽 기슭으로 돌아와 살다가 다시 마가갑으로 옮겨 살았는데,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기이한 꿈을 꾸었다. 그가 곡령(鵠嶺)에 올라 오줌을 누자, 그 오줌이 삼한에 가득차서 산천들이 모두 은(銀) 바다로 변하는 꿈이었다. 이튿날 그의 형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그의 형이 말하기를, “네가 반드시 하늘을 지탱시켜 줄 기둥을 낳을 것이다.” 하고, 자기의 딸 덕주(德周)를 보육에게 아내로 주었다. 보육은 마가갑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덕주에게서 두 딸을 얻었는데, 특히 둘째 딸 진의(辰義)는 용모가 아리땁고 재주와 지혜가 뛰어났다.

-망이와 정첨은 홍인방 이자인 대감댁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밤에 수직을 서는 군졸들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낮에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몸을 뺄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어제 문둥이 얘기를 들었다는 이자인 대감의 하인을 찾아가서, 그에게 그 말을 전한 아낙의 집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아낙의 집은 찾기가 쉬웠다. 망이와 정첨이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찾자 방 안에서 아낙이 나왔는데, 장교복을 입은 두 사람을 본 그녀의 얼굴이 대뜸 굳어졌다. “어제 아주머니가 문하시중 대감댁 하인들한테 한 말이 정말이오? 거짓말을 하면 당장 오라를 지워 옥간(獄間)에 떨어뜨릴 테니, 바른 말을 해야 하오!” 정첨이 을러대듯 말하자, “내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소? 모두 사실이오.” 아낙이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문둥이가 바랑을 메고 갔다는 말을 한 사내가 몇 살이나 먹었으며, 어떻게 생겼었소?” “…나이는 서른쯤 들어 보였고, 얼굴에 불량기가 있어 보였소.”

-이틀 후,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에 또다시 조공승이 이보함의 집을 찾아왔다. “근처를 지나가다가 잠깐 들렀소이다. 실례가 안 되었는지 모르겠소이다.” “…이렇게 누추한 곳을 잊지 않고 들러 주시니 오히려 고맙습니다.” “그 말씀이 진심이시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신다면 차나 한 잔 주시겠소이까?” 조공승이 정이 뚝뚝 듣는 얼굴로 말했다. “…사랑채로 드셔요. 곧 술상을 올리겠습니다.” 부인이 한참 후 술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 술을 드실 분이 안 계셔서, 평소에 준비해 둔 것이 없습니다. 박주 산채밖에 없음을 너그럽게 헤아려 주십시오.” 부인이 조공승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간 여러 곳에서 적잖은 술잔을 받아 보았으나, 오늘밤처럼 아름다운 미인에게 이렇게 황공한 술잔을 받아보긴 처음이외다! 참으로 황홀하오이다!” 조공승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한 눈으로 부인을 바라보다가,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는,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부인께 한 잔 따르겠소이다.” 하면서, 그녀에게 술잔을 권했다. “저는 술을 마실 줄 모릅니다.”

-청과 모돌이는 율행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 해가 갈수록 청과 모돌이는 일취월장했고, 특히 청은 천품이 뛰어나 그 성취가 놀라웠다. 함께 지내는 아이들도 다들 청을 존중하여 따랐고, 청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줏대잡이가 되었다. 청이 열다섯 살 되던 해에 나라 안에 큰 역병이 돌았다. 몇 년간 흉년이 계속되더니, 마침내 역병이 창궐한 것이다. 이 고을 저 고을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죽이라도 끓일 수 있는 집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셈이었고, 아니면 풀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기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맸다. 그것도 어려우면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유맹(流氓)이 되어 떠돌았다. 마을마다 병들어 죽거나 굶어죽는 사람이 생겼고, 환자가 없는 집이 드물었다. 가족 전체가 병이 나서, 간병하는 사람도 없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집도 있었다.

“병이란, 못된 역귀가 달라붙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보다는 평소의 섭생과 관련이 있다. 농사를 지어 보아서 알겠지만, 땅에 거름을 두둑하게 하고, 비와 바람, 햇빛이 순조로우면 모든 곡식이 잘 자라지 않더냐? 그러나 땅이 척박하거나 가뭄과 장마가 계속되면 그해 농사는 망치게 마련이다. 올해의 역병은 흉년으로 못 먹어서 비롯된 병이니, 무엇보다 섭생을 잘하는 것이 급하다. 백성이 도탄에 빠지면 마땅히 조정에서 구호해야 할 것이나 지금처럼 조정이 있으나마나한 상황에선 뜻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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