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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단정하게

안녕은 단정하게

: 볼티모어 부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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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92g | 115*188*12mm
ISBN13 9791187886570
ISBN10 118788657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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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첫 번째 결혼한 남편과 사별한 이야기나 첫 번째 아이를 사산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사람들의 얼굴이 흐려지고 있음을 알아챈다. 나는 얼른 덧붙이길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며 그땐 많이 슬펐지만 이제 괜찮다고 한다. 그건 정말이다. 그런데 나는 또 사람들이 뭔가 적절한 반응을 내놓아야 한다는 곤란함에 빠지지 않도록 애쓴다. 그 반응이란 오히려 부적절할 가능성도 크다. 내가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결국 실패한 시도로 남을 수 있다. 그건 신의 뜻이었다고 넌지시 전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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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와이트 가 7번지의 신이었던 어머니는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트로피카나 오렌지주스를 들이켜고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를 해치우셨다. 어머니는 본인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 혈기왕성했던 남편의 두 번의 심장 발작과 비호지킨 림프종과 게실증 수술, 딸들의 수많은 형편없는 결정과 마땅찮은 옷차림까지 모두 견뎌냈다. (…) 그리고 이제 어머니는 떠났다. 페르세포네는 지옥에서 올라왔고 데메테르는 그곳에 없다. 집 앞 진입로에 낯선 차들이 서 있고, 장미 덤불은 앙상하다. 그 자리에 선 당신은 자기가 쓴 시를 손에 쥔 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 있다. 그리고 당신이 어딘가로 가서, 그곳을 집이라고 부르리. 봄이라고 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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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함께하며 고통을 서로 나눴다. 더불어 기쁨도 서로 나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안기는 존재는 아니었구나 싶은 깨달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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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단 한 문장으로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수도, 가짜 대화를 끝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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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쥐었던 걸 내려놓아야 하는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그걸 친구는 너무나 느닷없이 이르게, 상상할 수도 없고 불가능한 방식으로 해내야만 했고 어쨌든 그 순간은 닥쳐왔다. 장례식을 마치고 8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친구의 딸 결혼식장에 가서 한자리에 모여 있는 어여쁜 남매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 없는 이 세상이 어떻게 지속될지, 이보다 더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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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화재나 핵 공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련하듯이 이제는 대량 살상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올바른 방법인지 배운다. 책상 아래로 가라. 옷장 안에 들어가라.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라. 뛰어라. 우리의 대통령은 ‘더 많은 총기’가 답이라고 내놓았다. 더 많은 노란 폴리스라인 테이프, 더 많은 촛불, 더 많은 헌화. 테디 베어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_본문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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