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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비익

연리비익

김나래 | 동아 | 2020년 12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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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380g | 128*188*30mm
ISBN13 9791163024200
ISBN10 116302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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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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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나비 머리 장신구를 올려 주고 고름에 황금 투각된 노리개까지 달아 주자 어여쁘기 그지없는 소녀가 방에 있었다.
“어머나. 이린아 면경을 보렴.”
이화의 말에 면경을 본 이린의 볼이 절로 붉어졌다. 남복한 자신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거울 안에는 어딜 보아도 여인임을 알 수 있는 소녀가 있었다.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이린은 목을 가다듬으며 장신구를 매만졌다.
“언니, 이거 뭐야? 황금 아니야?”
“응, 어머님 유품이란다. 소중히 간직해 주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만큼이나 이린은 여러 가지 지식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집안의 서책이라는 서책은 읽지 않은 것이 없었고, 장돌뱅이처럼 시전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묻고 다니는 통에 잡다한 지식들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가슴에 달린 노리개가 황금 투각이 된 귀한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화의 한마디에 이린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투각된 노리개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조용했던 자매는 어느 순간 시끌벅적해진 밖의 상황에 고개를 갸웃댔다.
“왜 이렇게 시끄럽지?”
“그러게……. 언니, 내가 잠깐 살펴볼게.”
조용한 성품의 아버지로 인해 집안은 웬만한 일이 없고선 고요했다.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이린 외엔 가솔들도 최대한 행동을 조심하곤 했다. 의아함을 느끼며 이린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가솔들이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온 병사들이 무언가를 찾는 듯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여인이지만 마을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던 이린은 병사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언니, 어서 숨어.”
“뭐?”
이린은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려는 이화의 손을 잡고 방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옷을 꺼냈던 벽장이 눈에 띄었다.
“이곳으로 들어가, 언니. 절대 나오면 안 돼.”
“무슨 말이야, 린아. 지금 너…….”
이화가 불안감에 저항해 보려 했지만 오라버니들과 함께 체력 훈련까지 받고 있는 이린의 힘이 더 세었다. 언니를 억지로 벽장에 넣은 이린은 주변에 놓여 있는 막대기로 벽장문을 걸어 잠갔다. 혹시라도 언니가 나오면 큰일 나기에.
“언니, 절대 나오면 안 돼. 소리도 내면 안 되고, 좀 진정되면 그때 나와.”
“이린아.”
“꼭 그래야 해. 좀 진정되면 내가 부를게, 지금 사람들이 언니 잡으러 온 거니까 언니만 잘 숨어 있으면 돼.”
잡으러 왔다는 말에 이화가 깜짝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 진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해마다 보내어지는 공녀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얼마 전부터는 양반가 여식 중에서도 공녀를 보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에 불안해하던 그녀의 아버지와 이 공자의 가문에서도 후년으로 생각했던 혼인을 앞당겨 왔던 것이었다.
다행히 이해한 듯 언니의 기척이 잠잠해지자 이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주변 상황을 보는 눈이 빠삭하던 이린이었다. 얼마 전 함께 이야기하던 동무가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화를 숨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 공녀로 가야 한다면…….’
이린은 자신의 옷차림을 스윽 둘러보았다. 평소였다면 무리겠지만 다행히 언니가 차려 준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나이보다 성숙해 보였다. 그리고 눈에 띈 주머니에 노리개와 머리 장식을 빼 넣었다. 언니에겐 미안하지만 몇 가지 패물을 집어넣었다.
잠시 언니가 웅크리고 있을 문을 바라보던 이린이 눈을 감았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미안해, 언니.’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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