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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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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다

김누리 | 해냄 | 2020년 03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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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92g | 140*207*20mm
ISBN13 9788965749899
ISBN10 896574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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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인 대한민국. 불행히도 자살율도 선두다. 저자는 한국이 미국의 시스템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덧붙여, 대안 모델인 독일에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더 이상 행복을 개인 차원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생각해볼 때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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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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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정말이지 우리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도 거두었는데,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세계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가장 빈번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우울한 나라이고, 세계에서 아이들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모두가 모두를 가장 불신하는 나라입니다. 이쯤 되면 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옥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겠지요. 젊은 세대가 ‘헬조선’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타박할 일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이룬 이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요? 왜 이렇게 비참하게 굴종하며 기어야 하나요? 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해야 할 유년기와 청년기를 이렇게 우울하게 지내야 하나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들어가는 말」중에서

모두를 충격과 감동에 빠뜨렸던 압도적인 통찰력
우리가 민주주의자가 아닌데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지? 하는 물음인 셈입니다. 얼마 전 이런 의미에서 한 신문에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광화문에 모여서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이 집에 가서는 완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요, 다음 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쥐 잡듯이 들볶는 권위주의적 교사요, 혹은 회사에 가서는 갑질을 일삼는 상사라면, 민주주의는 어디서 하지요?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일상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일상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혁명은 도착하지 않았다」중에서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지 못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86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입니다. 86세대가 자신들의 도덕적 결단에 의해서, 또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만큼 진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대결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상대는 언제나 외세에 기대어 기회주의적으로 사적인 이익만을 탐하는 수구 보수들이었습니다. 도덕적 하자가 너무나도 분명한 수구 보수 세력하고만 경쟁해 왔기 때문에 항상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위대하고 위태로운 86세대」중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독일에서는 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교육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라고 했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민주주의가 취약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아도르노의 에세이에서 본 이 말은 저에게 개안의 충격을 주었지요. 이 말이 옳다면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말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왜 취약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까요?
---「경쟁의 덫에 걸린 한국 교육」중에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300명가량의 국회의원 중에서 290명 정도는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comy)를 지지하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 중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반대하는 정당은 정의당 정도입니다. 다른 정당들은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의회 구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의원이 우리처럼 98퍼센트에 달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자유시장경제의 낙원이라는 미국도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자유시장경제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수가 활개 치는 사회」중에서

이번에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나아졌나요? 불평등, 실업, 비정규직, 재벌개혁, 교육개혁 등 여러 가지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이 무엇 하나 제대로 개혁된 것이 있습니까? 이제야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정권 교체 문제가 아니구나. 한국 사회에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구나’라고 말이지요. 문제는 바로 한국의 정치 구도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기민당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실행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진보라고 불리는 민주당조차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상황이 한국이 헬조선으로 빠져드는 이유를 선연하게 설명해 줍니다.
---「정권 교체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중에서

우리는 통일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의 통일이란 지난 100년 동안 있었던 다양한 사회주의의 실험 중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와, 지난 세기의 수많은 자본주의 사례 중에서 가장 약탈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합쳐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통일은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는 두 국가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두 국가가 병을 앓고 있으면 먼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결혼식장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는 것이 순리겠지요. 결혼한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이 자신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권위주의적 사회주의를 민주화하고, 동시에 남한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인간화하는 것이 통일의 사회적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남과 북, 다치지 않고 손잡는 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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