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방법에는 직접 자신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훑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제3의 시각에서 객체가 되어 바라보는 방법도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볼 때 보다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적자원관리의 실태에 대해, 일본식 조직관리의 내용과 형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작은 호기심이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려는 계기가 되었다.

『인적자원관리의 힘(人的資源管理の力)』을 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방문연구원으로 초청받아 지내던 중,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술원의 시라키 미츠히데(白木三秀) 교수님을 소개받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인적자원에 관심이 많은 시라키 교수님과는 ‘인사’(人事)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교류가 이어지게 되었다. 서로 전공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조직이라고 하는 배경도 상이했지만, 인적자원이 갖는 내적 본질은 동일하기에 이를 어떤 학문적 시각에서 바라보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료주의적 성격이 강한 보수적인 일본 인사시스템은 우리나라 공공조직의 인사와 공통점이 많아 이질감보다는 동질성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 책의 번역의 시작은 시라키 교수님과의 개인적 인연이 계기가 되었지만, 인사는 결국 어느 집단에서건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우리나라에 번역·소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하였기 때문에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학, 경영사학, 경영학, 사회학 등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 기업의 인적자원관리는 국내에서 출간된 수많은 ‘인적자원관리’의 내용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아울러 수십 년에 걸쳐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경제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접근방식은 유사한 법률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조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또한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적인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담겨 있다.

이 책의 독자로는 대학생 특히, 향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인사업무를 희망하는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 외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샐러리맨으로서 인사 담당자들에게는 실제 업무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사실무가 내포한 의미와 의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 정부조직 등 공공조직의 인사업무 담당자들은 공공조직에만 몰입되기보다는 민간의 인사업무로도 시야를 넓혀, 공공조직 인사경쟁력 강화를 위한 참고도서가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본문의 ‘기업’이라는 단어를 ‘공공기관’ 또는 ‘정부조직’으로 바꾸어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샐러리맨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강좌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내용들은 전공서로서도, 동시에 교양서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흥미로운 구성이라 생각된다.

번역은 가급적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고자, 한자어로 된 용어는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이미 국내에 다른 용어로 소개되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통용되고 있는 용어를 우선하여 사용하려 하였다. 또한 법령의 경우에는 원문에 약칭으로 표기된 것은 원문대로 번역한 후, 정식 법령명을 병기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옮긴이 주(註)를 달아 이해를 돕고자 하였으며, 각 장의 말미에는 간단하게나마 옮긴이의 해설을 실어,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는데, 독자의 흥미도에 따라 제1부와 제4부를 통해 전체를 개관하고, 이후 인적자원관리의 각론에 해당하는 제2부와 제3부의 순서로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경영학과 관련된 일본 번역서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지원과 격려가 도움이 되었다. 먼저, 번역 출판을 허락해 주신 편저자 시라키 미츠히데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일본 인사시스템에 관한 많은 조언을 통해 원문의 맥락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아울러 일본의 역사 속 인물이 갖는 현대적 해석과 의미에 대한 다나카 아키라(田中章) 씨의 조언도 보탬이 되었다. 열악한 출판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출판에 도움을 주신 도서출판 문우사 김영훈 대표님, 꼼꼼한 교정으로 번역서의 완성도를 높여 주신 전영완 차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공직 생활 중 직무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준 인사혁신처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번역 작업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0년 여름
와세다 연구실에서
옮긴이 하 종 원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 책을 보고 계신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삼가 인사드립니다.
저와 일본의 동료 연구자들이 함께 ‘인적자원관리’에 관해 일본의 기본 서적으로 쓴 이 책이 한글 번역판으로 한국에서 간행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또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국 정부 인사혁신처에 근무하는 하종원 박사에 의해 번역되었습니다. 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번역은 하 박사가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1년간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술원에서 재외연구를 하며, 그 사이 세미나 등을 통해 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가 와세다대학교에 오지 않았다면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와세다대학교에서의 소중한 만남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실태를 비교하여 한국의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8월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술원 교수, 트랜스내셔널HRM연구소 소장
시라키 미츠히데(白木三秀)

Mitsuhide Shiraki, Ph.D.
Professor, Faculty of Political Science and Economics, and
President, Institute for Transnational Human Resource Management,
Waseda University, Tokyo, Japan.
E-mail: mshiraki@waseda.jp

[서문]

이 책의 목적과 특징

이 책은 일본에서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HRM) 분야의 ‘표준 교과서’를 목표로 하여, 기획하고 작성되었다.
그런데 ‘인적자원관리’라는 용어의 ‘자원’(resource)이라는 표현에는 ‘소비하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 재료’라고 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경영자원의 하나인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이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며, ‘자본’(capital)이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resource’라는 단어에는 ‘자산’이나 ‘능력’이라고 하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resourceful person’이라는 것은 확실히 ‘재능이 풍부한 인재’(人材·人財)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적자원관리’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여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
아울러 이 책의 제목에는 ‘힘’(力, Power)이라는 단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포함한 이유로는, 경영활동에 있어 ‘인적자원관리’의 역할과 기능의 ‘힘’을 잘 이해하여, 이를 실제 비즈니스 활동을 이해하는 ‘힘’과 실천하는 ‘힘’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독자로는 학부 과정의 3, 4학년생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동시에 관련 분야의 대학원생들에게도 해당 분야의 기본 지식 습득과 정리에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에서, HRM에 관해 제대로 된 관점을 정립하기 위한 기본서로서 현장의 제일선에 서 있는 비즈니스맨들도 꼭 읽어 주었으면 한다.
이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도표 서문-1〉을 참고하면 좋겠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실이나 현상도 처음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의식이 없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고민하지도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노동시장·경력·HRM 등에 대해서, 우선 무엇인가 하나라도 고민해 보거나, 왜 그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 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고민들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심이나 문제의식을 확인한 후에, 이 책을 읽기를 희망한다. 이 책에는 현재 HRM 분야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지식·정보 및 이론·가설들이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사실이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론이나 가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그 전에 조금이나마 폭넓은 현실적인 관련 지식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 점이 자연과학과는 다른 점인데, 사회과학에서는 관련 지식·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이 책뿐만 아니라 신문·잡지, 다양한 미디어, 정부·민간 통계 등을 통해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의도하고 있는 바는, HRM 분야의 사실이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이나 가설 또는 원칙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다양한 HRM 분야의 실상에 대해 자신의 관점에서 논리를 구축하고, 나아가 현장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그것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그 자체이다.
〈도표 서문-2〉는 이 책에서 다룰 HRM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그림이다. 이 책에서 논의할 HRM에는 외부노동시장을 포함한 외부환경, 이해관계자를 전제로 한 사업전략, HR 전략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와 그 원칙,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HR 정책이 시행됨에 따른 종업원의 인지·인식 및 이후의 결과(outcome)도 포함되며, 최종적으로는 조직성과, 경영성과로서 재무적인 결과에 이어지는 전체 프로세스가 제시되어 있다. 물론 HR 전략·정책, 종업원의 인지·인식 및 개인성과라는 내실이 경영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그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관련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이와 같은 틀을 기반으로,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인적자원관리를 둘러싼 환경」으로, HRM을 둘러싼 환경, 특히 노동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경우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고객, 종업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노동시장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원칙, 내부노동시장, 인적자본(human capital), 인적자원(HR)에 대한 기본적 이해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다. 왜냐하면 HRM이라는 것은 내부노동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현상 및 분석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제2장에서는 경영전략과 HRM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경영전략에서 기업을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는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제2부 「기업조직과 HRM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HRM 정책의 프로세스별 검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제3장의 「채용과 교육훈련」에서는 외부노동시장에서 내부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의 여러 측면에 대해 살펴보고, 제4장에서는 업적관리와 역량, 제5장에서는 평가와 동기부여의 메커니즘, 제6장에서는 보수관리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제7장에서는 리더십, 제8장에서는 경력형성, 제9장에서는 글로벌 인재개발, 제10장에서는 다양성과 포용, 제11장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제12장에서는 HRM 정책의 설계와 시행의 당사자인 인사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분석한다.
제3부 「HRM의 거시적 관점」은 HRM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 제13장에서는 노사관계, 제14장에서는 사회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안전망, 제15장에서는 국제화라고 하는 각각의 관점에서 인적자원관리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 「특정 테마의 이해」에서는, 제16장에서 일하는 것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제17장에서는 자원 기반 전략론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제2장에서 살펴본 경영전략 중의 특정 테마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이상과 같은 틀을 기반으로 쓰여진 각 장들이 독자들의 HRM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와 실천적인 대응에 한몫할 수 있게 된다면, 편저자로서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제언을 기대한다.
이 책의 출판에 있어서, 분신도(文眞堂) 출판사의 마에노 다카시(前野隆) 대표님으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배려를 받았으며, 또한 마에노 고타(前野弘太) 씨로부터는 기획·편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끝으로, 심심한 사의(謝意)를 표하고 싶다.

2018년 3월
집필자를 대표하여
시라키 미츠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